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전에 처음 읽었던 것을
어제 올린 것과 비교해 올립니다.
원래 의도는 이게 아니었는 데
뭐 비교해보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이 되네요.
스크랩 안을 보니 93년에 12월호 어느 잡지네요.
본문 그대로 편집을 해봅니다.
아무 설명도 없이...
어떻게 느낌이 미세하게 다른지를
여러분들이 꼬옥 느껴 보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시나리오 공부하시는 분들도 꼬옥 비교 해보셨으면 하네요.
제목: 예약석
부제: "우동 한그릇"에 모두 울었다.
일본의 북쪽 홋가이도의 우동집 북해정.
오가는 발길로 붐비던 섣달 그믐날의 거리도 밤 12시를 넘기자
인적이 뜸해졌다.
설날채비를 위해 일손들도 서둘러 돌려보내고,
하루일을 마감하려 할 무렵,
드르륵 소리를 내며 유리문이 열렸다.
포장을 위로 젖히며, 두 사내아이의 손을 잡은 채
젊은티가 그대로인 한 여자가 가게 안에 들어섰다.
두 꼬마는 여섯 살 열 살쯤 됐을까.
엄마는 유행이 지난 낡은 반코트,
사내아이들은 설빔으로 장만한 듯한 운동복차림.
여느 손님과 달리 쭈뼛쭈뼛하던 엄마가
마치 어려운 부탁이라도 꺼내듯 주문을 했다.
"저..... 우동..... 한 그릇만 시켜도 되나요..."
이 순간 엄마의 등뒤에 숨어있듯 하던 두꼬마의 걱정스런 눈길이
여주인의 얼굴에 부딪혀 왔다.
"그럼요, 그럼요. 어서 앉으세요."
일부러 예사 때보다 흥을 낸 여주인은 세 모자(母子)를
난로 옆 2번 테이블로 안내하며,
주방을 향해, `우동 한그릇...!`하고 따라 외치며,
우동 국수를 손에 잡았다.
보통때의 1인분에 반(半)인분 몫을 더 얹어 덥히기 시작했다.
금방 덮힌 우동국물에서 모락모락 김이 오르는 우동 한그릇을 놓고,
세 모자(母子)는 이마를 모았다.
"맛있네." 하는 형을 뒤따라 동생은 우동국수를 감아 엄마 입으로 가져갔다.
순식간에 한 그릇을 비운 세 모자는 우동값 150엔을 치르고,
"잘 먹었어요."라며 문 밖으로 나섰다.
눈길을 밟아가는 세 모자를 향해
여주인은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오세요."라고 인사말을 던졌다.
분주하던 한해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고,
다시 맞은 그 해 섣달 그믐날밤, 이제 일을 걷어야지 하며
가게 안을 챙길 무렵,
드르륵 소리를 내며 유리문이 열렸다.
엄마와 두 꼬마, 엄마의 낡은 반코트 차림에서
작년 이맘때를 떠올리는 여주인에게
"저 우동 한그릇만 시켜도 되겠어요?" 라며 미안한 듯 주문을 해 왔다.
주인은 "그럼요, 그럼요." 라고 선선하게 응답하며
작년의 그 자리 난로 옆 2번 테이블로 모자를 이끌었다.
"우동 한그릇!" 하고 크게 외친 여주인이 남편에게 다가가
"써비스하는 생각으로 세 그릇 덮혀요." 라고 귀엣말을 건네는 것이
난로옆에서 언손을 녹이던 세모자에겐 들리지 않았다.
"안돼. 그럼 오히려 불편해 할거야." 하는 남편의 대꾸도 물론 작은 목소리였다.
곱절분량의 우동그릇을 마주한 세 가족은
"맛있네...."
"올해도 북해정에서 우동을 먹은거야....."
라고 주고 받더니, 우동 값 1백50엔을 치르고 자리를 일어섰다.
