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기서 무페이 배우는 단순히 '돈을 받지 않고 출연하는 배우(특별/우정 출연, 돈 없는 연출가 지인을 도와주기 위해 무페이로 출연하는 배우)'를 말하는 것이 아닌, '배우로서 돈을 받을 실력과 자격이 없는데 배우를 하고 싶어서 무페이라도 출연해야 하는 배우'를 의미합니다.
* 오늘 칼럼은 중요한 내용들이 많아, 길이가 깁니다. 문해력이 되는 분만 읽어주세요.
배우를 꿈꾸는 사람들의 목표 중 하나, "연기로 돈 벌기."
그렇다면 다음 질문은 스스로에게 던져보았는가?
"연기한다고 도대체 왜 돈을 주는 걸까?"
[1]
돈 받는 배우: 작가가 원하는 대로 연기해 준다.
◆ 돈 받는 배우가 집중하는 것: ① 대본 ② 대본을 더 살리기 위한 이면의 것(=디테일)
(기실 수업_시나리오 분석)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하나다.
대본을 보면 된다. 대본에 다 답이 나와있다.
이 말을 '진짜로' 이해하는 사람은 아마 지금 돈을 받고 일하고 있을 것이다.
작가가 자신이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글로 쓰고, 그것을 영상화해줄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 그리고 그것을 제작하려는 제작사가 정해지고, 영상 안에서 원하는 그림을 완성해 줄 배우를 캐스팅한다. 이게 작품이 만들어지는 기본 구조이다. 근데, 배우가 대본을 무시한다? 자기 생각만 고집한다? ... 과연 그런 배우가 촬영장까지 갈 수 있을까?
연기를 배울 때, 호흡, 화술, 감정연기, 움직임 등을 훈련하지 않는가? 그러면 그걸 도대체 왜 훈련하는건지는 생각해 본 적 있는가?
작가가 대본에 [지문+대사]로 "연기 이렇게 해주세요"를 다 심어놓았는데, 그 기본기 훈련이 안 되어있으면 작가가 원하는 그림대로 연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래는 최근 수업에서 다뤘던 대본의 지문이다.
(눈물이 고인다) (흐른다)
(귓전을 때리는 쨍한 소리로)
(!)
(!!!!!!)
배우로 돈 벌고 싶은 당신, 위 지문이 담긴 대본을 받았을 때 해낼 수 있는가?
↔ 무페이 배우: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연기한다.
◆ 무페이 배우가 집중하는 것: ① 나답게 (재해석) ② 내가 튈 수 있는(돋보일 수 있는) 포인트
이러한 오류를 범하는 배우는 크게 2가지 부류이다.
1) '내가' 너무 중요한 배우.
2) 대본을 분석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배우.
1) 번은 모든 인물을 '나'에 대입해서 재해석하는 경우이다. 나와 인물간의 접점이 있을 순 있으나, 완전히 똑같은 건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자신의 경험만을 빗대어서 생각하는 경우, 분석이 산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2) 번은 분석이 안 되는데 그것을 인정하기가 무서우니 '제멋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분석을 한 후, 디렉팅이 들어오면 자신의 분석을 열심히 설명하고 맞받아친다. 열등감 때문에 방어기제가 발동하는 것이다.
보통 감독(코치)이 "이렇게 연기해 주세요"라고 했을 때, "아 근데 저는요-" 하며 매번 맞받아치는 경우, 그 디렉팅을 수용하여 연기할 자신이 없어서 그런 것이다. 실력이 떨어지니 말이 많아질 수밖에. 디렉팅을 받을 수 있는 배우라면, 우선 감독/작가가 원하는 그림을 보여준 후에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추가로 제안하는 방식을 취한다.
분석에는 끝이 없다. 한 인물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에 어떻게 끝이라는 게 있을 수 있을까? 누군가 당신을 20분 정도 훑어본 후, "당신은 대충 이런 사람이네요. 이런 삶을 살았고 이런 성격인 것 같네요. 그렇죠?"라고 당신의 20년 이상 인생을 단정 지어서 말하면 기분이 좋은가? 그 모습이 실제 당신의 전부인가?
이런 배우들의 미래는, 단편 무페이 배우로 몇 작품 하다가 → 돈을 받지 못하고 일한다는 현타가 오면서 무기력에 빠지고 → 훈련을 점점 소홀히 하다가 배우와는 점점 멀어지게 된다.
