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좀 우습죠?
이글의 내용은 제가 미국에서 영화연출을 배울 때 교수님이 위 제목으로 강의를 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나중에 알고봤더니 미국 filmmaker.com 사이트에도 그 내용이 그대로 올라와 있더군요.
이름하여 D.U.M.P.S 라고 해서 Directing Unsuccessful Motion Picture Shorts의 줄임말입니다.
단편영화를 만드시는 학생 여러분과 아마추어 필름메이커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라고 정리해서(정확히 말하면 번역해서^^;;) 올립니다.
내용이 다소 과격하고 시니컬하더라도 하나의 경향을 한사람의 시각으로 보는 거라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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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단편영화들의 대부분은 정말 꽝이다.
이글은 학교에서 배우는 좋은 시나리오를 쓰는 방법에 대한 내용은 담고 있지 않다. 아니 정확하게는 내가 수천편의 학생 단편영화를 보면서 알게 된 아주 흔하게 보이는 잘못과 경향을 세세하게 정리한 내용이다.
만일에 당신이 정말 단편영화를 만들 생각이라면, 그 전에 이글을 꼭 읽어 보길 바란다.
만일에 당신이 천재라고 생각이 든다면, 그러면 그냥 찍도록. 법칙이란 건 없으니깐.
하지만 현실을 직시해라. 만일에 당신이 천재라고 생각이 든다면, 사실은 아닌거다. 만일에 당신의 영화를 본 사람보고 "어때? 내영화?"라는 질문에 그 사람이 거짓말 하지않도록 만들고 싶다면 아래의 내용을 잘 생각해 보고 영화를 만들길.
꽝 리스트
1. Dolly/Zoom(달리와 줌을 동시에 하는 샷. 보통 달리 인과 줌 아웃 혹은 달리 아웃과 줌 인을 동시에 해서 대상의 사이즈가 변하지 않는 동안에 배경의 사이즈가 변화는 방법임)
의문의 여지가 없다. 가장 터무니 없고 뻔뻔스러운 베끼기 이며 하나도 안 멋있다. 단편영화에서는 절대 쓰지 말라.
물론 히치콕이 '현기증'에서, 스필버그가 '죠스'에서 썼지만 그걸로 충분하다. 이 샷은 정말 클리쉐하고 이미 너무 많이 쓰였으며 좋은 선택이 아니다.
특히 학생 작품에서는 '나는 학생이예요'라고 알리는 샷이다.
2. 번뇌하는 예술가에 관한 단편 영화
보통 이야기는 이렇게 진행된다. 힘든 시절을 보내는 한명의 예술가(작가/화가/조각가/음악가 - 그중 90%는 작가로 설정) 어떤 종류의 내적 갈등으로 괴로와 한다. (보통 친한 관계의 누군가의 죽음, 다가오는 마감일, 신념의 흔들림 등등)
우리의 고뇌하는 영혼의 주인공은 그때 우연히 여신을 만난다.( 보통 아름다운 여인, 존경받는 노인, 마음을 움직이는 물체 등)
그의 (혹은 그것의) 도움으로 주인공은 넘을 수 없던 관문을 통과하고 결국 원하는 것을 얻게 되는 이야기. (보통 소설을 끝낸다거나 그림을 완성한다거나 여신을 닮은 조각을 완성한다거나 아니면 성공적인 공연을 마치게 된다)
'번뇌하는 예술가에 관한 단편' 영화는 보통 '주인공과 자기자신'이라는 갈등을 보여주는 법이고 이것은 장담컨데 관객들을 2분 만에 잠들게 한다.
이런 영화에서는 '고뇌하는' 샷으로 주인공이 한 1분정도 허공을 응시하는 샷이 사용되곤 한다.(보통 담배를 피며)
정말 밥맛없는 '척'하는 샷이라고 본다.
3. 꿈 씬
당신의 영화가 무슨 티비에서 하는 파워 레인저 같은 시리즈 같이 보이지 않게 한다면 절대 꿈씬은 꿈도 꾸지 말도록.
꿈 장면은 보통 "정말 고민했지만 이 방법 말고는 주인공의 과거와 아픔, 정보를 보여 줄 방법이 없었다"라고 말하는 거다.
단 코메디 장르에서는 통할 지 모른다.
