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를 처음 하는데 돈이 없거나 시간이 없거나 학원을 다닐 용기가 없는 경우, 혼자 연기 연습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은 그런 분들을 위한 실질적인 연습 방법을 제공하겠습니다.
아래는 독학할 때 많이 쓰는 방법들입니다.
첫 번째, 영화나 드라마 대사를 찾고 열심히 그 배우의 연기를 따라 하며 대사를 뱉어본다.
두 번째, 네이버에 ‘연기 도서’라고 검색해서 나오는 책을 사서 본다. 연기 이론에 대해서 공부하며, 연기에 대해 뭔가 지식이 쌓이고 있다는 만족감을 느낀다.
세 번째, 추가로 공부할 것이 있나 찾아보다가 알고리즘을 따라 유튜브 영상을 누른다.
제발 그러지 마세요.
온갖 이상한 쪼란 쪼는 다 박혀서, 그 상태가 되면 고치는 데에만 3개월은 이상 걸립니다. (3개월이면 정말 적게 걸린 것. 2년 이상 못 고치고 기실에 온 친구들도 여럿 있었어요.)
대사 연습은 잡아주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따라쟁이 배우로 전략하고 싶지 않다면. 대사를 뱉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원리를 먼저 배우고 조력자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지 않게 잡아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욕심만으로는 혼자 독백 연습을 하며 오디션을 보러 가고 현장에서 활동하는 배우가 되고 싶겠지만, 그게 가능한지는 부딪혀보면 스스로 알 것이고, 그전에 당신에게 훨씬 더 도움 되는 다른 연습을 추천할게요. 이건 잡아주는 사람 없이도 가능하며, 경력자들도 하면 좋을 훈련 방법입니다.
1. 특정 상황을 만들고, ‘구체적’으로 상상하라.
구체적인 상황을 그린 후에 그 상황에 더 깊이 들어가 보는(= 존재해 보는) 시간을 가지세요.
연기는 가상의 상황을 믿어야 합니다. 근데 그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입니다. 남들이 쳐다보고 있으면 자의식이 들어옵니다. 그 와중에 내가 할 것에 집중하려면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 단련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모두가 보는 빈 공간에 혼자 서서 애인에게 매달리는 상황, 극도의 분노를 표출해야 하는 상황, 좀비에게 물리는 상황, 우주선을 조종하는 상황, 지진이 난 상황 등을 연기해야 하는 것이죠.
훈련할 상황들은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봐도 좋고, 과거에 직접 경험했던 일들도 좋고, 영화나 드라마에서 봤던 장면을 따와도 좋습니다. 그리고 가끔은 연습실에서만 하는 게 아니라, 길을 걷다가, 버스를 타고 가다가, 계단을 내려가다가 등등 어디에서든 집중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2. 감수성을 계속 자극하라.
감수성을 키우세요. 평소에 감성을 말랑말랑하게 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사실 연기를 타고났다는 것은 특출난 외모보다는 ‘감수성’, ‘가상의 상황을 빠르게 믿는 것’을 의미할 때가 많습니다.
사회생활,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타인에 대한 마음이 닫혀버리는 일들이 많습니다. 심지어 스스로에게까지도. 근데 배우는 그 본능을 거슬러야 합니다. 마음의 벽이 있으면 인물을 이해하고, 그 상황을 오로지 믿고 들어가는 것에 장애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만약 연기를 배울 능력이 없다면, 혼자 훈련하기 좋은 건 대사 연습보다도 감성을 키우는 편이 더 좋습니다.
영화, 드라마, 다큐, 소설을 보며 간접 경험을 많이 하세요. 특히 나와 다른 상황에 놓인, 그리고 다른 사고를 하고 있는 인물들을 잘 들여다보시길.
3.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컨트롤하는 훈련을 하라.
배우에게 연기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정신' '멘탈'입니다. 아무리 연기를 잘 하더라도 멘탈이 무너지면, 많은 걸 잃기 때문이죠. 멘탈이 무너졌을 때 그에 맞는 조언을 줄 수 있는 멘토가 있다면 베스트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좋은 멘토를 만날 수는 없겠죠. 때문에 멘탈에 관련된 도서들을 보면서 혼자 적용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책을 보면 누구나 알고 있는 뻔한 내용들이 쓰여있을 겁니다. 근데 그 뻔한 것들을 직접 실천하며 성장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조력자 혹은 책을 통해서, 그리고 치열한 도전을 통해서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마음을 갖고 있고, 어떤 모습이 되고 싶고, 또 내가 원하는 배우가 되기 위해서 어떻게 마음을 다잡아 가야 하는지'를 꼭 배워야만 합니다.
배우가 되는 과정은 수없이 많이 무너지고 일어나는 것을 반복해야 하기에, 그것을 감당하고 있는 사람만이 그 무리 안에 있을 수 있습니다. 현재진행형인 사람만이 그 안에 있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도전할 때 무너지는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도전하니까 무너지는 것이죠. 중요한 건, 다시 일어나는 겁니다. 그러니 일어나는 방법을 배우면 되는 겁니다. 때문에 기실에서는 연기뿐 아니라 이 멘탈적인 부분에 대해 굉장히 중요하게 다룹니다. 포기를 반복하는 삶이 아닌, 다시 일어나는 삶을 반복하는 사람들에겐 꼭 필요한 역량이기 때문이죠.
오늘 소개한 훈련들은 말 그대로 혼자 해볼 수 있는 연기 연습 방법들이지, 이걸 한다고 해서 바로 활동을 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활동은 오디션장과 카메라 앞에서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하고, 시장에서 어떤 방향성과 루트로 나아가야 하는지까지 알아야 가능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상태에서 매일 대사 연습을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것보다, 오늘 소개한 훈련 방법들이 당신에게는 훨씬 좋은 연습이 될 테니 꼭 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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