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 일 양일간 친구들과 술을 들이 부었더니 몸 상태가 말이 아니다.
연출부 상현이와 10시에 사무실에서 만나 헌팅을 나가기로 했는데 내가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장소를 사당으로 수정했다. 시간도 11시로 미뤄야 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의 광경이 지금도 생생하다. 아이들은 모두 사라졌다. 다들 출근을 하고 나만 버려둔 것이다. 아무튼 세상에 믿을 사람하나도 없다. 아무래도 나만 지각인 듯하다.
상현이를 만나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상현이는 나를 보더니 피곤해 보인다며 자청해서 운전대를 잡았다. 차종은 스타렉스 12인승이었다. 난 2종 면허인데 운전이 가능할까?
고민된다.
연출부 상현이는 못하는 것이 없는 만능인간이다.
운전 또한 일품.
우리가 돌 곳은 촬영이 확정된 기석집과 교회였다. 두 곳을 돌고 연락처를 받고 섭외를 했다. 두 곳 모두 흔쾌히 승낙. 기분이 좋았다.
이동하면서 상현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나는 술 마신 다음날이 시끄러운 놈이다. 상현이는 재미있게 들어주었고 상현이의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가는 길에 정형외과도 들렸다. 총알을 머리에 붙이고 엑스레이 촬영이 가능한지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영화 소품으로 사용한다는 말을 하자 웃으며 가능하다고 한다.
의료보험은 안 된다고 하는데 이해가 안 된다. 그냥 해줘도 무방할 듯한데.
원무과장이라 돈에 민감한 듯하다.
아무튼 가능하다는 얘기.
사무실에 돌아와 약도를 작성했다.
새로 하는 작업. 곧 익숙해지겠지. 부장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니는 이거 하나 제대로 몬하나. 다시 해라. 빨리 해라…….’
음.
일은 착착 잘 진행되고 있다.
-사무실 분위기가 달라졌다.―
라꾸라꾸 침대가 두 개 들어왔고 스케줄 매니저 일을 하는 나래누나의 머리가 단발로 바뀌었다. 어려보인다고 하니 정말 좋아한다. 사실 전보다 나아진 건 사실이다.
‘예뻐요. 누나.’ 누나가 맞나? 암튼.
제작실장님도 머리를 잘랐다. 전의 푸들 머리보다 100배정도 어울린다. 인물이 산다.
내일은 미술팀과 우리의 주인공 기석의 집을 보러가기로 했다.
예쁘게 꾸미기 위한 사전의 작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