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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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울릉도에서 길을 잃다.

mee4004
2001년 09월 09일 09시 25분 26초 1114 5 2
지금 제가 글을 쓰고 있는 울릉도에는 비가 옵니다.
(일본쪽에서 올라오고 있는 태풍의 영향이라네요)

울릉도에서의 세째날은 무척 바빴습니다.
아침 5시30분부터 준비해서 울릉도 한가운데 있는 성인봉이라는
산에 갔습니다.
산은 너무너무 좋았지만, 운동부족 탓인지 진짜 힘들어서 기절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체력이 되시는 분이라면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광릉수목원 보다도 훨씬 숲이 우거지고 나무들이 좋습니다.
중도에 내려오고 싶었지만 성인봉을 갔다와야 성인군자가 된다는 민박집 아주머니 말을 상기하며 억지로 몸을 끌고 갔습니다.

성인봉을 내려와서는 (울릉중계소 쪽에서 올라가서 나리분지 쪽으로 내려왔습니다) 그 유명한 택시관광을 했습니다.
한 3시간 정도를 택시타고 울릉도 전역을 돌면서 사진찍고 설명 듣고 하는 것인데요.  참 재밌습니다.  하지만 이 재밌는 것을 설명하자면 너무 길것 같군요.  직접 꼭 겪어보세요.
울릉도는 참 멋진 섬입니다.  
3無5多의 섬이라고 하는데, 3무는 도둑, 뱀, 공해이고, 5다는 바람, 돌, 물, 미인, 향나무라고 합니다.
그리고 꽃도 굉장히 많습니다.  세계적인 희귀식물만도 400여종 된다더군요.
물이 정말 맑습니다.  바닷물이 어찌나 맑은지 깊이가 2미터 내외의 곳은 어디나 물 속이 훤히 보입니다. 또, 물이 좋아 그렇다는데,
바다 고유의 짠냄새가 별로 나지 않습니다.

.....
어제쯤 서울로 올라가려고 했습니다.  월요일에 중요한 약속들도 있고해서...
그런데 파도가 너무 높아져서 배가 뜨지 못한답니다.
오늘도 일어나자 마자 확인해 보았는데 역시 배가 못뜬답니다.
울릉도에서는 이렇게 가끔 바닷길이 끊긴다는군요
(육지로 갈 방법이 하나도 없습니다)
모처럼 한며칠 그동안 정리 못했던 몇가지들을 정리할 여유로움은 갖게되었지만....(사실 좀 걱정이긴 합니다)

이렇게 울릉도에 며칠이나 내려와 있는데 '보구싶다'고 울먹이는  사람들은 여자친구들 뿐입니다. (같은 민박집을 사용하고 있는 자매들은 그게 성공한 인생이라고 위로합니다만~)

지금,
울릉도에서 제게 시간이 존재하질 않는거 같습니다
낚시하고 싶으면 낚시하고(어제는 낚시줄을 끊어먹을 만큼 큰 놈하고 씨름을 했습니다), 뒹굴뒹굴 합니다.

걱정스러우면서도, 일생에 몇번 없을 경험이라 생각됩니다.
생각해보니 작년 가을에도 일죽에서 태풍을 맞았던거 같은데,
아마 그때 너무 즐거워해서 올해도 태풍을 맞나 봅니다.

서울은 비가 오는지...궁금하군요.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pinkmail
2001.09.09 12:30
나두 보고싶어요...여자라 죄송합니다...
vincent
2001.09.09 23:17
작년에 혼자 속초에 작업하러 갔다가 만난 태풍이 생각나네요.
그 때는 겁이 났는데, 지금은 웃음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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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220
2001.09.10 02:12
오늘 서울에는, 빗방울 몇개 듣다 말았습니다. 울렁울렁 울렁대는.
fuse100
2001.09.14 01:55
무인도에 간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평화롭고, 나른한 하루가 꾀 길어지더군요.
참 좋더군요. 햇살이 등짝에 와닿는 느낌 하며, 파도가 자갈을 굴리는 소리...
참 좋으시겠군요. 좋은글 쓰세요
mee4004
2001.09.16 20:02
무인도라...낭만적이지만..적막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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