[연기 칼럼] 연기할 때 '나답게'의 오류에 빠지지 마라. (배우 지망생들이 많이 하는 실수 2가지)
[2]
돈 받는 배우: 타인이 이해할 수 있는 연기를 한다.
(기실 수업_ 포트폴리오 촬영 모니터링)
◆ 돈 받는 배우가 집중하는 것: ① 내가 한 분석이 타인도 이해될 수 있도록 표현력 강화 ② 제 3자 입장에서 모니터링
연기 처음 할 때 독학하면 안 되는 이유 중 하나가 이것이다. 연기를 배워본 적이 없거나 혹은 트레이닝 기간이 짧으면, 본인이 분석할 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카메라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는지를 잘 모른다. 자신이 생각한 연기와 실제 보이는 연기가 다르다는 것을 빨리 인정하고, 그 방법을 배워야만 활동하는 배우가 될 수 있다.
수업 중에 호흡, 발성, 화술, 시선 처리, 움직임 등을 교정해 주면, 대본에 맞는 연기로 바뀌게 되는데 그 경험을 많이 반복해야 조력자의 도움 없이도 제 3자가 이해할 수 있게 표현할 수 있다.
영화·드라마 배우가 연극배우와 다르게 갖춰야 하는 역량 중 하나는 '카메라에 대한 이해와 샷 사이즈에 적합한 연기를 하는 것'이다. 연기 서적을 보며 열심히 공부해도 연기 이론에 대한 지식은 많이 쌓일 순 있으나, 촬영 현장에 나가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이유가 이것 때문이다.
↔ 무페이 배우: 나만 이해할 수 있는 연기를 한다.
◆ 무페이 배우가 집중하는 것: ① 자기만족감, 심취 ② 일회성 충동적 연기 (삘(feel), 몰입)
연기에서 '몰입'이라는 단어는 없애는 게 좋다.
어떤 상황을 주고 "몰입해 보세요"라고 하면, 몰입이 잘 되는가?
'몰입' 대신 '순간 집중'이란 말이 연기하기에는 더 좋을 것이다. 연기는 '순간 집중의 연속'이다.
자신의 삘만 믿고 연기하는 배우는 상대 배우에게 민폐일 뿐이다.
[연기 칼럼] 연기할 때 몰입에 관하여. (배우 지망생들이 잘못 알고 있는 3가지)
[3]
돈 받는 배우: 기본기가 되어 있다.
(기실 수업_ 졸업 전, 포트폴리오 촬영)
◆ 돈 받는 배우가 집중하는 것: ① 전달력 ② 시청자가 듣기 좋은 소리 (공명·울림 소리)
이런 말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연기는 '일상 말투처럼 편하게 해야 한다.'
이게 맞는 접근일까?
당연히 아니다.
긴 트레이닝 기간을 거쳐 훈련이 되고, 카메라에 적합한 연기를 할 수 있게 되면 그 배우의 연기를 보고 "시청자들"이 "저 배우는 일상 말투처럼 자연스럽게 연기한다"라고 느끼는 것이다.
아무리 연기가 우리의 일상과 닮아있다고 해도, 연기는 연기다. 리얼리티이지, 리얼이 아니다.
이것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전달자'이다. 아무리 풍부한 감정을 갖고 표현을 한다 해도, 일단 시청자에게 극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게 첫 번째다. 소리도 별로이고 발음도 안 되는 배우가 알아듣지도 못하게 연기를 하면, 도대체 그 영상을 어떻게 보겠는가.
시청자에게 전달이 잘 되는 호흡, 소리, 화술을 써줘야만 한다. 그게 배우의 첫 번째 임무이다. 그냥 일상 말투로 말한다고 연기가 아니다. 롱런 하고 싶으면 배우로서 호흡하는 것부터 차근차근 배워야 한다.
↔ 무페이 배우: 편하게 툭툭 뱉는, 일상 말투에 집착한다.
◆ 무페이 배우가 집중하는 것: ① 자연스럽게 ② 일상처럼, 날 것
예시로 사투리를 쓰는 경우, 그 사람에게는 사투리는 자연스러운 일상 말투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시청자가 듣기 편한 것이 기본이기에, 몇 개월 몇 년이 걸려도 교정을 해야 한다.
