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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CG작업자와 작업진행하는 요령

dvcat
2018년 06월 22일 11시 31분 16초 233919 5 4

뭐, 거창하게 썼지만, 정말로 기본적인 의사소통 요령입니다.

감독과 CG작업자의 대화는, 문과출신 감독과 이과출신 CG작업자가 영화라는 예술에 대해 토론하는거죠. 말이 통할리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그럴 의도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얼굴을 붉히는 일을 옆에서 많이 지켜봤기에 한 번 적어 봅니다.

 

일단,

아래에 예로 들 작업자는 돈이 없어서 초보 수준의 작업자를 구해야만 하기에 드는 예시일뿐, 모든 CG 작업자를 대표하는것은 아니라는점을 먼저 밝힙니다.

좋은 CG업체에는 아주 뛰어난 예술감각을 가진 컨셉디자이너, 아트디렉터, 비주얼 슈퍼바이저 등 대충 말해도 찰떡같이 만들어주는 작업자들도 많습니다. 문제는, 독립영화, 단편영화에서는 이런 비싼 업체에 의뢰를 하는것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이죠. 그래서

"어디 싸고 잘하는 작업자 없나?"

를 바라며 싸게 해 줄 작업자를 찾게 되는데, 그런 작업자가 존재할리 없습니다. 그렇게 잘하면 이미 대형업체 CG팀장을 하고 있겠죠. 우연히 그런 사람을 만날수도 있습니다만, 그건 로또 맞을 확률이고요. 그러니 실력이나 경험이 적은 작업자와의 의사소통을 준비해야 할겁니다. 이게 제가 하려는 이야기입니다.

 

1. CG하지 마세요. 돈없이 CG를 하려는 그 자체가 실수입니다.

 

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만 하겠죠. 그럼 원죄를 지은 죄책감을 갖고 다음으로 넘어가죠.

 

2. 모든것은 시시콜콜하게 다 정해 두어야 합니다.

작업진행중에 감독이 가장 많이 하는 실망은, 

"어떻게 일일이 하나씩 다 지정해 주지 않으면 전혀 일을 못하지? 생각이란게 없나"

입니다.

예를들어 안개낀 장면이 필요해 안개를 합성해 달라고 하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흐를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흐를지, 두껍게 깔릴지 앏게 깔릴지, 아래로 깔릴지 전체에 깔릴지, 빠르게 흐를지, 느리게 흐를지, 일일이 말해줘야 합니다.

"무겁고 음산한 분위기로 해 주세요"

라고 하면 절대로 원하는 분위기 나오지 않습니다. 입장을 바꿔서 이 말을 감독언어로 번역하면 촬영 현장에서 배우에게

"무겁고 음산한 씬이야"

라고 말한것과 같거든요. 이번 씬이 어떤 분위기인지 배우가 모를리가 없잖아요. 디렉팅이란건 그걸 위해서 뭘 어떻게 해야할지를 말하는거지, 분위기를 말하는게 아니듯, CG작업자 입장에서는 전체 분위기는 컨셉일 뿐 그걸 구현하기 위해 CG도구의 각종 수치와 옵션을 말해줘야 제대로된 디렉팅입니다. 기본적으로 작업자는 그 세부 컨트롤을 만지는 사람이에요. 그런 사람에게 '분위기'는 목표지 디렉팅이 아닙니다. 문학적, 추상적, 상징적인 단어는 최대한 자제하시고, 구체적, 직접적인 언어를 쓰세요. 가급적 숫자를 직접 말하는게 좋습니다. 

"전체적으로 무거운 분위기의 안개가 천천히 흐르는데 군데 군데 분위기 잡는 안개가 그보단 좀 빠르게 흘렀으면 좋겠어"

라고 하면 굉장히 구체적으로 표현한 것 같지만, 작업자 입장에서는 "무겁고 음산한 씬이야"라고 말하는것과 별반 차이 없는 소리입니다.

