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누구니?

montazu
2003년 06월 12일 18시 09분 04초 2946 7 7
20회차 촬영을 앞두고.... 비가 옵니다.
비는 계속되고, 벌판은 점점 뻘이 되어 갑니다.
내일은 말이 달려야 하는데... 사람도 걷기 힘들 정도로 발이 푹푹 빠집니다.

그동안 부여에 내려와서 매일매일 낮촬영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저께... 드디어 night촬영을 하게 되었죠.
많이 덥고, 벌레도 많고... 무엇보다 파리가 많아 NG나기 일쑤랍니다.
비행기는 뭐그리 많이 뜨는지 30초에 한대씩 뜨는 것 같습니다.
가끔 4대가 한꺼번에 떠 에어쇼를 합니다. --;;;

가까운 시내라면... 논산이 있고, 부여는 정말 시골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순박할 것 같지만... 충청도 분들... 약았습니다. -.-
그래도 온동네가 영화 촬영 한다고 술렁술렁~입니다.
밤, 낮으로 동네 분들이 마실을 나옵니다.
밤엔 투에스 직원분들이 야간 경비를 서십니다.
하루는 낮 촬영이 일찍 끝나 일찍 철수를 하고, 투에스 분들 오시기 전에 제작부 분들이 촬영장을 점검하러 나갔습니다.
워낙 넓다보니 전체를 관리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 사이 구멍구멍으로 들어온 어깨님들...
성문 분쇄기니 투석기니 하는 특수소품들을 장난감 다루듯이 갖고 놉니다.
그날 흘린 제작부 땀이 촬영때 흘린 땀보다 많았을 겝니다.

촬영장은 마을과 멀린 떨어진 산과 산사이에 있는 벌판입니다.
뒤로는 백마강이 흐르고 있죠.
촬영장 뒤로 백마강이 있고, 백마강 뒤로는 낙화암이 있습니다.
3천궁녀가 빠져 죽었다는...
사방이 무덤입니다.

우리 숙소는 그 곳에서 차로 약 5분정도 떨어진 곳입니다.
숙소는 부여에 막 생긴 관광 호텔입니다.
저희가 첫 손님이지요.
이 곳도 시내에서 떨어진 외진 마을 끝에 있습니다.

제작실장님이 밤에 쿨쿨 자다가 기분이 이상해서 눈을 떴습니다.
깜깜한 밤 구석탱이에서 조감독님이 웅크리고 앉아 양손을 살짝살짝 흔들며 쳐다봅니다.
"**형, 왜그래?"
여전히 뚫어져라 바라봅니다.
"**형, 왜그래?"
그래도 양손을 흔들며 바라보기만 합니다.
"**형, **형~,**형!"
아무래도 바라보기만 하고, 그사이 제작부 진섭씨가 부시시 깹니다.
실장님은 계속 조감독님을 부르다가 등골이 오싹해집니다.
얼른 일어나 불을 켜는데 무언가 휙-!하곤 허연 물체가 실장님 옆을 지나 방을 빠져 나갑니다.
그리고 불을 켠 방엔 제작부 외엔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때, 조감독님은 소품팀 방에서 소품팀장님과 쿨쿨~~ 주무시고 있었답니다.

투에스에서 첫 경비를 서는 날입니다.
하룻밤에 두분씩 조를 짜서 교대를 합니다.
1교대 두 분이서 경비를 섭니다.
신라와 백제 양 진영 사이도 멀리 떨어져있어 한 분씩 왔다갔다 하신 답니다.
마침 한 분이 다른 진영으로 순찰을 간 사이 또 한분이 경비를 서다 뒤 통수를 한대 맞았습니다.
아무리 사방을 둘러봐도 인적은 없습니다.
그 곳은 마을과 멀리 떨어진데다 가로등 하나 없는 곳입니다.
잠시 후, 다른 한 분이 나타났습니다.
"니가 나 때렸지?"
"아냐, 나 저기 가있었는데?"
그 분... 그 날 거품물고 쓰러지셨답니다.

이후 부터 야간 경비를 서는 투에스 분들은 매일밤 얼굴없는 사람을 만납니다.
분명히 눈 앞에선 왔다갔다 소리도 들리고 보이는데, 써치라이트만 갖다대면 보이질 않습니다.
이따금 흐느끼는 여자 목소리도 듣습니다.

아무래도 이 곳에 죽은 사람들이 많아서 인가 봅니다.

하루는 정진영 선배님 일당이 귀신 보겠다며 밤에 세트장에 가기도 했습니다.
뭐.. 봤다고도 하고...
암튼, 스탭들이 몰려가면 또 그날은 나타나진 않았지만...
숙소에 있는 스탭들 역시 봤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암튼, 대다수 스탭들은 밤새 꿈 속에서 끊이지 않는 촬영을 하는 악몽을 꿔야하고,
삼삼오오 모여 자신들이 본 것들을 이야기하다 서로 무서워서 방으로도 못가고

촬영하다 크고  작은 사건들도 많지만, 무엇보다 스탭들이 아프거나 다치는 사람이 많습니다.
허리 염증으로 이미 귀가조치를 받은 소품팀 승준씨, 입 안 염증과 장염으로 고생하는 제작부 진섭씨,
아시바에서 떨어져 디스크를 호소하는 실장님, 성대염증으로 촬영장 접근근지령을 받았던 저... 등등
촬영부, 조명부, 미술팀, 소품팀, 의상팀, 연출부, 제작부등 매일매일 파스로, 약으로 연명하는 스탭들입니다.

그렇게 저희들은 천년 전, 이 곳에서 죽어간 혼령들과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잘 지내시나요?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gnakim
2003.06.13 09:57
전 잘 지냅니다. 하하 파스타 생각 많이 나시죠? 아프지 말고 잘 있다 오시면 제가 파스탄들 못사드리겠습니까?ㅋㅋ
제작일지 잘 보고 있어요, 가끔 이거 보구 러브레터랑 언저리 뉴스 쓰기도 하구...
계속 부탁드려요. 파스타 많이 사드릴게요 ~~
그럼 이만,.
nextr4
2003.06.16 13:08
흐흐.. 구신이라니. +_+
chacha999
2003.06.16 15:53
공기 좋고 물 맑은 곳 가서 ..귀신이라니..
artahn
2003.06.18 23:12
몽타주 카페에 잡초가 무성하다 했더니 여기다 둥지를 틀고 있었구나.
제작일지를 읽다보니 가슴이 뭉클하구나. 염장 지르려고 하는 소리는 아닌데말이야 난 현장이 그리버 ㅡㅡ;
귀신한테 잡혀가지 말고 촬영잘해라.
so-simin
2003.06.21 19:11
며칠전 에펙트 김실장님한테서 현장얘기 들었어요 자알 촬영 하시고 건강하세요
montazu
글쓴이
2003.06.22 16:13
소시민님, 언제 함 노천에서 맥주 마셔야 하는뎅...
so-simin
2003.07.04 21:38
촬영 끝나는대로 마시죠 서울서 기다리고 있을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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