"다음에 또 오세요. 복많이 받으세요!"라는
여주인의 인사가 찬바람을 가르며
몇 차례나 이들 모자 일행의 어깨에 얹혀졌다.
어느 새 닥친 섣달 그믐날,
가게 주인 부부는 서로 말을 꺼네지는 않았지만, 밤이 이슥해 지면서
왠지 모르게 마음이 설렁이었다.
남편은 `우동 2백엔`이라고 적힌 나무로 된
가격표를 뒤집어 걸었다.
올여름 값을 올리기 전의 정가인
'우동 1백50엔'이란 가격표로 바꿔 건 것이다.
난로옆의 2번 테이블에 '예약석' 표찰을 올려 놓은 것은 안주인이었다.
형은 중학교 교복차림, 동생은 작년에 형이 입었던 잠바를 입고,
엄마 손을 잡은 채 가게의 유리문을 열고 들어 선 것은 10시를 넘어서 였다.
"저..... 우동 두 그릇만 시켜도 되겠어요?"라는 엄마를
2번 테이블로 안내한, 여주인은 '예약석'이란 표찰을
슬그머니 치워 등뒤로 감췄다.
"우동 두그릇!" 하며 외치는 아내의 목소리에
고개를 든 남편은 아내와 눈길을 맞추며,
3인분의 우동국수를 더운물에 집어 넣었다.
무뚝뚝한 남편과 조금 수다스런 아내가 따듯한 눈길로
2번 테이블을 감싸고 있는 사이,
세 모자가 주고 받는 낮은 목소리의 이야기가 귓전에 와 닿았다.
"' 엄마가 할 이야기가 있단다....."
"' 하실 이야기라니요? "
" 형아야, 그리고 준아..... "
" 실은 말이야 돌아가신 아빠가 낸 교통사고 있지?
그 때문에 여덟사람이 다쳤거든.
보험만으로 피해 보상을 다 할수 없어,
엄마가 다달이 5만엔씩 갚아왔어.`
" 알고 있어요...."
" 그런데 말이야. 내년 3월까지 갚아야 하는 데
이 달로 다 갚게 됐단다. "
" 엄마, 그게 정말이야? "
" 그럼! 넌 신문배달까지 하고, 준(동생)이는 심부름이다,
저녁준비까지 도와주는 바람에 안심하고 회사에서 일을 해,
이번 특별수당을 받아 갚을 거란다."
" 그럼 우리도 엄마한테 비밀이야기 해 드릴께요.
사실은 준이가 글짓기 대회에서 1등으로 뽑혔거던요.
그렇다고 선생님으로부터 글짓기 발표회에
참석해 달라는 편지가 왔었어요.
그런데 엄마에게 말씀드리면, 회사를 쉬시게 될까봐,
내가 대신 갔었어요."
"' 그랬었어... 그래서 어떻게 됐어?"
" 글짓기 내용이 '장래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라는 것이었나 봐요.
그런데 준이가 1등으로 뽑힌 글짓기를 일어나서 읽는 데
제목이 〈우동한 그릇〉이잖아요.
야, 이것 북해정 이야기구나 하고 금방 알게 되었어요.
야, 이 준이녀석 창피하게 하필 그걸 썼냐 하는
생각 때문에 얼굴이 붉어 졌어요.
섣달 그믐날 셋이서 먹는 우동 한그릇이 정말 맛있었다.....
준녀석 무슨 그런 부끄러운 얘기를 썼지! 하고 마음 속으로 생각했죠.
아빠의 교통 사고때문이었지만 ...
세사람이 한 그릇만 주문해도 가겟집 아저씨,아주머니 선뜻 들어 주고...
가게 문을 나서면, '고맙습니다! 또 오세요. 새해 복 많이 ...' 하며
큰 소리로 인사까지 해준다. 그 아저씨, 아줌마의 목소리가
나에게는 '꺽이지 마라' ' 힘내라!' '열심히 살아라.' 라고
응원하는 소리처럼 들린다.