"배경쪽 안개는 농도 10%정도로 옅고 어두운 색의 안개가 이 컷 시작에서는 이지점에서 시작해서 끝에 갔을때는 이지점까지 움직이면 좋겠고, 그보다 가까운쪽은 실제 크기는 인물 두 배지만 거리가 있으니까 화면에 보이는 크기로는 인물의 절반 정도의 크기로 조금 빠르게 움직여야 하니까 여기에서 시작해서 요 지점까지 움직이는거 하나, 여기에서 시작해서 요기까지 움직이는거 하나, 총 두개를 만들어 주고, 그리고 인물 앞으로 결정적인 순간에 얼굴보다 조금 더 크고 옆으로 퍼진 안개 한덩어리가 인물을 살짝 가리면서 지나갔으면 좋겠어. 인물이 고개를 돌릴때 시작해서 얼굴을 찡그리기 직전에 빠져나가야해. 찡그린 얼굴을 보여줘야 하니까"

라는 식으로 레이어와 위치와 시간을 일일이 지정해야 그나마 알아들을겁니다.

 

예를들면, 이런 상황도 있을 수 있어요.

감독이 '이쯤에서 나와서 저기가서 사라지면 좋겠어'라고 말하면 작업자는 그 언저리중에 하필 거기만 아니면 될 곳에서 나와서 저기 어디 중에 누가봐도 거기는 아닐 곳에서 사라지게 만듭니다. 그래서 왜 그랬냐고 물으면, '솔직히 말하면 나도 니 선택이 이상했다. 하필 거기만 아니면 될곳에서 나와서 누가봐도 거기는 아닐곳에서 사라지라고 디렉팅을 주다니 감독 맞나 놀랐다' 라고 답변합니다. '이 언저리'라고 말할때 모니터를 손가락으로 가르켰는데, 하필 그 순간 손가락이 가르켰던 곳이 바로 거기죠. 그정도로 곧이곧대로 시킨대로만 하는게 CG작업자 입니다.

그래서 감독이 일일이 위치와 크기를 정해주며 CG를 진행하면 둘다 원망이 하늘을 찌릅니다.

대본도 줬고, 심지어 색보정도 다된 프리뷰도 보여줬는데 이런걸 일일이 지정해 줘야 하는게 무슨 작업자냐. 기본도 안되어있다.

Vs.

애초부터 대충 어정쩡하게 말하더니만, 아니나 다를까 렌더 끝난 다음에 다 바꿔댄다. 처음부터 그렇게 말하지 누구 놀리려고 작정했냐?

라고 서로 얼굴을 붉히는게 실제로 제가 옆에서 많이 본 상황입니다. CG팀이 대본이나 프리뷰 동영상을 보고 감독맘을 알거라고 기대하는건, 감독에게 '안개 CG의뢰할때 After Effect안의 Fog 플러그인을 쓸지, 레드자이언트의 Fog플러그인을 쓸지 미리 지정해서 의뢰하는건 기본 아닌가요?' 라고 말하는것과 같은 같은 수준의 바램입니다.

 

그러니,

애초에 알하서 해 줄거란 기대는 1도 하지 말고, 일일이 자세히 다 사전에 정해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시작하셔야 해요.

맘에 안들어도 감독이 시킨것만 하는게 기본인 사람들이에요. 큰거만 지정해 주고 자세한건 좀 알아서 해주길 바라면 안돼죠. 처음부터 끝까지 세밀한 그 마지막까지 다 일일이 지정해 주세요.

예를 들면, CG팀은 그 컷에 들어있는 사운드도 없이 작업하는 사람들입니다. (애초에 CG팀과 색보정실은 사운드가 없는 소스를 주고 받습니다.) 그러니 이 소리가 나오는 순간에 맞춰서 등장하게 해주세요. 라는 요청하면 안됩니다. 컷 시작하고 나서 36 프레임 뒤에  주인공 얼굴 몇 픽셀 옆에 나오도록 해주세요. 라고 말해야 하죠. 몇 픽셀까지 숫자는 말하기 힘들겠지만, 그만큼 세세하게 말해야 한다는 소리입니다.