4. 시간압축의 몽타지(시간이 빠르게 간다라는 표현하기 위해 수많은 장면을 빠르게 편집한 것)
여기 당신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15분의 시간이 있다고 해보자. 스크린 위의 일초 일초가 당신에게는 황금과 같다.
시간압축 몽타지는 당신이 이야기를 구성하는 호흡 조절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뿐 만 아니라 관객들에게 불필요한 시간을 기다리게 끔 하는 것이다.
이런 쉬운 방법으로 시간이 흘렀다는 것 말고 좀더 시간의 흐름을 표현할 수 있는 효과적이고 간단한 방법을 찾아 보길.
5. 질 나쁜 사운드
지금 당신 앞에 정말 잘 찍고 편집한 네가 필름이 있다. 하지만 사운드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그 영화는 잘 찍은게 아니다.
특히 학생 작품에서 사운드 트랙 만큼 힘든게 없다. 돈이 없는 건 이해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신의 필름에 사운드의 중요성을 간과하거나 아무 생각이 없다. 그 결과는 보통 아름다움 그림에 뚝뚝 끊기고 지직거리는 소리가 나는 영화를 보고 있게 되는 것이다.
같은 맥락으로 만일에 16미리 영화작업을 한다면 16미리 영화의 옵티칼 사운드가 얼마나 나쁜지(어떨 때는 정말 나쁘다) 알아야 할 것이다. 대비를 하도록.
덧붙혀서, 너무 많이 들어 지겨운 그래서 안했으면 하는 영화음악...
(1) 신디사이저(포르노 영화처럼 들린다)
(2) 주변의 친구가 연주한 음악(장담컨데, 진짜 꽝이다)
(3) '외롭고 느린 피아노' 곡
(4) '기타 솔로 연주곡'
(5) 어설픈 클라리넷
(6) 첼로 음악
(7) 실험적인 피콜로
(8) 어떤 종류든 나무 두드리는 소리
6. '나 감독이야' 샷
예로서는 이런게 포함된다.
별 의미없이 '화면 앞에 어항이 보이고 그것을 통해 뒷 배경이나 인물이 보이는' 샷, 아무런 이유없이 사람들 머리 위의 공간을 많이 남기는 샷, 그냥 멋지게 보인다고 하는 화면 기울기 샷(dutch shot), 그 흔한 냉장고 시점 샷. (냉장고 문을 여는 사람의 정면을 찍은 샷. 그것을 응용한 쓰레기통/변기/우체통 등). 물론 당신의 영화 설정상 필요한 컷일진 모르나, 경고 하건데 그거 정말 유치하다.
7. 정말 정말 느린 대화
기억할 것. 현실의 1초는 영화속의 3초 정도이다.
단편영화들을 잘 보라. 왜 캐릭터 들은 그렇게 대사와 대사 사이의 침묵이 긴가? 보통의 그냥 영화들을 잘 보면 그들의 대사가 얼마나 빠른지 볼 수 있을 것이다.
대사와 대사 사이를 좀 줄이면 아마도 당신의 별볼일 없는 대사들이 그냥 스쳐지나가서 사람들이 눈치를 못 챌 수도 있을텐데.
8. 뻔뻔스런 캐스팅
(1) 관객은 당신이 짝사랑하는 여자를 그 영화에 캐스팅 했다는 사실을 금방 눈치 챌 것이다.
(2) 뚱뚱한 여자를 수퍼모델로 우기는 얼렁뚱땅 넘어가는 캐스팅은 절대 하지 말것.
(3) 절대 안어울리는 커플. (솔직히 말해서 "정말 저 여자가 저런 남자를 좋아 할 거라고 생각해?")
대답이 '응'이라고 나오게 하도록 할것.
(4) 절대로 당신의 친구 하나를 데려다가 '노인'으로 캐스팅 하지 말것. 머리에 베이비 파우더 뿌린건 정말 티가 남. 가짜 수염은 최악.
9. 눈썹연기
눈썹연기는 개그콘서트에서나 통하지 영화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는다. 눈썹연기란 얼굴의 근육을 움직여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마임에서나 쓰는거지 영화에서의 연기와는 틀리다.
이런 연기기법은 아마도 영화시작하자 마자 4분동안 나오는 섹스씬에서나 통하지 않을까.
