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리 부르시며 우시는 할머니

jelsomina jelsomina
2000년 11월 02일 14시 44분 13초 1774
얼마전 방송국에서 자료로 받아온 테입을 보았습니다.

아라리를 부르시는 할머니들에 관한 이야기인데..
정선지방 ..어딘가.. 소리하시는 사랑방 같은곳이 있었습니다.

농사일이 드문 어느 겨울날 ..
방송팀이 가서 소리 좀 듣게 모이시라고 부탁했을겁니다.

방에 모셔서 베를 짜고 계신 할머니들이 직녀처럼 보이더군요.

시골의 어느 할아버지가 누군가에게 자신의 손을 보여주며 그랬답니다.
"이게 사람 손이야..이게.."

그 할머니들 손도 그렇습니다.
얼굴도 몸도 늙었고 ..세월이 더 많이 보이는곳은 그 분들의 손입니다.
무슨 감상에 젖어 ..그 분들의 손이 어쩌고 ..그런말을 하려는건 아닙니다
제 손은 30대 중반의 나이를 먹은 사람들중에도 조금은 고운 (?) 그런 손이죠
고생을 해봤어야지 ..
손등에 상처가 하나 깊게 남긴 했지만 ..

암튼 사랑방에 모여 베를 짜면서 노래하는 할머니들..
어느때인가 우리처럼 젊었을겁니다.

외로움을 많이 타는 우리 엄마 자주 그러십니다.
"너두 늙어봐라.. "
나이를 먹어 그런지 저도 이제 그 말을 조금 이해하지요 ..

젊어서 고생해야 하고, 젊어서 사랑해야 하고,  젊어서 공부해야하고
젊다는 이유로 참 할일이 많습니다.

아직 젊으니까 여러 사람을 만나고 .. 풍부한 연애 경험을 하는것보다
젊어 아직은 순수한 맘으로 사랑한 사람.. 오래도록 곁에 있어주는게
더 좋은 일일것 같은 생각을 하는데 그게 요즘은 쉬워 보이진 않네요

참 편한 세상을 살지만 이것도 사는거라고
나름대로 고민하고 스트레스 받고 그럽니다.

우리들 살면서 고민하는 얘기들 하면 어른들은 그냥 웃던지,..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 주던지 그러십니다.

별로 할 얘기가 없는거지요
얘기해도 우리덜이 알아듣지도 못할꺼고 ..
그냥 젊은 날엔 그런거란다.. 뭐 그런식이랄까
그러면서 크는 거라고 ? 언제까지 커야 다 크는건지..
이젠 많이 컸는데 ..

이불두 하나 똑바로 못덮고 자서 아침에 배가 얼면 ..
배 아프다고 .. 칭얼거리고
무슨 그렇게 술을 퍼먹고 와선 다음날 출근도 하나 똑바로 못하고 ..
아직 철들라면 멀었지요 .. 다들 ..나도

그냥 젊어서 환장하는거지요
젊긴한데 할수 있는일이 별로 없으니까 ..

결혼생활도 그렇고 일도 그렇고 ..
바로 얼마전 바로 일년전도 회상하지 못하는겁니다.
이건 제 얘기이기도 하고 여러분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어느날 뒹굴뒹굴하면서 테레비 보다가 배고프면 "밥먹자" 그런답니다
그리고 밥먹고 또 테레비 보고 ..
어디 나가서 칼국수라도 사먹으면 그게 외식이고 외출입니다
그냥 그렇습니다. 시큰둥하고

행복 ? 행복이 뭐야 ? 그럽니다 ..
그러면서 불행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그가 고마웠습니다.
그런건가 봅니다.
행복하지 않아도 불행하지는 않은것..그것에 조금은  감사할줄 아는것
그런 날이 오며가며 언제가 잠시 즐거운 날이 오기도 하겠지 ..
안와도 그만 ..이대로도 충분하다고 ..


암튼 얘기가 빗나갔는데
그, 사랑방에서 할머니들이 돌아가며 소리를 하시는데
뒷편에 앉아계신 어느 할머니가 울고 계십니다.

그냥 자기들이 하는 그 소리 듣고 우시는겁니다.

진짜 시골 할머니가 ..곰같은 손으로 베를 짜고 있는 할머니들.
머리는 하나같이 아줌마 파마를 하고..
얼굴도 까맣고 손도 까맣고 ..

아라리라도 한수 만들어 놔야하는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우리야 이 담에 늙으면 기껏해야 사진이나 볼까
이 담에 나도 늙어서 부르게 아라리같은게 있으면 좋겠습니다.

소리가 갖는 매력이 있는것 같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영화장면 중 하나가 .."길"의 마지막 시퀀스 인데 ..

젤소미나를 찾아나선 잠파노가 젤소미나가 늘 부르던 노랫소릴 듣습니다
가보면 어떤 여자가 빨래를 널고 있지요.
누구에게 그 노래를 배웠냐고 하니까 몇년전에 이 마을에 들어온 어느 바보에게서 배웠는데..얼마전에 죽어버렸다고 얘기해줍니다.

그리고 잠파노는 바닷가에가서 엉엉 ~ 목놓아 울지요 .


가끔가다  이 놈의 세월 ..왜 이렇게 더디 가는지 막 짜증이 날때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행복하게 살아야 합니다.

행복이 뭔진 모르겠지만 ..
한때 죽도록(?) 좋아한 사람이랑 한 이불덮고 자고
집안에서 몇번씩 눈 마주치고 .. 밥도 가끔은(?) 같이 먹고 ..
같이 테레비 보고 ..

뭐 살면서 그렇게 많은거 바라지 말고 사는게 행복한거 아닌가 합니다
적당히 버리고 적당히 포기하고 ..그러면 행복해 지지않을까 ..
산다는게 원래 그런건데 ..그런거 아닌척 ..더 행복해야 직성이 풀리겠다고 하면
그 담부터는 왠만한걸로는 행복해지기 힘든것 같습니다..

옛날 어떤 여자애가 그랬습니다.
자기는 대학에 들어오면 너무 너무 재밌을줄 알았다고..
근데 기숙사에 가서 생각해보고 하룻동안 나쁜일 없었으면
그게 좋은 하루인거라고 ..

그 여자아이 21살때 그런얘길 했습니다.
지금은 30살이 됐을텐데 ..
요즘은 어떻게 재밌는 하루를 보내는지 궁금하네요

아 뭔 얘긴지 나도 모르겠지만 .. 아라리 부르던 할머니가 우니까 ..
그걸보는 기분이 좀 그랬단 얘기입니다.

우리 영화도 뭐 그런 얘기가 아닐지.



















젤소미나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