 

 

3. 레퍼런스 준비가 답입니다.

위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걸 일일이 컨트롤 할 수 있으면  내가 CG를 하지 뭐하러 남한테 맡기나?"

라는 생각이 들텐데, 그래도 해야 합니다. 그게 돈없이 CG를 맡기는 원죄입니다.

그런데 솔직히 문학에 익숙하지 숫자에 익숙하지 않은 감독이 작업자가 원하는 용어와 숫자를 말한다는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뭐, 근본적으로 이게 모든 문제의 근원이죠. 이 경우 제일 좋은 방법은, 레퍼런스를 찾는겁니다. 다른 영화나 사진, 회화에서 최대한 비슷한걸 찾는거죠. 그래봤자 그 비용에 그런 훌륭한 결과는 절대로 못만들지만, 적어도 감독이 뭘 원하는지는 전달할 수 있습니다. 제시한 레퍼런스의 절반정도 구현하면 그 비용치고는 굉장히 잘하는 작업자를 구했다고 보면 됩니다.

 포토샵을 다룰 줄 안다면, 단 한컷 만이라도 최대한 원하는걸 만들어 보여주는게 최고입니다. 포토샵을 못한디면. 그림판이어도 상관 없습니다. 하다못해 합성할 위치와 방향만이라도 전달되면 성공한 시도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그들은 공대생이고, 숫자가 언어입니다. 최대한 말로하지 마시고 실제 수치를 전달해 주세요. 그중에 최고는 화상입니다. 

 

 

4. CG도 프리프로덕션때 정하세요.

흔히 CG는 '후반작업'으로 분류를 합니다만, 사실 거의 모든 후반작업들이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 같이 참여하는게 훨씬 효율적입니다. 심지어, 몰라서 CG로 넘겼는데 알고보면 현장에서 간단하게 해결할 방법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뭐 그런일은 극히 드물지만요.

하지만 확실한건, CG를 모르는 사람이 생각하는 촬영요령과 소스는, 실제 CG작업자가 필요로하는 촬영요령과 소스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러니 확실히 CG를 해야한다고 생각되는 장면이 있다면, 사전에 CG를 섭외하고, 필요한 소스가 뭔지, 촬영요령이 뭔지 조언을 구하세요. 

정 안되면, CG커뮤니티에 가입하고 그곳에 질문을 하세요. 이런저런 CG를 하고 싶은데 촬영때 뭘 어떻게 하는게 좋은지...

 

제가 옆에서 본 바에 의하면,

굉장히 많은 감독들이 쉬운 CG를 어려운거라 생각하고 어려운 CG를 쉬울거라 생각합니다.

예를들어, 반딧불이 40마리가 사방팔방에 날아다니는 장면하고 단 한마리만 날아가는걸 보고있는 장면하고 어느게 더 어려울까요?

마리수 많아진 만큼 그만큼 양이 늘어날거라 생각이 들겠지만, 대부분 그런 장면은 허공을 응시하며 감탄하면 되기 때문에 훨씬 쉽고, 단 한마리만 나왔을때는인물의 시선과 CG로 만든 반딧불의 위치가 일치해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좀 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보자면, 풀잎에 앉은 반딧불을 주인공이 보고 신기해 하며 가까이 가자 반딧불이 날아올라 멀어지는걸 주인공이 쳐다보는 장면이랑, 쥬라기 공원 같은 영화에서 현존하지 않는 공룡을 CG로 부활시켜 실제 인물앞에 세워두고 서로 노려보며 도망갈까 잡아먹을까 눈싸움 하는게 동급의 난이도에요.

헐리우드 영화 촬영 메이킹 보면, 이런 장면 종종 있습니다.

