5월31일 -Mr.총알- 15. 방아쇠는 당겨졌다.

mssun
2006년 06월 05일 00시 40분 14초 1472
5월31일 수요일 도로를 색칠하는 사람들.

헌팅을 위해 사당에서 10시에 상현이와 만나기로 했다.
하지만 상현이에게 8시쯤 연락이 왔다
어제 한강의 야경을 늦게까지 촬영해서 11시에 만나자는 것이다
목소리가 피곤해 보였다.
한강의 사진은 많았지만 모두 낮에 찍은 것들이었다.
감독님은 저녁 장면이니 저녁에 사진을 찍어오라 했다
상현이는 자청해서 찍어오겠다고 말했고 그게 늦어진 모양이다.

오늘 우리는 일산의 고급빌라(선영집)를 찍어가야 한다.
가는 도중 일산병원이 있어 홍보팀을 만나 보려 했지만 쉬는 날이란다.
쉬는 날이라.

라디오에서는 오늘 출근한 사람들의 사연을 받고 있다.
상현이는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라며 웃었다.
사연 중 재미있던 것은 사장님과 여직원의 이야기였다.
사장님이 습관적으로 뱉은
‘내일봐. 미스 리.’라는 말에
오늘 미스 리양은 출근을 했단다.
상현이와 나는 큰소리로 웃었다.

우리는 일산까지 온 김에 파주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가부키(등장인물)의 아지트도 찾아보고 동네 단란주점도 돌아 볼 생각이다.
마침 상현의 친구가 가까운 동네에 살고 있어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상현의 친구는 동네 구석구석을 소개해 주었다.

상현: 넓은 들판은 없냐?
친구: 알아. 우회전.

막상 도착한 곳은 작은 텃밭. 상현이 뭐라 뭐라 잔소리를 한다.

나 : 소를 방목하는 곳은 없나요?
친구: 있어요. 좌회전
상현: 대관령 같은 곳이어야 해.
친구: 있다니까.(저 멀리를 손으로 가리켰다.)

언덕 위에 한우 세 마리가 멍하니 심심하게 풀을 뜯고 있다.

상현: 대관령이라구. 짜샤
친구: 꽤 넓었는데. 저 뒤까지야. 잘 봐봐.
상현: 너를 왜 불렀는지. 아휴.

동네 단란주점은 영업시간 전이었다.
우리는 밥을 먹기로 했다.
상현이가 싼 걸로 먹자고 한다.
진행비에서 친구의 식비가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나는 논 것도 아니고 일을 한 것이니 괜찮다고 말하고 가까운 식당에 들어갔다.
사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내심 걸리는 부분이다.
설마 이일로 혼나지는 않겠지.
친구 덕에? 일이 수월했으니 괜찮을 것이다.
제작부의 융통성이 발휘되는 순간이라고 생각하면 그뿐이다.

동네단란주점은 규모가 너무 작았다.
우리는 과감히 스탠드바를 들어갔다.
상현이의 카메라셔터가 바삐 돌아간다.
감독님의 맘에 들 그런 장소라고 생각한다.

복귀를 하다가 사고가 있었다.
갑자기 뛰어든 자전거가 문제였다.
다행히 자전거는 차에 놀라 뒤로 넘어지는 그런 상황이었다.
접촉도 없었을 듯.
하지만 앰뷸런스가 출동하고 넘어진 아저씨는 놀라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 와중에도 미안하다며 사과를 하신다.
우리가 민망할 정도로.
파스라도 사드리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혹시 몰라 연락처를 교환했다.

지금은 저녁10시다.
나는 집이 먼 관계로 집으로 가고 상현이가 사무실로 들어갔다.
정신없는 하루가 끝나간다.

오늘의 투표결과.
한나라당의 완승이란다.
내가 투표를 했다면 결과는 어찌 되었을까.
사실 누가 누군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결론은
나와 상현이와 미스 리는 오늘 하루 열심히 일을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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