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도 절차가 있는법이데이.

montazu
2003년 07월 18일 14시 54분 22초 3443 4 2
3일째 엑스트라 수만 100명이다.
첫날 100명의 엑스트라가 왔다. 모두들 땡볕에서 갑옷을 입고 잠시도 쉬지 못하고 촬영을 했다.
배우들을 따라 함성도 지르고 노래도 부르고 연기를 해야 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오기로 한 100명의 보조 출연자중 30명가량이 연락두절이다.
보조출연 진행을 맡은 전주의 현진씨는 직접 찾아가서 깨우고 달래서 데려왔다.
낮촬영을 하기 위해선 새벽에 일어나 버스를 타고 전주에서 부여로 와야 한다.
3일째되는 오늘 모두들 지쳐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잘 버텨주었고, 오늘은 밤 촬영까지도 남아 고생해 줬다.
오늘은 아시바 30조가 왔다.
아침에 도착한 아시바를 보고 경악을 금치못했고, 오후내내 조명팀은 아시바를 쌓아 올렸다.
오늘은 촬영은 계백이 출정을 결심하는 씬이다.
오늘 촬영의 하이라이트는 조명기사님의 어리버리 백제장수와 속상한 백제병사역에 제작부 준회씨
그리고 현장편집 보조이자 참여연출부 덕수씨의 보초병 연기다.
박중훈 선배님 O.S이긴해도 단독샷에서 연기를 해야하는 한기사님... 몇일동안 대사 연습한 덕을 봤다.
순간 감독님이 혹해서 단독샷 한번 더 갈뻔 했지만, 다행히도 촬영기사님과 주변 스탭들의 극구 만류로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한기사님은 오늘 연기를 위해 몇일동안 현장에서도 방 안에서도 무던한 연습을 하셨다.
안그래도 까만 얼굴이 새카맣게 탄 준회씨는 시커먼 백제 병사복을 입고 열연을 해야 했다.
울 현장의  최고의 유행어 "속상합니다"를 꼭 써먹겠다고 다짐했건만 웃음만 터트리게 하곤 짤렸다.
뭐 어쨌건 바로 앞부 한컷 따고 들어간 것이 어디야...
울팀 상민 오빠... 촬영 전까지만 해도 백제 왕자4까지 올라갔다가 지금은 컷! 하자마자 "야, 상민이 얼굴 나왔냐?"
"아뇨. 잘 안보이는데요" "다행이다. 상민아, 신라 옷으루 갈아입어!"
그렇게 연명하고 있다.
가끔 대사도 있다. "자앙~군!"  
아시바 위에 H.M.I를 올리고 밤촬영은 시작되었다.
박중훈 선배와 투샷으로 걸리기 때문에 박선배님은 직접 연기지도에 여념이 없었다.
덕수씨는 우리 영화의 최다 출연자이기도 하다.
고향은 경상도인데, 역할은 백제 병사다.
그닥 출중한 연기력도 아닌데 그는 이미 이문식 선배 옆에 섰다가도 투샷을 받은 경험이 있다.
물론, 그 장면을 볼때마다 야유를 들어야 했지만...
역시 연기도 하면 할수록 느는것을 새삼 느낀다.
오늘도 박선배님은 몇번이고 덕수씨의 연기를 고치고 지도하고 그 옆에서 오로지 잘해보고자 땀을 흘린 덕수씨
그리고 유일한 조수를 잃은 현장편집 기사님은 직접 라인을 끌고 이리저리 뛰어 다녔다.
단연 우리는 모니터 뒤에서 낄낄거리며 재밌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11시쯤 촬영은 끝나고, 모든 스텝들이 아시바 바라시 놀이를 했다.

39회차가 끝났고, 80%를 찍었습니다.이제 남은 20%는 어렵고 힘든 씬들만 남았죠. 그만큼 중요하고...
벌써 세번째 한씬이 난항을 맞고 있습니다. 날씨죠.
계백과 유신이 만나 대화를 하는 유일한 씬인데, 그 날만되면 비가 억수같이 내리네요.
그날은 병사들의 살육전이 있답니다.
그래서 황산벌의 대다수 배우분들이 출연해야 하므로 스케줄 잡기도 여간 어려운게 아니죠.
그런데, 그럴때마다 비라니... 이번 주말에 다시 잡았는데, 또 전국적으로 많은 강수량의 비가 온다네요.