모르고 보면 그런가 보다.. 하는데, 조금만 생각해 보면 저 사람들은 실제 작업때는 다 지워야 해요. 추가 작업이 필요한거죠. 어차피 현실에 없는 공룡을 만들어서 넣을거니까 만들때 맘대로 움직이면 되는데 뭐하러 저런짓을 하나 싶은데, 그렇게 대단한 헐리우드 CG팀도 어렵고 시간이 드는게 현실의 사람과의 시선일치에요. 그래서 추가작업이 필요하더라도 레퍼런스를 사람이 연기하는게 훨씬 빠르고 싸게 먹히기 때문에 저렇게 촬영하죠.

LP_Dummy.jpg

실제 배우와의 상호작용이 필요하면 나중에 지울 고생을 할 각오를 하고 더미를 같이 촬영합니다. 다만, 이런건 전문가나 생각하지 연출이나 PD가 생각해낼 수준이 아니죠. 그래서 CG팀 쉽게 일하게 해주겠다는 마음으로 고민해서 CG팀이 제일 일하기 힘든 소스를 촬영해 오는 팀도 있습니다.

그러니, 편집 끝난다음에 섭외하지 마시고, 최대한 미리 자세하게 설명하고 조언을 구하세요. 당신이 구할 CG담당자는 남들 다 하는 저런 합성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일수도 있습니다. 그 사람이 작업할 수 있게 촬영해 맞춰줘야 해요.

다시 말하지만, 돈없이 CG하는 원죄입니다.

 

 

5. CG와 디자인을 구분하세요.

 지금 전제로한 '값싼' 작업자들의 대부분은, 합성도구를 사용할 줄 안다고 CG작업자로 분류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디자이너가 아니죠. 그래서 감독 입장에서 '아니 전문가라고 돈 받으면서 이정도도 안돼?'라는 의견 대립이 가장 자주 일어나는 부분이 바로 디자인 영역입니다. 디자인도 잘 하는 작업자도 있지만 그런 작업자를 만나는게 로또맞는것과 맞먹는 행운인거지, 디자인 할 줄 아는 작업자가 CG작업자의 기본 소양은 아닙니다. 값싼 CG작업자는 기본적으로 디자인감각이 감독보다 떨어진다고 보면 됩니다. 그러니 원하는 결과를 얻고 싶다면, 디자인이 필요한건 디자이너를 섭외해서 작업하고, 그 결과를 CG작업자에게 전달해야 합니다.  

 이런 사례로 가장 흔한건 요즘 많아진 핸드폰화면 합성입니다. 매일 보는것이다 보니 '간단한 CG'로 분류되어 있죠. 네. 기술적으로는 간단한 것 맞습니다. 하지만 그 디자인은 아니죠. 감독입장에서는 맨날 보는 흔한화면이라 간단해 보이지만 그 문자 주고 받는 애플 메시지, 카카오톡 화면은 잘나가는 디자이너팀이 몇 년동안 전세계를 상대로 사용자 피드백을 받아가며 확립한 결과입니다. 간단해 보이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이 디자인중에 제일 난이도가 높고, 그런 디자인중의 하나가 바로 문자 주고받는 화면입니다. 단지 그런 고품질 디자인을 매일 보다보니 평범하고 쉬운거라 생각하는 것 뿐이죠. 그래서 감독 입장에서 '내가 뭐 엄청난거 바랬냐? 왜 이정도의 사소한 디테일도 못 챙기냐?'라는 불평이 나오는 것들이 사실 그거 하나하나가 다 전문 디자인 역량이라 작업자 입장에서는 환장할 노릇인 경우가 많죠. 게다가 아래에 설명할 내용대로 디자인 만들고, 그 후에 모션을 줘야 하는 작업 특성상 글자 하나 고치면  처음부터 다 다시 작업해야 할수도 있으니 작업자 입장에서 디자인 바꾸는건 아무리 작아보여도 힘든 요청사항입니다. 그러다 보니 뭐 대단한 효과 바꾸는것도 아니고 달랑 말풍선 크기, 글자위치 정렬 같은 소소해 보이는 작업 난이도에 서로의 온도차이가 너무 극명하고, 그래서 디자인 요소때문에 감정싸움이 되기 쉽습니다.

