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2일 월요일 -1차 테스트촬영-
오늘 내가 할 일은 식당을 잡고 쓰레기봉투를 준비해야하며 미술, 제작, 연출, 분장, 의상 조명, 촬영, 연기자의 인원파악을 꼼꼼히 하는 것이다. 그리고 예쁜 T테이블은 필수이다.
테스트촬영 일정은 연주와 박모양 가부끼의 인물 촬영 및 CG를 이용한 사람 투과 장면이다.
우선 선발대로 차부장님 및 미술2, 연출2 총 5명이 출발해 촬영지 미술 세팅을 수월하게 하기 위한 사전작업을 실시했다.
나는 썸렌탈로 가 촬영부와 카메라를 전세버스에 싣고 사무실로 와 인원들과 함께 촬영장으로 가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나의 실수로 나는 썸에 가지 못했고 부지런한 촬영부와 버스기사님이 6시30분에 사무실에 도착해있었다.
7시에 사무실에 모여 잡아놓은 식당에서 조식을 하고 7시50분에 촬영장소인 중대(안성)으로 향해야 했다.
찰영팀은 동갑내기 과외하기 팀으로 촬영감독님을 돕기 위해 급히 파견된 인원으로 어제까지 밤새 일을 하고 도착을 했다고 한다.(촬영부 차호원군과 정신이 없어 이름을 물어보지 못한 한명의 촬영부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사무실에 모인 인원은 버스기사님 포함 총21명으로 모두 늦지 않고 나와 주어서 일정에 큰 무리는 없이 스케줄에 나온 시각대로 출발을 했다.
버스에서 인원파악을 해야 하는데 정확하게 파악이 되어있지 않아 싫은 소리를 들었다. 시작부터 이러면 안 된다는 생각에 정신을 바짝 차리고 앉아 있는데 졸음이 몰려 왔다.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안성으로 향했다.
10시에 안성에 도착했고 선발대는 차량유도를 위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촬영지에 문제없이 짐을 부렸다. 다들 맡은 파트에서 열심히 촬영준비를 했고 첫 촬영은 10시40분에 시작되었다. 예정보다 30여분 늦은 것은 고속도로가 조금 막힌 탓이다.
조명과 카메라가 세팅되더라도 촬영은 쉽게 진행되지 못했다. 연기자의 분장이 문제였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다. 촬영팀은 줄자로 배우의 거리를 재고 위치를 지정해 주었으며 조명팀은 빛을 만들어 주는 사람들인지라 사다리와 그 외의 장비들을 이용해 무수히 많은 조명기기를 손쉽게 다루며 7명이나 되는 인원이 마치 수족처럼 꿈틀거렸다.
연출부 상현이는 슬레이트 대신 보드 판에 상황을 기재한 후 쪼그려 앉는다. 카메라 돌아가는 소리가 듣기 좋았다.
촬영이 시작되자 차부장님은 제작부를 불러 해야 할 일을 일러주었다.
카메라 뒤에 붙어서 진행이 신속히 이루어 질 수 있도록 모든 파트의 일을 도와 주어야한다. 모든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최소한 한명은 남아 있어야한다 등등.
선영이와 식당을 잡고 먼저 식사를 하고 와 나머지 인원이 식사를 하러간 사이에 촬영지를 지켰다.
우리가 먹은 식당의 정확한 위치는 모르나 2층에 위치한 식당이었다. 지나가는 중대학생에게 물어봐서 잡은 식당으로 친절하게 식당까지 데려다준 그 학생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식당의 돈까스는 맛이 없었다. 음식이 빨리 나온다는 장점은 있으나 반찬은 셀프였다. 아주머니 5명 정도가 일을 보고 200여석의 좌석이 있으며 음식이 나옴을 알리는 마이크 방송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주변의 슈퍼는 2개가 있었는데 하나는 미니스톱이고 하나는 작은 작은 가게였다. 타대학내에 여느 가게들과는 다르게 편의점 가격으로 물건을 판매하고 있다. 납득이 가지 않아 지나가는 학생에게 물어보니 싼 곳은 저 멀리에 있다고 한다.
-진실은 저 멀리에 있는 거죠.― 중대생들은 불만이 없는가 보다.
조명과 촬영팀의 구성원과 연락처를 파악해야 하는데 쉽게 다가서기가 쉽지 않다. 울룩불룩한 검은색 근육과 경직된 분위기, 여러 사내들이 모여 있으니 분위기는 험악하다. 음
상현이가 간간히 장비의 이름을 알려준다. 버터플라이, 리플레터, 키노플로어 등등. 용도와 이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조명 장비들이다. 들어도 금방 잊어버리는 이름들. 누군가와 친해지려면 그 사람의 이름을 불러주어야 한다.
'우리 빨리 좀 친해지자. 영화야.‘
현장에 오니 양몰이 개가 된 기분이다.
넓은 목장. 이리저리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양몰이 개는 열심히 돌아다니지만 사람들이 볼 때는 개가 사나와 보인다. 왠지 악역을 자청하는 듯하다.
불쌍한 정의의 수호자 ‘양몰이 개’
(다른 스텝들이 순한 양으로 묘사 된 부분은 수정되어야 한다?)
눈이 튀어나오게 날씨가 좋다. 나무그늘 안에서 바라보는 양지의 공간은 입체적이고 활기차다. 힘이 넘치는 학생들이 주변에 가득하다. 이 모두를 어항에 담아 차가운 물을 붓고 관상용으로 삼고 싶다. 알록달록한 물고기들. 날씨가 그만큼 덥다.
(시험기간이란다. 모두 공부합시다.)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돌아다니니 찢어진 틈새가 자꾸 벌어진다. 조금씩 헤지는 것 같다. 상현이가 빌려준 책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그 상처가 칼날의 생김새를 닮듯’ 단편의 제목인데 열 번 정도 되풀이해 읽으면 가슴에 자리 잡고 있는 물체가 번득임을 느낄 수 있다.
-상처가 상처를 닮아가는 것처럼. 처음으로 돌아가 바라보면 지금이 아름다운 것임을 알게 되는 것처럼.
서비스.
언제나 계단 위에 올라서 있던 하정이가 계단에서 내려왔다.
현장이기 때문에 편한 운동화를 신은 듯하다.
아래층에서 배시시 웃는 하정이가 귀여워 죽겠다.
미술팀이 벽지를 바른다. 여성 4인조가 뭉치면 안 되는 일이 없다.
최승형이 망치를 들고 뚝딱뚝딱하니 일은 일사천리로 끝난다.
대단한 5인조+상규형.
상규형은 구석에서 가부끼 가면을 그리고 있다.
어찌 되었건
‘오늘도 무사히.’
속으로 되뇌인다.
내가 이 현장에 있는것 같은 생각이 들게 만들어 주세요. ^^
'mr.총알' 대박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