10. '아무일도 안 일어나는' 단편영화
가장 흔한 학생 작품의 한 형태. 보통 주인공이 작품 내내 아무 결론도 없는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떠드는 형태. 이런 영화는 보통 45분까지도 가능함. 끝에는 결국 대충 클라이막스라고 해서 얼버무리거나 모든 일들을 정리하기도 함. 하지만 영화 내러티브에서 아무런 갈등구조가 없어 관객 대부분은 잠 들기 때문에 마지막은 거이 본 사람이 없음.
이런 형태의 영화 줄거리는 보통...
주인공의 내적인 개인적 깨달음/성찰을 보여주거나
아무도 보살펴주지 않던 나의 어린시절에 대한 따뜻한 기억을 보여주거나
실제 생활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것이 더 재미있다고 하는 내용이거나
내 주변의 희한한 인물을 영화속에서 보여주겠다라는 내용 등등이다.
보통 이런 영화의 50%는 주인공의 부모가 알콜중독 편부모이다.
11. 단편영화인척 하는 장편급 영화들
만일에 당신이 단편영화제에 가서 영화들을 본다면, 아마도 상을 받는 대부분의 영화들이 굉장히 짧다라는 것을 눈치 챌 것이다. 물론 이런 사실이 단순히 길게 못만든 영화보다 짧게 못 만든 영화가 낫다라는 결론으로 날수도 있고 아니면 심사위원들이 수백편의 단편영화를 보면서 금방 끝내주는 영화들에게 더 고마움을 느끼기 때문이라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단편영화는 한순간 한순간이 너무나 소중하다. 영화의 길이를 더 짧고 더 강렬하게 만드는 건 만드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일이다; 돈도 적게 들고, 편집시간도 짧아지고, 더욱더 잘 짜여진 영화를 만들 수 있도록 고민하는 자세를 만들어 줄 것이다.
시나리오를 쓸때나 편집을 할 때 항상 질문을 던지라. "이 씬은 정말 필요한 씬일까?" "이 순간이 필요한가?" "이씬이 관객에게 주는 건 무엇일까?"
절대로 장편영화로 만들어야 할 이야기를 단편으로 축소시키지 말라. 당신의 영화가 요구하는 것을 해주고 얼른 나와라.
가장 중요한 건 적을 수록 좋은 거다.
12. 농담 한마디 영화
좋은 단편영화는 좋은 아이디어의 모음이 되어야지, 하나의 아이디어를 15분동안 늘려 찍어서는 안된다.
어떤 경우에서라도 적어도 그 시간만큼은 당신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흥미롭게 지켜 볼 수 있게 만들어야지 않겠는가?
나는 그 많은 수천편의 학생 단편중에서 영화감독의 애환이나 끝없는 단편적인 영상들을 보여주는 영화를 얼마나 봤는지 기억을 못할 정도다. 촬영하기 전 시나리오에 당신의 '좋은 아이디어'를 모두 기록하라. 그러면 당신 영화에 그 좋은 아이디어들로 가득 찰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 아닌가?
13. '카메라 앞으로 다가오는 인물' 샷
이거야 말로 어리숙하다. 주인공이 카메라 바로 앞까지 걸어와 카메라 앞을 완전히 가린다. 그리고 화면 암전. 그리고 다시 반대 샷, 인물이 카메라 바로 앞에서 멀어지며 걸어간다!! 세상에... 이런 기발한 아이디어를 쓰다니...
14. 서투른 '총든 백수' 영화
당신은 쿠엔틴 타란티노가 아니다. 고만 좀 해라.
15. 과도한 비디오 효과들
디졸브 정도만 쓰는 것으로 줄여줘라. 비디오 효과는 장면들이 아니다. 화면 와이프나 키 등도 마찬가지다.
80년대는 이미 끝났고 비디오 이펙트는 유치하기 짝이 없다.
16. '분위기 잡는 담배' 샷
주인공 하나가 극적인 위기에 빠졌다. 자, 그/그녀는 과연 무슨 일을 해야 할까?
담배갑에서 담배 하나를 휙 뽑아 물고 불을 붙힌 후 깊게 담배 한모금. 훅 뿜어내는 연기. 마치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 처럼 보이는 연기자의 표정, "야..날 좀 봐봐라. 나 지금 너무 심각하다. 그래서 담배 한대 핀다".
