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봄' 개봉 4일전. 그리고 도계 시사회.

weirdo
2004년 09월 20일 01시 57분 05초 315180 5
지난 18일. '꽃봄'의 주요 촬영지였던 강원도 도계에서 시사회를 가졌습니다.

도계엔 극장이 없어요. 도계중학교 앞 400~500석 규모의 교회에서 3회 상영.


엄마 등에 엎힌 조그만 놈부터 허리 굽고 지팡이 짚은 할머니까지.

술한잔 걸치고 입장했다 졸음 못이겨 중간에 나오신 '수연언덕 이장님'부터
끝까지 자리에 남아 눈시울 적시며 박수 쳐주신 아줌마까지.

지루했다며 웃어준, 촬영현장 종종 찾아주었던 예쁜 여중생부터
재밌었다며 웃어준, 촬영현장 종종 찾아주었던 똘똘한 남중생까지.

일이 바빠 도저히 볼 시간이 없다며 음료수 몇빡스만 건네주고 급히 돌아간 밥집 아줌마부터
1, 2회 연이어 보고 가슴 뭉클했다며 마지막 장면이라도 또 봐야겠다고 세번째 입장하시던 교회 아저씨까지.

주민들에게 인사받기 바빳던 도계중 관악부 이재건 선생님과 감독님.


도계를 처음 찾은 편집실 shally님과 촬영 온 방송팀을 안내하기 위해
오랜만에 돌아보았던 거리, 언덕, 약국, 자취방, 건널목, 탄광....
그곳에서 '꽃봄' 속 그들을 다시한번 만나보기도 했습니다.


며칠을 머리 맞대고 준비해 온 '꽃봄 도계 시사회'는 그렇게..


언젠가부터 비가 내렸고
다시 하늘은 개었습니다.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Profile
kinoson
2004.09.20 02:30
끝까지 꼼꼼히 챙겨주시는 작업일지...언제나처럼 잘보고 있습니다.
열의를 가지고 시작한 작업일지 중간에 흐지부지 되는걸 많이 봐왔는데...
감사합니다...
mojolidada
2004.09.20 02:57
'꽃봄'홈페이지에 도계 현지시사 반응을 한번 올려볼께요. 서울에서의 시사보다 더욱 값진 무언가 있었기에...

1. 아쉬움
18일 도계장로교회 시사회에서 영화를 본 소감을 한말씀 드리려 합니다.

도계에서 영화를 촬영하였다는 기대감과 고마운 마음으로 시사회에 참여 하였습니다.
영화를 만드느라 고생은 많이했는데 도계읍민의 한사람으로서 아쉬운점이 몇가지 있네요.

"꽃피는 봄이오면" 영화의 내용이 도계중학교 이재건 선생님의 일대기를 영화로 만든다고하는 이야기를 들었고 선입견을 가지고 영화를 보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영화를 다 보고나서도 장르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더군요.
꽃피는 봄이오면 소원이 이루어 진다고요?
중간에 한두군데 연결이 부족한 부분도 있더군요.
라면 먹는것, 담배피우는것이 너무 많이 나오더군요.

돈 많이 주는 서울의 학원 강사를 마다하고 딴따라라고 천대받는 해체 위기에 있는 도계중학교 관악부 임시교사로서 폐광의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며 고된 훈련을 통하여 잘 다듬어진 관악부 학생들이 전국대회에서 수년간 연속 우승(대상.금상)하여 관악의 예술성을 빛내고 성공하는 그래서 어렵고 힘든 긴긴 겨울같은 생활이 끝나고 꽂피는 봄이오면 옛 애인과 결혼을 한다든지,

꽃피는 봄이오면 폐광으로 인하여 쇠퇴해가는 도계에 관악부가 있어서 희망이 있다든지, 하는 장르가 분명하게 드러 났으면 하는 아쉬운이 있네요.

크라이막스도 없고 너무 싱거운 영화입니다.
도계를 70년대처럼 너무 비하시킨것 같은 느낌이네요.
앙꼬없는 찐빵처럼 껍데기만 찍어놓은것 같아서 아쉬움만 남았습니다.

암튼 시사회 잘 봤습니다.

2. 도계 시사회

오늘 18일은 도계가 함께 울고 말았습니다.
꽃피는 봄이 오면은 정말 밉습니다.
광부이신 우리아버님
누구보다도 강직한 분 인데
그 분을 울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옆에 딸도 울었습니다.
사랑합니다, 꽃봄스테여러분

3. 도계시사회

18일 오늘이군요
도계에서 시사회를 했습니다.
류장하감독님도 오시고 스텝여려분도 오시구요
도계중관악부원,선생님 모두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영화 시사회 내내
감동과 눈물이었습니다.
영화가 끝났지만
광부이신 아버지,아저씨들은, 그리고 어머니는
탄광촌정서 와 석탄산업 합리화의 아픔과 함께 선생님의 고마움으로
눈물로 자리를 비울수 없었습니다.
아니 이대로 있고 싶습니다.

제가 보는 '꽃피는 봄이 오면'은 인절미 영화라 표현하고 싶네요.
비록 송편이나 꿀떡처럼 씹으면 안에서 한번에 터져나와 입안을 가득채우는 맛은 아니지만
씹으면 씹을수록 입안을 가득채우는 맛이나는... 인절미(지극히 개인적인 막내)


오늘 아니 몇시간전 아는 동생 아버님의 부고를 접했습니다.
저도 이제는 그런 소리에 겁부터 납니다. 좋은 곳으로 가셨길 바라면서.....
shally
2004.09.21 01:54
오늘 자신의 재능 없음을 한탄하며 다시 자기 비하의 나락으로 떨어질뻔한 친구와 꽃봄을 다시 봤습니다...
친구왈...좋은 영화 봤더니 힘이 난다네요..그러면서 낼 부턴 더 열심히 살겠답니다...영화는 만든사람들 삶만큼 나오는걸 뼈져리게 느꼈답니다...
꽃봄 이젠 별거별거 다 합니다...감동두 주구 눈물두 주구 즐거움두 주더니 이젠 인간 갱생도 시킵니다...

모두들 바쁘시면서두 첨 도계왓다고 챙겨주시구 보살펴주신 피디님, 감독님,그리고 제가 이름부르지 않아도 알아차릴 OO오빠들,OO양들 OO군 모두 모두 고맙습니다...참 참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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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220
2013.08.24 01:53
문득 밤중에 이 글을 봅니다. 거짓말 같은데 곧 십 년이네요. 많은 분들께 감사합니다.
weirdo
글쓴이
2014.07.21 03:00
저 역시 문득 밤중에,
9년만에 새롭게 달린, 달렸던 또 하나의 댓글을, 1년쯤 지난 지금에서야 발견하고 봅니다.
때론 더디더라도 끊이지 않고 잔잔하게 이어지는
바로 우리 영화의 모습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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