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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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나는 왜

ty6646
2009년 10월 30일 00시 18분 42초 2208
작업(글쓰기) 하기위해 커피숖으로 갔다
사람들이 시끄럽게 떠들고 있다
김이 모락모락나는 커피한잔을 테이블 앞에 놓고
설탕 두개, 프림 세개를 넣고 저었다.
연한 갈색으로 예쁘게 바뀌어가는 커피를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without you 가 은은히 흐르는 동안 잠이 들었다.
한참뒤 정신차리고 일어나보니
시끄럽게 떠들던 사람들은 가고없고
한 여고생이 사뿐히 앉아서 노트를 펴놓고 보고있다.
정체불명의 누런 뭔가가 둥둥 떠있는 내 커피를 한모금 마셔본다
어느샌가 냉커피로 바껴져있다. 뭐 괜찮아. 달달하네 뭐


더이상 잠도 안오지만 더이상 작업 할 기분도 아니었다
하지만 꽉 막힌 지금 이 기분을 풀어줄 그 무엇도 없었기에
그냥 앉아있어 보았다. 한줄기 물을 빼고 돌아와 커피 한모금 홀짝.
그래 이 기분이야, 어느샌가 맑은 기분이 들고 그 참에 노트를 편다
20분 정도, 일사천리로 써내려간 상상속의 이야기들,
한장이 채워졌다


돌아오는 자전거위에서 부딪치는 밤바람이 시원하다
집을 나온지 다섯시간만에 이제야 겨우 세상이 선명하게 보인다
오늘 내가 건진 종이 한장이 내 밥벌이가 되어주기엔 역부족이지만
쓸쓸한 만족, 그 한움큼이 꼬리끝에 매달린 듯한 그런 기분,
밤바람에 내 미친 웃음을 흩뿌리며 가로등불 가로질러 달려간다


지난 월요일 밤 미수다에 나온 비앙카가 떠올랐다.
조권에게 키스하는 씬을 보다가 졸라 예쁘다라는 생각이 올라왔다
리드해줄께.... 나도 한번 리드해주면 안되겠냐^^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두루미가 건우에게 말했쟎냐
미안하다 건우야 내가 널 조금 갖고 놀았어...
괜찮으니 나도 좀 갖고 놀아주면 안되겠냐....^^
내가 흘린 미친 웃음에 지나가던 개가 놀란듯 짖어댄다. 웡.웡.


보일러를 틀고 41도를 맞추고는 옷을 홀딱 벗고 뛰어들었다
물이 뜨뜨해서 그런지 코피가 나온다.
아침에 코털 자르다가 가위로 내 살을 잘랐는데 아직도 멈추지 않는군...
그러고보니 아까 맞은 편에 앉아 노트에 머리쳐박고 있던 그 여고생,
그녀 앞에 놓여있던게 커피였던가 쥬스였던가....
비앙카는 바람둥이일까 순진할까...
두루미는 어떤 건우와 사랑해야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나는 왜 언제나 늘 우물쭈물하는 걸까
나는 왜 코털만 짜르지 못하는 걸까
나는 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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