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 :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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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발상에 관한 단상

goodcine goodcine
2004년 02월 04일 05시 50분 29초 714434 12
훔... 뭐 대단한 발상법을 제시하려는 것은 아니구요,
얼마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라는 책을 봤는데요,
작가의 말에 이렇게 쓰여있더군요.
'장편을 쓰면서도 매일 1시간씩 시간을 내 단편을 써 왔다'
'주변에서 소재를 찾는다'
첫번째 말에서는 충격을 받았고 - 넌 대체 뭘하는 거냐. 남들(?)은 하루에 한 시간씩 글을 쓴다는데... 쩝
두번째 말에서는 고민을 받았습니다.
주변에서 찾으라니...
나라고 신문 안 뒤지고
인터넷에서 '해외 토픽' 안 보는 줄 아나?
그런데서 독특한 아이디어를 얻은 적도 있지만 이건 너무 관념적인 말 아닌가.
누구나 하는 이야기 아닌가.
주변에서 찾고 자기 자신의 경험에서 찾으라...
그게 최고이고,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는 방법이다.
왜냐하면 자신의 이야기이니 자신있는 것 아닌가...
정말 그런 이야기야 시나리오 관련 책자에서도 많이 봤던 것 아닙니까 들....

그렇게 고민하던 중,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 정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진짜 주변에서 찾아보자
(베르베르도 비슷하게 지적했지만)

* 제일 아침 눈을 떠서 뭘 하더라... 물을 마시지...
1. 이 물이 노화된 세포의 RNA를 획기적인 '전사'를 통해 새 세포로 거듭나게 하는 일명 '크루나아제'라는 신물질인데, 최근 영국에서 한 연구자가 자신의 몸으로 임상 실험하다가...
* 물을 마시곤 대변을 보는데...
2. 대변기의 둥그런 부분에서 레이저가 나오는 거야. 똥꼬를 향해 집중적인 포화를 퍼부어 괄약근의 세기가 같은 시각 어제와 어떤 변화가 있는지 추적하는 거지. 그 결과를 그래프로 출력해 인터넷에 자동으로 올리는데, 이 정보가 누출되면서 성범죄자 인명공개 같은 커다란 파장을...
* 그리곤 아침운동을 하기도 하지...(본인은 절대로 안함)
3. 운동화를 신는데 이 운동화의 족적은 곧바로 지하세계인 '하운지융'의 나의 또다른 객체에게 전달하는 대화의 하나이기도 해. 하운지융 객체는 중력의 영향에 의해 납짝한 유기체 모습을 하고 있는데 천년에 한 번 지상으로 올라온다는 거지...
* 잘 뛰다가 넘어진단 말이지... (본인은 운동도 안할 뿐더러 키도 별로 안 커 절대 안 넘어짐)
4. 이 놈의 돌맹이가 사실은 '전류'를 필요로 하지 않으면서도 각 분자의 고유진동수가 주변의 어떤 주파수도 손실없이 기록을 하는 획기적인 물질인 거야. 그러니 회전도 필요없고 전류도 필요없는 새로운 메모리칩으로 각광받게 되고 그래서 전 세계 인구 80%가 금광을 캐듯 석광을 캐기 시작했다지 뭐유...

뭐, 이런식의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들을 생각해보는 거죠.
물론 스토리가 모두 '판타지'로 흐른 느낌이 있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스토리 소재를 '주변에서 찾아보자'라는 말이 바로 저런 거 아닐까 싶습니다.
좀 더 현실적인 스토리로 발상해 보자면