다시 라스트 촬영 준비를 위한 휴식을 합니다.
소품팀은 현장에 남아 무기 제작을 하고
촬영팀은 서울에서 테스트 촬영을 하고
녹음팀은 현장에서 보충녹음을 하고
연출, 제작부는 일부만 서울에 가고, 일부는 현장에 남아
다른 팀들을 돕고, 촬영분을 다시 체크합니다.
그 외 의상, 분장, 조명등 서울에서 3일간 쉬면서 각자 나름대로 재정비를 하겠죠?

4월 29일 크랭크 인 전날엔 대체 이 영화가 어떻게 그려질지 기대에 부풀었죠.
그리고 어느덧 이렇게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처음과 별 다를 것 없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다닥 지난 2개월 반이 넘는 동안
우린 영화를 만들어 가면서 싸우기도 하고 의지하기도 하면서 윤곽을 잡아가고 있었더랬죠.
시나리오를 보며 각자가 그린 그림들은 다랐지만, 결국 그림은 그려지고 있고 이젠
이 그림들을 다듬어 가야 합니다.
의심과 불안으로 서로를 바라보던 눈빛들, 여유를 잃어가며 메말라가는 감정들 그러면서도
정신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것들을 이제는 지워가야 할까봅니다.

비가와요. 또...
창밖에선 모처럼 소품팀이 세차를 하고 있습니다.
역시... 안하던 짓 하니까 하늘도 얄궂은 비를 내리죠.
오랫만에 텅 빈 숙소 안을 휘저으며 이리저리 뒹굴거리고 이씁니다.
정산방에선 오늘도 제작부.. 정산하고 청구서만들고 내가 옆에서 뒹굴던 말던 신경도 안씁니다.
내일부턴 또 현장에 나가 모두들 자폐아 놀이를 해야 합니다.
자폐아 놀이란 구석에 혼자 앉아 몬가 꿈지락 꿈지락 거리는 거지요.
물론 그 놀이는 다양하지만... 궁금하신 분은 부여로 오십시오.

앞으로 약 12회차 남았습니다.
그동안 바쁘셨던 박중훈 선배님도, 시나리오가 닳도록 공부하시던 정진영 선배님도,
삼삼오오 모여 아이디어 짜내느라 눈이 벌겋게 충혈된 백제, 신라 병사 분들도
이제 막판 스퍼트만 남았지요.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는 어떤 과정을 겪었느냐에 따라 다르겠지요.
결과가 불안한 사람들은 그 과정에 충실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결과를 기대하는 사람들은
그 과정 또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긴장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때문에 얼마남지는 않았지만 마지막까지 결과를 불안해 하지 않고, 기대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서울에선 후반작업 팀들이 10월 개봉을 위해 준비하고 있고,
마케팅과 배급팀 또한 서둘러 프러덕션의 엔드를 기점으로 원활히 돌아가도록 바쁘게 움직이고 있죠.
근데, 현장엔 언제 오시나요?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gnakim
2003.07.18 19:12
가려고만 하면 비 오잖아요. 비여에요.. 부여가 아니궁..
applebox
2003.07.18 20:42
지금 막 도영이랑 영미랑 술마시고 들어왔다...약오르지...ㅋㅋㅋ
so-simin
2003.07.23 17:16
오늘 꾼 묘한 꿈! 시간배경은 황산벌 촬영이 끝난 후 개봉을 직전에 앞둔 어느 날.
언주,은정 ,나 모두 봄영화사의 새로 들어가는 작품에서 함께 일하게 되었다.
스캔들의 개봉을 앞두고 대박을 기대하고 있는 봄영화사의 오대표의 헤어스타일이
아주 펑키하다 10대가수들의 그것과 흡사하다 (역시 꿈이라.^^)
회의가 끝나자 은정 오늘은 내가 점심을 쏜다며 온 직원들에게 큰소리를 친다
그것도 1인당 만원상당의 점심식사를 !
일개 연출부가! 대표님을 비롯 어느 누구도 아무말 없이 받아들이는 분위기? .?
우리셋은 한 테이블에 앉아 황산벌이야기를 나눈다
이때 은정의 얼굴의 자세히 보라 알아볼수가 없을 정도로 예뻐져 있다
필시 보너스를 두둑히 미리 받아 성형수술을 한 거이 틀림 없다
저 정도의 변신을 할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이 보너스를 받은 것일까? . ?
황산벌의 흥행스코어를 내부에서 예상한 결과 전국 1300만이라고 !
꿈은 여기서 끝.그러나 꿈처럼 대박이길...
이런 꿈을 꾸게 된 배경에는 이 제작일지의 영향인 듯
montazu
글쓴이
2003.07.23 18:17
호... 소시민님 저렇게 대박나면 소시민님에게도 선물을 하죠.
병원갈때 따라오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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