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1,369 개

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거기도 비가 옵니까?

image220 image220
2001년 08월 29일 21시 39분 48초 1477 4 3

촬영장 한쪽에 앉아있는데
핸드폰에서 소리가 난다.



              바보야너무슨시간
              이야??



알지못하는 번호였다.



             전화번호를확인하
             시고다시보내세요
             저는바보가아닙니
             다무슨시간인가하
             면지금은점심시간



곧 답신이 왔다.



             몇살이세여..초등
             학생


             스물여섯살입니다


             저는25살인데..




거짓말. 너 초등학생이지.



              그렇군요메세지를
              친구에게보내려던
              것이아니었습니까
              ?확인해서다시보
              내시지요


              아라따



오후가 되자 구름이 제법 많아졌다.
도무지 해가 나올 것 같지 않아
기다리기를 포기하고 그냥 가기로 한다.
시간을 보려고 무심코 전화기를 연다.
어느새 와 있는 메시지.


            아까전화했어요?


아뇨,라고만 하려다가


            아뇨전화는할까하
            다관뒀는데요




굵은 방울이 한두개 떨어지더니
이윽고 쏟아져내리는 비.
모두 달려들어 장비를 남의집 처마에 몰아놓고
제비새끼들처럼 비를 피하고 있다.
나는 철물점에 가서 비닐을 길게 잘라서
그것을 뒤집어 쓰고 천천히 걸어온다.



              비가억수같이쏟아
              집니다거기도비가
              옵니까?




더이상 답은 없었다.
비는 곧 그쳐서 트럭이 왔을 때는 비닐이 필요없었다.


오늘밤 열한시 이십분의 청량리발 강릉행 열차를 타려고 한다.
남은 몇시간동안 누구는 씻고 누구는 잠을 자고
누구는 한 잔 하러 다녀온다.
일곱시간이나 걸린다니 왕복으로는 열네시간이다.
슬슬 졸립기 시작한다.
핸드폰이 운다.



                아니여비안오는데
                여왜여??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Profile
sandman
2001.08.30 03:21
한때... 통신의 열병이 왔을 때... 연락만 오면 연락안하고는 못견딜 그런 시절이 있었슴다....
그냥.. 느낌에...
님께서 가을이 오는 데 옆구리가 허전하신건 아닌지... ^^;
그런 느낌이 드네요 /.. 허접이었습니다 ㅎㅎㅎ
eyethink
2001.08.30 15:59
잘 돼가..? 언제쯤이면 끝나니? 곧 누나도 많이 한가해질 듯 하구나.
winslet
2001.08.30 16:30
재밌네요...^^
Profile
image220
글쓴이
2001.08.30 18:32
방금 강릉에서 돌아왔습니다. 내일이면 끝이 납니다.
이전
60 / 69
다음
게시판 설정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