나도 크면 어려운 손님에게 언제나 용기를 북돋워주는
일본 제 1의 우동집 주인이 되겠다... 이런 내용이에요."
형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이
어느샌가 주인 부부의 모습이 가게에서 사라졌다.
주방 한 편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수건 한자의 양편을 서로 쥐고
눈물을 훔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 다음에는..."
"선생님이 준이의 엄마대신 형이 이 자리에 나와 있다면서,
인사말을 하라고 하시잖아...
처음에 말이 나와야지,
그래서 한참 있다 이렇게 이야기 했어...
동생하고 사이좋게 지내줘 고맙다.
동생이 매일 저녁밥을 지어야 하기 때문에 클럽활동중에
먼저 나와야 해 미안하다.
준이가 <우동 한그릇>을 낭독할 때
처음에는 창피하고 부끄러웠지만,
준이가 가슴을 펴고 씩씩하게 읽어 가는 동안
<우동 한 그릇을 부끄러워 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 졌다.>고 말했어요.
그리고 우동 한 그릇만을 시키 실수 있었던 어머니의 용기를 잊어버리지 않겠다.
준이와 함께 언제까지나 엄마를 지키고 보호해 드리겠다...
이렇게 끝을 맺었어요..."
작년보다 한결 밝은 표정의 세 모자.
손을 꼭 쥐고 돌돌 구르듯 웃음을 터뜨리기도 하고,
서로 어깨를 두독여 주기도 하고
세 가족은 '세모우동'을 다먹은 후
우동 두그릇 값 3백엔을 치르고 가게 문을 나섰고
주인부부는 이 들이 길 모서리를 꺽어 들어 사라지기까지
큰 목소리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고
연신 허리 굽혀 인사말을 보냈다.
또 한해가 지난 섣달 그믐날,
난로옆 2번 테이블에는 '예약석' 이란 표찰을 올려놓고
'그믐날의 그 손님'을 기다렸건만
세 모자는 어쩐 일인지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해에도...
또 다음해에도 난로옆 2번 테이블은 빈채 새해를 맞았다.
그래도 북해정은 언제나 손님들로 붐볐고,
몇 해후에는 낡은 테이블을 새것으로 바꾸는 등 가게를 다시 꾸몄다.
다만 난로 옆 2번 테이블만은 옛날의 의자와 테이블을 그냥 놔둔채...
이후부터 새테이블 틈에 하나 남은 헌테이블의 사연은
손님들 사이사이로 번져갔고
언제부터인가 2번 테이블은 `행복의 테이블`로 불려지게 됐다.
사랑하는 젊은 연인들이 굳이 다른 자리를 마다하고 그 자리가 비기를
기다리면서 까지 한 번 앉았다 가보겠다고 할 정도로...
그로부터 한참 세월,
10년인지 11년인지가 더 지난 어느 섣달 그믐날이다.
밤 10시를 넘긴 시각,
올해도 2번 테이블은 손님을 맞지 못한 채
해를 넘기려던 참에,
가게 문이 드르륵 소리를 내며 열렸다.
문안에 먼저 들어 선 것은 산뜻한 겨울 코트 차림의 두 청년.
누군가 하고 머뭇거리던 주인 부부의 눈길은,
단정하게 정장을 한 초로(初老)의 부인이
두 청년 사이에 끼어드는 것과 함께
지나간 세월을 더듬어 올라갔다.
"저..... 우동 세그릇을 시켜도 되겠어요...?."
라는 부인의 목소리가 귓전에 와 닿는 순간,
옛날을 거슬러 올라가던 주인부부의 눈길은
"저... 우동 한 그릇만... "
하며 조심스러워 하던 14년전의
그 모습과 만났다.
이야기는 좀 더 이어진다.
형은 의사가 되고,
동생은 은행에 다니고 있다던가....