물론 실제로 보통 사람들은 불안하거나 흥분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담배를 핀다. 인정. 하지만, 그 같은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더욱 창의적인 방법을 찾아보지 않고 안이한 이 길고 지루한 "담배 물고 뿜어대기"를 사용하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17. 심오한 주제를 담으려하는 영화들
이런 영화들은 몇가지 종류가 있다. 그중에 하나.
(1) 혼돈스런 과학자이야기. 줄거리는 은둔생활중인 과학자가 아름답고 따뜻한 무형의 가치들(예를 들어 사랑, 신, 도덕, 종교 혹은 자유 의지 등등) 을 발견하면서 차갑고 비인간적인 자신의 가치관(과학)을 버린다라는 것.
영화는 내내 과학적인 이론에 대해 엄청난 설명을 해대고(삐까번쩍하는 카오스 이론이라든가 대화합이론, 혹은 상대성이론) 그리고 마지막에는 이 두가지 극단을 모아 억지로 화해시키고자 한다.
필름메이커들이여. 이러한 이야기를 정말 심각하게 해보고 싶다면 제발 조금이라도 자료조사를 해서, 관객중에 실제로 있는 과학자들 열받게 좀 하지 말도록.
(2) 김새는 영화. 여자/남자친구랑 헤어진 이야기? 제발 이런 영화는 만들지 말도록. 정말 위험한 생각이다.
이런 자기진단/자학적인 '왜 내 애인이 날 찼는가'영화는 결국 나중에 인간성이나 사랑의 본질등에 기나긴 설교로 바뀐다.
이런 영화의 대부분은 결국 감독의 통찰력 부족함이 드러나던가 아니면 누구누구 사이가 나빠졌다라는 잡담을 듣고 있는 것 만큼 재미가 없다.
정리하자면 단편영화에서 철학적 주제나 인간의 주체성, 존재 혹은 관계에 대해 추상적인 수준까지 끌어올려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려 한다면, 장담컨데 관객의 대부분은 결국 지루해 하거나 아니면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18. 거울 통해 찍기
오해하지 마시라. 거울 통해 찍는 샷은 분명한 이유와 적절한 시간에 쓴다면 정말 좋은 장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학생 작품들에서 정말 과도하게 쓰여지는 거울 '반사' 장면은 대부분 형편없는 수준의 영화로 낙인 찍힐 수 있다.
"죽이는데! 그녀가 손거울을 오른손에 들고 서있으면 그녀의 남자친구가 그녀의 뒤에서 소리지르는 게 비쳐서 보이잔아! 이 두개의 샷을 한번에 잡을 수 있다니! 정말 난 천재야!"
.....제발 자제하라.
19. 끝없는 크레딧 장면
나도 당연히 당신이 영화를 완성한거에 대해 무척 기뻐하고 있으며 고마와 할 사람들이 많다는 거 안다.
하지만 왠만하면 영화제에서 한번에 10개정도의 영화를 보는 관객들을 생각해 주라. 그동안 본 단편중에 그 영화 상영시간보다도 더 긴 크레딧을 많이 봐왔다. 몇가지 제안. (1) 스크롤을 빨리 올려라. 정말 빨리. (2) 작은 글자체가 어떨지? (3) 제목이 혼자 올라가는 거야 뭐라 못하겠지만 모든 스텝들을 한장에 한명씩? 그럴 필요는 없을 거 같은데. (4) 당신 '가족'에게 감사하다고 쓸 때 꼭 그 모든 족보의 이름을 다 써줘야 하나?
20. 첫씬: 주인공 잠에서 깨어나다.
영화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고 해서 원래 나쁜건 절대로 아니다!
알람 시계가 울리고 손이 나와서 알람버튼을 누루고 끈 다음, 하품과 함께 졸린 눈을 보여주며 주인공 왈 "어떡해 나 늦었어!"
- 하지만 꼭 이래야만 하나? 이 장면은 맨날 보는 장면이잖아. 이건 마치 시나리오작가 혹은 감독이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며 "야 이거 죽이는 데. 영화에 써먹어야지" 하는 것과 같다. 정말 죽이나? 차라리 다시 잠이 드는게 나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