간혹 인내심이 부족하고 본인이 생각하는 연기를 맘껏 표출하고 싶어 하는 배우 지망생들의 경우 "사투리는 나중에 고치고 우선 감정부터 집중하고 싶다"라고 하는데, 백 프로 망하는 케이스이다. (사투리 쓰는 배역만 하겠다면 예외)
왜냐하면 감정을 담은 상태에서는 사투리가 튀어나오고, 사투리를 잡으면 감정이 또 줄어들 테니 결국은 아무것도 이룬 것 없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도돌이표를 반복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경우, 시작점이 남들보다 뒤에 있다는 걸 인정하고 남들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는 것밖엔 없다. 그리고 이건 훈련에 의해 바뀔 수 있는 것이라 문제라고 보기도 어렵다. 사투리를 사용하거나 화술에 미스가 있는 경우에는 수업 때 교정을 해주고 녹음한 후 혼자서 그대로 연습해오게 하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코칭을 해본 결과, 독하게 연습한 친구들은 1달 만에도 고치고, 그렇지 않은 친구들은 1년이 지나도 못 고쳤다. 역시 하기 나름이다.
[연기 칼럼] 누가 요즘 발음을 또박또박하면서 연기하나요?
[4]
돈 받는 배우: 사고 싶게 만든다.
◆ 돈 받는 배우가 집중하는 것: ① 상품 가치 ② 호감
(기실 수업_ 감정연기 촬영 훈련)
우리는 다이소에서 2000원짜리 노트 하나만 사도, 어느 것이 더 이쁜지, 실용성 있는지를 따진다. 비슷한 가격이라면 더 매력 있는 걸 사고 싶어 한다.
배우도 상품이다. 연기로 돈 번다는 건, 누군가 돈을 주고 산다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사고 싶게 만드는 배우인가?
배우라면 배우답게, 그에 맞는 외모와 내공을 갖추고 있는가를 묻는 것이다. 오디션 장에 들어가서 3초만 지나면 답이 나온다. 걷는 것, 인사하면서 내는 목소리만 봐도 굳이 연기까지 보지 않고 알 수 있는 게 많다. 보자마자 풍기는 그 사람만의 분위기(억지로 만드는 게 아닌, 배우로서 훈련을 통해 다져진 그 사람만의 눈빛과 마인드, 그리고 아우라)가 사람을 끌어당기는지, 관심도 안 가게 만드는지를 결정한다.
기실도 1년 과정이 끝났을 때, 매일 배우답게 살았던 수련 배우는 얼굴과 소리, 몸의 태, 그리고 그 사람만이 주는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어있다. 그래서 기실에 들어오면 지인들로부터 '사람이 달라 보인다'라는 이야기를 듣는 경우가 많다. 근데 열심히 안한 사람은 졸업할 때도 들어올 때랑 별 차이가 없다. 정말 한결같이... 일반인이다.
'나의 매일매일을 누가 알겠어?'라고 생각하겠지만, 무섭게도 하루하루가 쌓여 그 사람의 얼굴이 된다. 그래서 눈빛과 얼굴만 봐도 뒤에서 해왔던 노력의 정도가 가늠이 된다. 배우가 되겠다고 하면서 실제로 행동하지 않는 경우, 당연히 '이루어지지 않는 꿈'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올바른 방향으로. 매일매일 훈련."
본인 스스로 생각했을 때, '매일 배우답게 살고 있는가?'에 대해서 yes라는 답이 나올 때까지 훈련하라.
↔ 무페이 배우: 누군가 나의 상품 가치를 알아봐 주기만 기다린다.
◆ 무페이 배우가 집중하는 것: ① 날 것의 모습
배우는 고유한 존재이다. 세상에 000이라는 배우는 단 하나 밖에 없다.
근데! 이 말을 조심해서 들어야 한다.
있는 그대로 나는 인간으로서 소중할지는 몰라도, 배우로서는 그렇게 하면 아무도 안 사간다.
당신이 송혜교, 차은우 얼굴이 아니라면 말이다.
이미지메이킹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사고 싶게끔. 다른 사람의 모습을 따라 하라는 것이 아닌, 내가 가진 여러 모습 중에서 호감이 되는 모습을 선택하여 그것을 더 세련되게 가꿔야 한다는 말이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봐라.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모습 중 가장 멋진 모습으로 시장에 나가야, 사는 사람 입장에서 선택하고 싶지 않을까?
[연기 칼럼] 영화·드라마 오디션, 왜 나만 연락이 안 올까?
"내가 얻는 보상은 내가 제공한 가치와 완벽히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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