-끝-
어제 올린 것과 비교해 올립니다.
원래 의도는 이게 아니었는 데
뭐 비교해보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이 되네요.
스크랩 안을 보니 93년에 12월호 어느 잡지네요.
본문 그대로 편집을 해봅니다.
아무 설명도 없이...
어떻게 느낌이 미세하게 다른지를
여러분들이 꼬옥 느껴 보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시나리오 공부하시는 분들도 꼬옥 비교 해보셨으면 하네요.
제목: 예약석
부제: "우동 한그릇"에 모두 울었다.
일본의 북쪽 홋가이도의 우동집 북해정.
오가는 발길로 붐비던 섣달 그믐날의 거리도 밤 12시를 넘기자
인적이 뜸해졌다.
설날채비를 위해 일손들도 서둘러 돌려보내고,
하루일을 마감하려 할 무렵,
드르륵 소리를 내며 유리문이 열렸다.
포장을 위로 젖히며, 두 사내아이의 손을 잡은 채
젊은티가 그대로인 한 여자가 가게 안에 들어섰다.
두 꼬마는 여섯 살 열 살쯤 됐을까.
엄마는 유행이 지난 낡은 반코트,
사내아이들은 설빔으로 장만한 듯한 운동복차림.
여느 손님과 달리 쭈뼛쭈뼛하던 엄마가
마치 어려운 부탁이라도 꺼내듯 주문을 했다.
"저..... 우동..... 한 그릇만 시켜도 되나요..."
이 순간 엄마의 등뒤에 숨어있듯 하던 두꼬마의 걱정스런 눈길이
여주인의 얼굴에 부딪혀 왔다.
"그럼요, 그럼요. 어서 앉으세요."
일부러 예사 때보다 흥을 낸 여주인은 세 모자(母子)를
난로 옆 2번 테이블로 안내하며,
주방을 향해, `우동 한그릇...!`하고 따라 외치며,
우동 국수를 손에 잡았다.
보통때의 1인분에 반(半)인분 몫을 더 얹어 덥히기 시작했다.
금방 덮힌 우동국물에서 모락모락 김이 오르는 우동 한그릇을 놓고,
세 모자(母子)는 이마를 모았다.
"맛있네." 하는 형을 뒤따라 동생은 우동국수를 감아 엄마 입으로 가져갔다.
순식간에 한 그릇을 비운 세 모자는 우동값 150엔을 치르고,
"잘 먹었어요."라며 문 밖으로 나섰다.
눈길을 밟아가는 세 모자를 향해
여주인은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오세요."라고 인사말을 던졌다.
분주하던 한해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고,
다시 맞은 그 해 섣달 그믐날밤, 이제 일을 걷어야지 하며
가게 안을 챙길 무렵,
드르륵 소리를 내며 유리문이 열렸다.
엄마와 두 꼬마, 엄마의 낡은 반코트 차림에서
작년 이맘때를 떠올리는 여주인에게
"저 우동 한그릇만 시켜도 되겠어요?" 라며 미안한 듯 주문을 해 왔다.
주인은 "그럼요, 그럼요." 라고 선선하게 응답하며
작년의 그 자리 난로 옆 2번 테이블로 모자를 이끌었다.
"우동 한그릇!" 하고 크게 외친 여주인이 남편에게 다가가
"써비스하는 생각으로 세 그릇 덮혀요." 라고 귀엣말을 건네는 것이
난로옆에서 언손을 녹이던 세모자에겐 들리지 않았다.
"안돼. 그럼 오히려 불편해 할거야." 하는 남편의 대꾸도 물론 작은 목소리였다.
곱절분량의 우동그릇을 마주한 세 가족은
"맛있네...."
"올해도 북해정에서 우동을 먹은거야....."
라고 주고 받더니, 우동 값 1백50엔을 치르고 자리를 일어섰다.
