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6일 -mr.총알- 29 방아쇠는 당겨졌다. (확인헌팅, 헌팅회의, 보고서 작성.)

mssun
2006년 06월 21일 02시 01분 18초 2155
6월16일 금요일 -미비한 헌팅장소 확인헌팅 및 헌팅회의, 보고서 작성-

사무실 컴퓨터를 켜고 앉았다.
어제 작업한 ‘장소 구분 표’와 헌팅장소 묶음을 열었다.
별 탈이 없음을 확인하자 마음이 놓였다.
세밀하게 선까지 하나하나 확인한다.
중간에 선의 굵기가 차이가 진다.
선을 수정하고 그제야 맘이 놓인다.
오전에 일을 빨리 마치자 시간이 조금 남았다.
일지를 작성했다. 아무도 방해하지 않기를 바라며…….

근린공원 재 헌팅을 나섰다. 이번에는 상현이와 가는 것이다
진섭씨와 돌때 갔던 장소로 더 좋은 그림이 있다면 확인헌팅에 넣을 생각이었다.
상현이와 들른 근린공원은, 느낌이 남달랐다.
전의 근린공원은 한가하고 여유롭고 그래서 비밀을 간직한 듯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면
두 번째 찾은 근린공원은 사람들로 어수선하고 복잡하다.
시간 때가 달라서 그런 것인지 그 사이 무슨 일이 있던 것인지는 모르겠다.
혹은 동행이 달라져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다음에는 좋은 여자 친구와 오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산책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노량진 근린공원. 강추)

공원에서 사무실로 돌아오자 감독님과 헌팅회의가 시작되었다.

전의 회의 후, 새로 헌팅한 장소들이 모니터 위로 스쳐지나간다.
이번에는 상현이와 돌았던 장소들이다.
진섭씨와 태욱이가 헌팅해온 장소들과 함께 소개가 되고
분위기는 대결구도가 되어버린다
누가누가 잘하나
하지만 확정된 곳의 면면을 확인해보니
상현이와 태욱이가 함께 나갔던 날의 분량이 대부분이었다.
상현과 태욱의 야심작은 가부끼아지트였다.
미술감독님과 촬영감독님의 눈빛이 빛났다
진입로의 사진이 공개되자 연이어 터져 나오는 탄성들
가부끼이지트가 갖춰야 할 모든 분위기가 형성이 되어있다.
감독님 입에서 ‘확저~ㅇ.’ 이라는 말이 흘러나오려던 찰나
‘어, 저건 뭐야.’

결론은,
다 좋은데 정작 가부끼의 아지트가 2층 양옥집이었기에 제외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태욱과 상현이 쑥스러워한다.
분위기만 잡고 그대로 아웃되어버렸다


헌팅회의가 끝나고 나는 자료를 보완하기위하여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근린공원을 삭제했다.
근린공원은 감독님께 사진도 못 보여드렸다.
우리가 찾는 이미지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수목원을 알아 봐야 한다. 수목원과 근린공원은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보고서를 손쉽게 끝내고 집으로 가는 길
아쉬움과 만족감이 동시에 일었다.
집으로 가는 길
멀다.

(사실 오늘은 21일이다. 밀린 제작일지를 쓰려니 내용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
수첩에 메모를 가지고 일지를 이어나가기에)
‘기억은 실낱 같다’

-친구가 좋아하던 '박목월' 시인의 시를 찾았다.
‘실낱 같다’라는 구절이 갑자기 생각났기 때문이다.-
가슴에 있던 정리되지 않던 언어들이 정리가 되는 느낌.


길처럼


머언 산 구비구비 돌아갔기로
山산구비마다 구비마다
절로 슬픔은 일어 ……

뵈일 듯 말듯한 산길
산울림 멀리 울려나가다
산울림 홀로 돌아나가다
……어쩐지 어쩐지 울음이 돌고
생각처럼 그리움처럼 ……

길은 실낱 같다


-시인 박목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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