 만약 이 온도차이때문에 상황이 악화되었다면, 이 부분만큼은 전적으로 합성과 디자인을 구분하지 못하는 감독 탓이라고 봅니다. 작업자 편드느라 오버하는것 같아 보이겠지만 실제로 이런일로 과정은 과정대로 감정싸움하느라 피곤하게 진행하고 시간은 시간대로 오래걸려서 색보정 비용까지도 늘어난데다가 결과물은 결과물대로 엉망으로 나오고 나서야 뭐가 문제인지 깨닫고 뒤늦게 '다음부터는 꼭 디자이너를 따로 쓰겠다'라고 결심하는 감독을 여러번 봐서 하는 이야기에요. 오죽하면 글을 올린지 4년이나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이 단락을 추가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겠어요?

(이 글은 2018년 6월에 게시되었지만 이 단락은 2022년 12월에 추가되었습니다.)

 

 

6. 시작할때 자주, 많이, 자세하게 확인하고 중간 확인은 자제하세요.

렌더시간이 살인적인 CG작업의 특성상 일정단계가 지나면 보여달라는것 자체가 작업을 방해하는 행위입니다.

그러니 그 단계로 진행하기 이전에 준비단계에서 컨셉이나 디자인, 시작위치 등등은 최대한 세밀한 부분까지 확정을 지어야 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보통 스틸사진 하나로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서로 주고받기도 간단하고 수정도 쉽거든요. 수정이 쉬울때 최대한의 시도와 디테일까지도 확인하고 진행하세요.

초안 단계에서는 정지영상으로만 보여주기 때문에 

"살짝 아쉽긴 한데 아직 모션이 들어가지 않아서 그런가? 그걸 보고 결정하자... "

라고 생각이 들기 쉬운데, 그때 맘에 안든건 모션 들어가면 더 마음에 안듭니다. 자주 수정하기 미안해서 최종 결과보고 결정하는건 오히려 작업자를 더 괴롭히는 일이에요. 모든것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해당 샷의 가장 중요한 순간을 기준으로 정지영상상태에서 최대한 많은것을 시도하고, 확인해야 합니다. 

 그 중의 하나가 위에 이야기한 문자 기반의 CG를 진행할때 글자 하나, 정렬 하나 고치는 거죠. 감독입장에서는 아래한글에서 백스페이스 치고 다시 치는거 생각해서 간단하다고 생각이 들겠지만, 그건 디자인 단계에서의 일입니다. 그렇게 디자인 완료된 결과를 가지고 이리저리 분해하고 조각별로 움직임 주고 움직임에 효과줘서 렌더링 오래 걸려야 나오는게 CG결과물이에요. 가끔, 글자 하나 수정하라고 했더니 그 글자는 고쳐졌는데 이전버전에서는 멀쩡했던 다른 부분이 새로 이상하게 바뀌어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감독은 글자 하나 수정요청 했지만 작업자는 처음부터 다 다시 만들었거든요. 

 그래서 디자인 단계에서 바꾸면 간단한 일이라 웃으면서 받아주는데, 모션 다 나오고 수정요청하면 표정 싹 바뀔수 밖에 없는거죠. 감독입장으로 비유하자면, 촬영 다 끝나고 나서 시나리오 수정하는 격이에요. 거 텍스트상태에서 시나리오 몇 줄 더 적는건 간단하잖아요? 하지만 재촬영은 간단한 일이 아니죠. 모션 다 나오고 수정하는건 재촬영 같은일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그러니 수정은 최대한 디자인 단계, 스틸 단계에서 많이 하세요.

 

이 단계를 지난 이후에 중간 확인을 요청하는건 최대한 자제해야 합니다.

