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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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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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1월 29일 17시 41분 47초 1206 1 1
겨울이 시작되었다. 꿈에,  오랜만에 내려간  집은 밤중이었다. 마당
귀퉁이에 뒤숭숭하게 친척들이 주저앉아있었다. 부모님은 나무로 지
핀 불에다 무엇을 굽고 있었다. 나는 죽게 된 사람같이 곤하고 허기
졌었다. 왔어요, 라고  말해도 불너머에서는  나를 알아보지 않았다.
재와 불티가 날리고 짙고 누릿한 연기가 핀다. 종(縱)으로 토막이 난
개의 몸뚱이, 아구리 속의 검은 잇몸 같은 것이 지글거리며 불 속에
있었다. 날린 불티가 겉옷에 구멍을 뚫고, 손등  터서 벌어진 살틈으
로 피가 실같이 올라온다. 나는  피맛을 보며 백일홍나무 밑으로 갔
다. 어떤 봄에 아버지가 사온 강아지  네 마리가 다 그 나무 밑으로
들어갔다. 거름 때문에 타죽은  나무가 벌겋게 꽃을  피우고 있었다.
친척들의 말소리는 알아듣지 못하게  다 엉켜나오고 있었다. 월남도
사우디도 갔었다던 상용이 아저씨가  보이고, 죽은 공장집 할아버지
와, 정신이 모자라 나에게 보지를  보여준 정순이가 있고 정순이 남
매를 낳은 바보 고모도 있었다.  문주형은 재홍이 삼춘이 사진을 찍
어준대자 길가 또랑에다 오줌을  눗다 뛰어왔는데, 그때 주머니에서
갖고 놀던 노란 주사위를 끄내  내 머리 위에 얹어놓고 좋아했었다.
멀어지자 얼굴이 서늘했다. 마당인지  황무지인지 불가로부터 먼 곳
은 보이지 않는다. 훈제한  생선이나 육고기들이 그러하듯이 불냄새
는 사람 몸에 배었다.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fly2000
2002.12.03 12:19
악몽이니?.... 날마다 좋은날 되길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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