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답을 찾았습니다!
연기 처음 시작할 때 들었던 말이자, 지금도 배우로 활동하다가 감독들 입에서 가끔 이런 말이 나오는 걸 봅니다. 저 역시 배우 지망생 시절 곧이곧대로 그 말을 다 믿다가, 연기학원에 처음부터 가지 않고 빙빙 돌았던 3년을 후회한 경험이 있기에 최근 감독들과 미팅하면서 생각을 해봤습니다. 왜 그들의 입에서는 그런 말이 나올까?
감독들이 연기학원 다니지 말라고 하는 이유 3가지
1. 틀에 박힌 연기만 하게 된다.
가장 큰 이유는 이것입니다.
연기학원에서 배우면, 선생님이 정해준 연기만 한다는 겁니다.
"여기서는 이렇게 말해라, 여기서는 띄어읽어라, 여기서는 웃어라, 여기서는 음을 올려라" 등등..
근데 연기 이렇게 가르치면 진짜 큰일 납니다. 저는 코칭 할 때 위의 문장을 단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습니다. 스스로 사고하고 어떤 대본을 받아도, 어떤 감독을 만나도 대처할 수 있게 코칭 해야지, 저런 식의 코멘트를 하면 새로운 대본을 받았을 때 배우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불안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독백이나 2인 극 대본을 가지고 그 대본'만' 잘 하게 만드는 식의 코칭도 위험합니다. 캐스팅은 그 대본으로 절대 진행 안 하니까요.
연기학원에서 배우는 게 문제가 아니라, 위 같은 잘못된 교육 방식으로 배우다가 틀에 박힌 연기를 하게 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내가 지금 연기적으로, 혹은 인간적으로 무슨 문제에 부딪혔는지도 스스로 알지 못하고, 또 그걸 어떻게 고치는지 방법조차 모르면서 어떻게 능동적인 배우 생활/활동을 한다는 겁니까?"
스스로 사고하지 못하면, 제대로 된 작품에 출연을 못 하는 건 당연하고, 활동하더라도 한계가 아주 금방 올 겁니다. 감독의 디렉팅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고, 연기도 그에 맞게 변화를 못 줄 테니까요.
지금보다 더 올라가기는 힘들 겁니다.
2) 감독들은 '진짜 연기 처음 하는 사람들'을 볼 일이 없다.
감독들은 기본적으로 학원이나 학교에서 훈련이 다 되어서 온 배우들만 상대합니다. 왜냐, 일단 감독이 배우를 볼 일은 '오디션' 아니면 '현장'입니다. 오디션은 1차 프로필이나 연기/출연 영상으로 한차례 걸러진 배우들만 참여하게 됩니다. 그리고 현장은 그 배우들 중 오디션에 최종 합격한 배우들만 오게 됩니다. 그러니 감독들은 눈앞에서 연기 처음 하는 배우들을 볼 일이 전혀 없습니다.
이제는 오디션 장이든 현장이든 연기 못 하는 배우는 없습니다. 우리나라 배우들 연기력이 상향 평준화되었기 때문에 연기를 못하는 배우는 아예 발도 못 들이는 곳이 되었습니다. 실력이 안 따라주는데 활동을 정말 정말 정말 하고 싶다고 한다면, 알바몬과 알바천국의 보조출연, 엑스트라, 이미지 단역, 재연배우 등으로는 활동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배우들이 들어가고 싶은 장편, 단편영화, 드라마의 주요 배역 같은 경우에는 기본적인 연기력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감독들이 말하는, 그 “연기학원 다니지 마"는 당신을 향한 말이 아닐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오디션이나 현장에 올만한 연기력을 어느 정도 갖춘 배우들, 그러니까 바로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데 촬영 경력 자체는 많지 않은 신인배우들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3) 배우 vs 연기 코치에 대한 직업 개념을 구분하지 못한다.
이런 이야기도 많죠. “그 연기 선생도 연기 잘 못하는데 가르친다”.
이건 배우와 연기 코치의 직업적 특징을 구분하지 못한 일부 감독들의 짧은 생각에서 나오는 발언입니다.
손흥민을 가르치는 축구 코치에게 "손흥민보다 축구 못하면서 왜 가르치냐"라고 욕하는 꼴입니다.
직업 구분을 잘 못하는 거죠.
배우는 연기를 잘 해야 하는 사람이고, 연기 코치는 그 배우를 “연기 잘하게 만드는 것”이 주요 역할입니다. 즉, '코칭'을 잘 해야 합니다.
아무리 명배우에게 배워도, 연기를 못 가르치면 그 학생은 과연 뭘 얻을 수 있을까요? 일반인 친구들에게 "나 유명 선생님한테 연기 배운다!"라고 자랑할 수 있는 훈장뿐이겠죠. 기념하고자 하는 정도이면 꽤나 의미가 있겠지만, 정말 배우가 제대로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연기를 잘 가르치는 사람에게 가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선택일 겁니다.
서울대 나온 선생님한테 배웠는데, 내가 서울대 못 가면 아무 소용 없는 것처럼요.
나를 서울대 가게 만들어줄 선생님이 좋은 선생님인 겁니다.
코치는 본인이 활동 많이 하고 연기 잘한다고 뽐내는 사람이 아닌, 나에게 온 학생을 연기 잘하게 만들고 활동해서 빛나게 해주는 게 진짜 코치입니다.
물론 모두가 연기학원에 가서 연기를 배워야 되는 것은 아닙니다. 안 배워도 타고나게 잘 하는 아주 극소수도 있긴 합니다. <'내가 타고난 사람인가?' 궁금하다면?>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독백 대사를 하나 골라서, 분석하고 연습한 후 핸드폰으로 한번 찍어보세요. 그 영상을 본인도, 옆 사람도, 그리고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공식적인 곳에 올려도 될 정도의 연기라면 당신은 연기학원에 절대 오면 안됩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다짜고짜 비싼 프로필 찍고 돌리면서 오디션을 눈이 빠지게 기다릴 게 아니라 정말 제대로 처음부터 배워야 당신이 원하는 배우 생활을 할 수 있을 겁니다.
가치 있는 일에 지름길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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