"다음에 또 오세요. 복많이 받으세요!"라는
여주인의 인사가 찬바람을 가르며
몇 차례나 이들 모자 일행의 어깨에 얹혀졌다.
어느 새 닥친 섣달 그믐날,
가게 주인 부부는 서로 말을 꺼네지는 않았지만, 밤이 이슥해 지면서
왠지 모르게 마음이 설렁이었다.
남편은 `우동 2백엔`이라고 적힌 나무로 된
가격표를 뒤집어 걸었다.
올여름 값을 올리기 전의 정가인
'우동 1백50엔'이란 가격표로 바꿔 건 것이다.
난로옆의 2번 테이블에 '예약석' 표찰을 올려 놓은 것은 안주인이었다.
형은 중학교 교복차림, 동생은 작년에 형이 입었던 잠바를 입고,
엄마 손을 잡은 채 가게의 유리문을 열고 들어 선 것은 10시를 넘어서 였다.
"저..... 우동 두 그릇만 시켜도 되겠어요?"라는 엄마를
2번 테이블로 안내한, 여주인은 '예약석'이란 표찰을
슬그머니 치워 등뒤로 감췄다.
"우동 두그릇!" 하며 외치는 아내의 목소리에
고개를 든 남편은 아내와 눈길을 맞추며,
3인분의 우동국수를 더운물에 집어 넣었다.
무뚝뚝한 남편과 조금 수다스런 아내가 따듯한 눈길로
2번 테이블을 감싸고 있는 사이,
세 모자가 주고 받는 낮은 목소리의 이야기가 귓전에 와 닿았다.
"' 엄마가 할 이야기가 있단다....."
"' 하실 이야기라니요? "
" 형아야, 그리고 준아..... "
" 실은 말이야 돌아가신 아빠가 낸 교통사고 있지?
그 때문에 여덟사람이 다쳤거든.
보험만으로 피해 보상을 다 할수 없어,
엄마가 다달이 5만엔씩 갚아왔어.`
" 알고 있어요...."
" 그런데 말이야. 내년 3월까지 갚아야 하는 데
이 달로 다 갚게 됐단다. "
" 엄마, 그게 정말이야? "
" 그럼! 넌 신문배달까지 하고, 준(동생)이는 심부름이다,
저녁준비까지 도와주는 바람에 안심하고 회사에서 일을 해,
이번 특별수당을 받아 갚을 거란다."
" 그럼 우리도 엄마한테 비밀이야기 해 드릴께요.
사실은 준이가 글짓기 대회에서 1등으로 뽑혔거던요.
그렇다고 선생님으로부터 글짓기 발표회에
참석해 달라는 편지가 왔었어요.
그런데 엄마에게 말씀드리면, 회사를 쉬시게 될까봐,
내가 대신 갔었어요."
"' 그랬었어... 그래서 어떻게 됐어?"
" 글짓기 내용이 '장래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라는 것이었나 봐요.
그런데 준이가 1등으로 뽑힌 글짓기를 일어나서 읽는 데
제목이 〈우동한 그릇〉이잖아요.
야, 이것 북해정 이야기구나 하고 금방 알게 되었어요.
야, 이 준이녀석 창피하게 하필 그걸 썼냐 하는
생각 때문에 얼굴이 붉어 졌어요.
섣달 그믐날 셋이서 먹는 우동 한그릇이 정말 맛있었다.....
준녀석 무슨 그런 부끄러운 얘기를 썼지! 하고 마음 속으로 생각했죠.
아빠의 교통 사고때문이었지만 ...
세사람이 한 그릇만 주문해도 가겟집 아저씨,아주머니 선뜻 들어 주고...
가게 문을 나서면, '고맙습니다! 또 오세요. 새해 복 많이 ...' 하며
큰 소리로 인사까지 해준다. 그 아저씨, 아줌마의 목소리가
나에게는 '꺽이지 마라' ' 힘내라!' '열심히 살아라.' 라고
응원하는 소리처럼 들린다.
