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24일 토요일 -지방 팀의 복귀 후 확인헌팅.―
오전 일찍 출근 후 청소를 했다.
사람들의 흔적을 지우는 일은 휴지통을 비우는 것으로,
선영이가 하던 것을 흉내내어본다.
사무실의 모습을 그려보자면 앞쪽의 입구에 피디님과 제작실장님, 의상팀이 자리하고 안쪽으로 연출부4명과 나래누나가 앉는다. 좀 더 안쪽으로 들어오면 회의실이 있고 그 앞에 나와 상현이가 앉는다. 더 안쪽으로 에어컨이 있고 차부장님의 책상이 있다. 연출부와 나의 책상 사이에 뒷문이 있는데 뒷문 안쪽으로 미술팀이 자리를 잡고 있다. 위층에는 태욱이와 선영이가 사무실 식구들과 같이 일을 하고 있다.
곧 자리가 다시 배치된다고 한다.
새로운 짝꿍은 태욱이가 되지 않을까.
상현이와 같이 앉아 장난도 치고 재미있었는데,
상현이는 은근히 좋아하는 것 같다.
야속한 녀석.
상현이가 인사를 하며 어깨를 툭 친다.
곧 떠날 녀석이다. 정주지 말아야지.
음
12시
오전 두 시간 동안 전화를 했다. 역시 전화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분장팀.
‘보험을 들어야 해서 개인정보가 필요합니다…….’ 더듬더듬 구구절절하게 설명을 늘어놓았다. 물론 MT인원파악도 동시에 이루어졌다.
‘네 그럼 메일로 보네 드릴게요.’ 분장팀에서는 간단하게 대답했고, 약간 당황한 나는 이렇게 말했다.
‘네. 감사합니다. 좋은 시간되세요.’
상현이 옆에서 웃는다.
전화를 끊고 얼굴이 빨개졌다.
‘좋은 시간되세요. 라는 말은 좀 어색하지 않은가.
아무튼 점심을 먹으러 갔다.
사무실에는 대표님이 계셨고 대표님과 식사를 하게 되었다.
대표님은 수고한다며 삼계탕을 사주셨다. 식사를 하며
‘예전에 나는 감독님이나 기사님들이 밥 먹자고 하면 그렇게 싫었어. 불편하잖아. 그래서 내가 너희들에게 밥 먹자고 못하는 거야.’
즐거운 시간이었다. 물론 조금 어색하고 불편하기도 했다.
게다가
선영이가 웃으며 말했다.
‘오빠가 대표님보다 형 같아요.’
사람들이 웃고, 나도 웃고, 넘어가려고 하는데 선영이가 자꾸 오빠 미안하단다.
괜찮다고 말하며 웃고 넘어가려고 하면 다시 또 미안하단다.
음
정말 미안한 것 같다.
태욱이는 어제 밤을 새며 일을 했다.
물론 축구도 보고 졸기도 하고 딴 짓도 했겠지만 피곤해 보인다.
안쓰러워 보인다.
입맛이 없다며 밥도 안 먹고.
지방팀의 복귀 소식이 들린다.
3시경에 들어올 것이라고.
좋은 소식을 많이 가지고 오기를 바라며 보고서를 수정하고 맡은 일을 다시금 꼼꼼히 들여다본다.
지방팀이 돌아왔다.
다들 커다란 가방을 어깨에 짊어지고 커다란 웃음과 한숨을 동시에 내뱉으며 사무실로 들어섰다.
나는 우선 렌트했던 차량 베르나를 반납했다.
역삼역에 있는 아주빌딩 지하로 차를 가져갔다.
상현이가 동행을 해주었다.
돌아올 때는 상현의 차를 타고 돌아왔다.
자신의 업무로도 바쁜데 못난 형 만나서 뒤치다꺼리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고마운 녀석.
지방팀은 복귀하자마자 2박3일간 나와 태욱이와 상현이 헌팅한 장소를 보기위해 시간을 재촉했다.
상현은 의기양양했고 나도 기대가 되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다들 지치고 힘들어서 그런지 표정도 좋지 않고 힘들어한다.
상현은 이리저리 분주하게 장소를 보여드렸지만 감독님 맘에 차지 않았다.
차부장님의 표정이 좋지 않다.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막창집을 보고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갔다.
제작부는 남아서 회의를 한다며 사무실로 복귀를 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회의
회의의 대부분은 업무보고 및 다음 주의 스케줄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촬영이 임박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섭외는 하고 있나.’
섭외는 하고 있지 않다. 태욱이가 섭외를 하자며 조를 때에도 헌팅을 고수 했던 나였다. 섭외를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섭외는 니가 생각하듯 쉽지 않다. 이젠 섭외도 신경 써야 한다.’
그리고 나는 퇴근을 했다.
저녁11시 선영이는 차부장님과 회의가 길어질 듯하다.
인사를 하고 나오는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래누나도 아직 퇴근을 안 한 상태였다.
내일은 일요일이다.
상현이는 말했었다.
‘형 집에서는 일 생각하지 말고…….’
이렇게 글로 쓰다보면 정리가 되는 일들이 사무실에서는 복잡하고 어색하고 어려운 것을 보면 나의 주위에는
무언가가 있는 듯하다.
나래누나는 언제나 웃는 얼굴을 하고 있다.
보고 있는 사람으로 하여금 행복을 느끼게 만드는 웃음.
나래누나에게 그 비결을 배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