만약 당신이 중간확인 요구를 하면, 정작 작업자는 이제까지 하던 모든 작업을 멈추고 감독에게 보여줄 프리뷰 출력을 위해 시간을 써야 합니다. 감독의 중간 확인 요구가 오히려 일을 못하게 방해하는거죠. 그리고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 CG는 공정이 시간에 비례하지 않고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삼일의 시간이 주어진 경우 작업자 입장에서는 똑같이 삼일 내내 일하지만 보여지는 결과물로만 놓고 보자면 첫날은 준비작업때문에 아무것도 진행된게 없고 이틀이 되어야 반의 반 정도 진행되고 사흘째 되는날 폭발적으로 진행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거죠. 이 상황에서 프리뷰를 보여달라고 하면, 폭발적으로 진행될 마지막 날엔 작업을 하지 않고 렌더를 해야 하므로 일이 반의 반밖에 진행되지 않은걸 보여줘야 합니다. 일을 준 입장에서는 게을러 보이지만, 일을 하는 입장에서는 시킨사람이 오히려 방해나 하고 있으니 답답함을 금할길이 없죠. 

 

 이런 상황에서 감독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화질 좀 떨어져도 되니까 빨리 볼 수 있는 프리뷰를 달라'

라는 식으로 배려하는 말을 했는데 오히려 그게 더 상처가 되는 경우입니다. 정말로 작업자 입장에서 지장을 주지 않을정도로 품질을 낮추면, 어차피 그 화면을 보고 뭔가를 검수 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 줘도 의미 없으니 출력할 필요가 없죠.

그러니 품질을 낮추면 빨리 나오는 방법이란 없는것과 같고, 최종 출력과 똑같은 방법으로 우선 출력하고, 그 출력을 다시 메일로 보낼 수 있을만큼 작은 용량으로 재인코딩을 해야 합니다. 그러니 이걸 쉽게 생각해서 자주 쓰면 오히려 작업자의 시간을 자꾸 뺏어서 더 나쁜 결과를 만들게 됩니다.

 

 차마 대놓고 웃지는 못하는 웃픈 장면이 CG의뢰 여러건 한 경우에 작업과 중간 컨펌을 병행하겠다고 하루에 하나씩 보여달라고 하는 감독의 요청입니다. 매일 렌더만 하고 일을 할 시간은 전혀 주지 않는셈인데 뭘 보겠다는건지 답답하죠. 그런 실수를 하는걸 옆에서 보면 웃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하겠더라고요. 제가 당사자가 아니니 제가 대신 싸울수도 없고요. 

참고로,

저화질로 미리 보는건 Pre-Visualisation 을 실시간 렌더엔진으로 구현하는 경우에나 볼 수 있는 화면입니다.

Pre-Vis.jpg

우스워 보이지만 저게 나름 3D애니메이션이라 웬만한 독립영화 제작비만큼 드는 비싼 작업이에요.

이런 공정을 프리단계에서 하고 있는게 않는이상, 저화질 프리뷰로 시간 좀 당길 생각은 하지 않으시는게 좋습니다.

 

그러니,

최대한 디자이너를 따로 두고 만들어진 한 장짜리 정지영상인 초기 상태에서 모든것을 결정하고, 중간결과 확인용 동영상은 되도록 요청하지 말것이며, 어쩔수 없이 확인했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정지영상 상태에서의 최대치를 확정한 다음에 영상 시퀀스를 시작해야 합니다.

 

 

 

결론.

다시 말하지만, 돈 없으면 CG하지 마세요. 서로 상처만 남습니다.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Profile
ownaura
2018.07.11 13:18

긴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배우고 있는 학생인데, 굉장히 많은 정보 얻어가요!!

Profile
팔레트101
2018.11.19 22:04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Profile
테드짱
2019.06.25 13:23

쥬라기 공원 장면이 저렇게 찍었을 줄이야.. ㅋㅋ

최강인절미
2019.07.08 22:41

감사합니다

동규동규동규
2021.06.07 20:33
많이 배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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