나도 크면 어려운 손님에게 언제나 용기를 북돋워주는
일본 제 1의 우동집 주인이 되겠다... 이런 내용이에요."
형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이
어느샌가 주인 부부의 모습이 가게에서 사라졌다.
주방 한 편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수건 한자의 양편을 서로 쥐고
눈물을 훔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 다음에는..."
"선생님이 준이의 엄마대신 형이 이 자리에 나와 있다면서,
인사말을 하라고 하시잖아...
처음에 말이 나와야지,
그래서 한참 있다 이렇게 이야기 했어...
동생하고 사이좋게 지내줘 고맙다.
동생이 매일 저녁밥을 지어야 하기 때문에 클럽활동중에
먼저 나와야 해 미안하다.
준이가 <우동 한그릇>을 낭독할 때
처음에는 창피하고 부끄러웠지만,
준이가 가슴을 펴고 씩씩하게 읽어 가는 동안
<우동 한 그릇을 부끄러워 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 졌다.>고 말했어요.
그리고 우동 한 그릇만을 시키 실수 있었던 어머니의 용기를 잊어버리지 않겠다.
준이와 함께 언제까지나 엄마를 지키고 보호해 드리겠다...
이렇게 끝을 맺었어요..."
작년보다 한결 밝은 표정의 세 모자.
손을 꼭 쥐고 돌돌 구르듯 웃음을 터뜨리기도 하고,
서로 어깨를 두독여 주기도 하고
세 가족은 '세모우동'을 다먹은 후
우동 두그릇 값 3백엔을 치르고 가게 문을 나섰고
주인부부는 이 들이 길 모서리를 꺽어 들어 사라지기까지
큰 목소리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고
연신 허리 굽혀 인사말을 보냈다.
또 한해가 지난 섣달 그믐날,
난로옆 2번 테이블에는 '예약석' 이란 표찰을 올려놓고
'그믐날의 그 손님'을 기다렸건만
세 모자는 어쩐 일인지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해에도...
또 다음해에도 난로옆 2번 테이블은 빈채 새해를 맞았다.
그래도 북해정은 언제나 손님들로 붐볐고,
몇 해후에는 낡은 테이블을 새것으로 바꾸는 등 가게를 다시 꾸몄다.
다만 난로 옆 2번 테이블만은 옛날의 의자와 테이블을 그냥 놔둔채...
이후부터 새테이블 틈에 하나 남은 헌테이블의 사연은
손님들 사이사이로 번져갔고
언제부터인가 2번 테이블은 `행복의 테이블`로 불려지게 됐다.
사랑하는 젊은 연인들이 굳이 다른 자리를 마다하고 그 자리가 비기를
기다리면서 까지 한 번 앉았다 가보겠다고 할 정도로...
그로부터 한참 세월,
10년인지 11년인지가 더 지난 어느 섣달 그믐날이다.
밤 10시를 넘긴 시각,
올해도 2번 테이블은 손님을 맞지 못한 채
해를 넘기려던 참에,
가게 문이 드르륵 소리를 내며 열렸다.
문안에 먼저 들어 선 것은 산뜻한 겨울 코트 차림의 두 청년.
누군가 하고 머뭇거리던 주인 부부의 눈길은,
단정하게 정장을 한 초로(初老)의 부인이
두 청년 사이에 끼어드는 것과 함께
지나간 세월을 더듬어 올라갔다.
"저..... 우동 세그릇을 시켜도 되겠어요...?."
라는 부인의 목소리가 귓전에 와 닿는 순간,
옛날을 거슬러 올라가던 주인부부의 눈길은
"저... 우동 한 그릇만... "
하며 조심스러워 하던 14년전의
그 모습과 만났다.
이야기는 좀 더 이어진다.
형은 의사가 되고,
동생은 은행에 다니고 있다던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