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을 터트려 버릴것 같아.
꾹 참고 있어서 얼굴에 발갛게 열이 올랐어.
하려고 했던 일을 미루면 정말 울어버리게 될 것 같아서
계단을 두개 세개씩 뛰어 갔어.
급하게 꺼내다 떨어뜨린 만원을 주워 들고 표를 사고,
택시에서 거스름 돈을 받을때 아프게 정전기가
생겨서 엘리베이터를 누르는게 잠깐 망설여졌어.
영화가 시작 되려고 했지만 나 외엔 아무도 없는 것 같아.
가장 가운데 자리로 옮겨 앉아 외투를 벗고 수첩을 꺼내고
계피를 저어 카푸치노를 한모금 마셨는데도 사람은 오지 않아.
두팔을 높이 올려 보기도 하고
앞의 의자에 턱을 한참 괴고 있기도 하고
한쪽 다리를 긴 의자에 쭉 뻗어 보기도 하면서 영화를 보았어.
눈이 내리는 동해의 어느 작은마을 공중전화에서
삼십분 동안 전화를 하려고 망설였다는 네 얘기가 떠올랐어.
저 언덕을 오르면 우체국이 있을테지.
예쁜 파이란이 바닷가에서 수줍게 웃을땐
질투를 느꼈는지도 모르겠어.
이미터쯤 오르다가 없어지던 자막이 '고마운 사람들'까지
나와줘서 좋았는데, 극장안엔 나 밖에 없고
끝까지 보는 나와 그걸 또 끝까지 자르지 않고 돌려주는
영사기사 때문에 막 웃게 되었어.
영화는 그랬는데,
난 영화를 보러 간게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어.
그래, 그런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