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예술의 실제적 생산자"
영화나 TV를 통해 우리가 일차적으로 접하는 것은 화상이다. 그런 화면속에 들어오는 인물과 공간 배치 등에 자신의 언어를 풀어 넣는, 일종의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내는 이가 감독이라면 촬영감독은 자신만의 독특한 영상문법으로 감독의 연출 소프트웨어를 극대화 시키는 생산자며 동반자라 할 수 있다.
우리 나라에는 영화인협회 산하에 촬영위원회가 구성되어 있는데 국내에서 제작되는 극영화 촬영감독으로 참여하면 대부분 이 단체에 소속되게 된다. 현재 이 곳에 등록되어 있는 인원은 촬영감독로 인준 받은 회원이 81명(정회원 64명, 부회원 17명), 준회원(조수)가 43명 정도다. 그외 2nd, 3rd 등의 조수를 합하면 약 200~250 여명이 된다.
다른 스탭들도 마찬가지지만 거의 대부분의 감독과 촬영감독은 콤비식으로 움직인다. 일의 성격상 서로 뜻이 맞고 추구하는 미학이 비슷해야 최고의 작품이 나오기 때문이다. 다만 새로운 창작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소프트웨어 담당의 감독은 촬영이 없는 날이라도 항상 뭔가를 모색하고 준비(시나리오, 배우, 제작자 섭외 등) 해야 하는 입장이라 작품 수가 제한적이지만(1년에 많아야 2편) 하드웨어의 기술 스탭들은 현재 맡은 작품의 촬영 일자가 잡히지 않았으면 일정 조절을 통해 동시에 두세 작품, 이상을 맡을수도 있다. 한 가지 특징적인 것은 신인감독의 작품은 보통 노련한 중견 이상의 촬영감독이 맡게 된다. 물론 신인으로서의 불안감을 보완하고자 하는 감독의 요청에 의해서다. 그렇게 상호보완의 콤비가 되면 감독과 촬영감독은 촬영일정을 잡고 철저한 협의를 통해 수없이많은 테스트와 되풀이 되는 NG 끝에 최상의 영상을 얻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촬영감독은 엄격한 도제 시스템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데뷰를 하기 전까지는 직책별로 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다.
촬영부는 보통 촬영 퍼스트(제 1조수 : 거리, 노출 등 화상의 모든 면을 책임)를 중심으로 세컨드 (제 2조수 : 카메라 운반 및 필름 로딩 작업, 이동촬영시 이동차 담당), 써드(제 3조수 : 렌즈 보관 및 운반 담당) 등 3~4명이 한 팀을 이룬다. 이 팀들이 작품당 계악을 맺어서 각 작품의 촬영감독과 보조를 맞추어 일을 한다.
이런 작업방식으로 평균 10여년의 시간과 경험을 쌓아야 한다. 이는 촬영감독협회의 규정된 회칙에 명시되어 있는데, 촬영부 입회 후 5년 동안 12작품에 참여해야 준회원(제1조수)의 자격이 주어진다. 준회원이 된 이후에도 부회원(데뷰해서 3편 이하의 작품을 맡은 신참기사) 이 되려면 5년 이상의 경력에 제1조수의 자격으로 10 ~ 15개 작품에 참여해야만 촬영감독으로 인준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그렇게 해서 정식 기사 인준을 받은 후 3작품의 촬영을 담당한 후 정회원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다.
이처럼 일반 남자들의 경우 대학교육을 받고 군 문제까지 해결한 후 이 분야에 뛰어든다고 가정할 때 정식 촬영감독으로 데뷰하려면 나이 30대 중반을 넘어야 한다는 결론인데다가 임금 수준 역시 열악해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출발했다가도 광고나 방송국 등으로 빠져 나가는 재원들이 많아 영화계의 인력난이란 문제가 대두되기도 한다.
만일 처음부터 방송사의 카메라 기자나 카메라맨을 지향하고 있는 사람이라도 굳이 학원비(6개월/150만원)를 들이지 말고 영화계에서 촬영부로 2~3작품을 뛰어 보는게 낫다. 그러면서 영어와 상식 등 기본적인 지식만(전문대졸 수준)을 갖추면 다른 어떤 분야의 출신자 보다 유리하다. 왜냐하면 방송사에서 카메라맨을 구할 때는 서류심사와 필기, 면접 외에 실기 시험을 반드시 보는데, 대형 극장스크린에 적용되는 속성상 섬세한 촬영감각에 익숙해 있는 영화계 출신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촬영분야에 입문하기 위해서는 3가지 정도의 '길'이 있다.
첫째는 각 대학의 연극영화과에 입학, 자신이 전공하고자 하는 분야에 대해 공부를 하거나, 교과과정을 통해 전공하지 않았더라도 영화진흥공사 부설 영화 아카데미에 입학, 실기와 이론을 다 접해 보는 방법 이다. 이후 현장에 들어와 실전을 쌓아야 한다.
두번째 방법은 현재까지는 가장 많은 경우인데, 이론을 공부하지 않고 일찍부터 현장에 들어와 실전을 쌓으면서 영화에 대한 일반론을 독학하는 경우다.
마지막 형태는 외국 유학. 영화 선진국인 유럽이나 미국 등지에는 영화 각 분야의 전문인을 양성하는 좋은 학교가 많기 때문에 이곳에서 영화를 수학, 국내로 돌아와 활동하는 방법이다. 이는 기존의 인준제를 피해 기사 데뷔기간을 최소 5년은 단축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촬영감독이 되기 위해선 상당히 길고 험한 자기 인내의 길을 걸어야 한다. 상술한 세 가지형태의 준비과정중 어떤 길을 선택하건 간에 이 일에 뜻을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영화에 대한 기본 이해와 소양, 그리고 성실성이라고 현재 활동하고 있는 중견들은 한결같이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