* 버스를 탔는데 기사의 미소가 좀 희한하더란 말이지...
5. 그는 사실 3일전에 회사에서 잘린 사람인데, 자신을 자르게 만든 그 버스 기사를 '처리'하고 대신 이 버스를 몰고 있는 것이며, 그래서 차비가 모두 자기 수중에 들어올 것을 알고 좋아하는 거지. 그러나 막차 시간이 다가오면서 진땀을 빼게 되지. 이전 기사는 어디 갔느냐. 이건 버스 탈취다. 넌 콩밥도 과해. 등의 이야기를 들을게 뻔하거든.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손님이 가득찬 버스를 몰고 코스를 벗어나 동해안으로 내 달리는 거야. 마침 버스 안에는 인턴 의사도 있고, 창녀도 있으며 동성애자도 있고 학자도 있는데, 납치 여행을 통해 그들 나름대로의 사회를 만들게 되고 질서가 생기자...
* 사고쳤다고 사기치고 엄마한테 돈 부치라 했는데, 왜 아직 안들어오는 거지... 궁민은행이 저깄군...
6. 번호표를 집는 순간 지문이 인식되면서 내 지갑의 크레딧 카드에 입금된 돈이 자동충전되는 거지. 이 새로운 시스템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는데, 엄지 손가락의 지문만 인식할뿐 그게 생체든 아니든 상관 안하는거야.
6-1. 4번 창구 아가씨 괜찮네... 고운 피부에 고운 목소리... 하지만 그녀는 홀 어머니를 부양해야 하고 남동생의 학비를 벌어야하는 피곤한 인생을 살고 있어. 자꾸만 저 아가씨를 호출하는 과장이란 사람은 유부남이면서 그 아가씨의 약점을 이용해 추근덕대고 있는 중이고... 내가 저 아가씨라면 무엇을 택할까? 방금 처리한 저 손님과 주고받는 눈길이 뭔가 수상해... 사실은 저 남자와 공모해 유부남 과장의 소원을 들어주는 척하면서 사기를 치는 거지. 이후 그 남자와 저 아가씨는 은행을 접수하게 되고....
* 사무실에서 자장면을 시켰는데, 말이 빠르고 유쾌한 노랑머리 배달원이 음식을 내려놓으며 '이번엔 무슨 영화 찍으세요? 우와... 신미도 죽이던데요 잉~ 그런 거 만드세요?' 하고 친밀하게 말하더란 말이지...
7. 사실 이 친구는 경쟁 영화사의 스파이인 거야. 이렇게 정보를 모아서 경쟁 영화사 기획실에 건당 3백을 받고 파는 거지. 이 사업을 위해 대치 제3동 모든 전화 회선을 집에 있는 친구 양군의 시스템으로 연결시켜 놓아서 언제나 자기만 배달을 나갈 수 있게 한 거지. 물론 양군은 요리도 해... 다만 자장면 밖에 못 만드는게 탈이지. 이번에 사업을 확장해 '삭스핀'까지 만드는 요리사를 채용했는데, 그 사람이 사실은 경쟁 스파이 회사의 스파이인 거지... (후후. 마치 큐브 감독이 만든 영화 뭡니까... 그거 같네...)

이야기가 장황해졌는데요,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로 옮기는 게 가장 좋다는 거야 기본적인 사실이고
주변에서 소재를 찾자고 하는 관념적인 이야기를 실제로 옮겨보면
뭐 이렇게 되는 거 아닌가 하는 '단상'을 해 본겁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남들(?)처럼 하루에 한 시간씩이라도 시간을 내 단편을 써보는 거지요
단편 영화가 됐든 단편 소설이 됐든...

저도 사실 시도도 해봤고, 여전히 시도 중이기도 합니다.
좋은 발상법 있으면 함께 공유할 수 있게 댓글 부탁합니다.
참고로 첨부하는 파일은 '4'번을 진짜로 착상해본 후 쓰다가 만 판타지 소설의 첫부분입니다.
누구 글빨 좋으신 분은 이어달리기 함 해보자구요.
그럼 모두에게 건승있으시길!!
[대박 만세]
첨부파일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73lang
2004.02.05 18:13
잘 읽었슴다

시나리오 뿐만 아니라 글짓거리의 영감을 얻는 방법에 대해서 아조 명쾌하게 해답을 제시한 사람이 있드만요

쌀국 호러소설의 대가인 스티븐 킹이 말허길

"기막힌 발상을 할 수 있는 비법이라고라??....아침부터 저녁까정 아니면 저녁부텀 새벽까정

매냥 허벌라게 쓰다보면 되넌디....--;;;;

왜 나헌티넌 영감의 여신 뮤즈가 안 찾아오나 걱정하지 말구

매일 규칙적으루 뮤즈헌티 '나 시방 글쓰구 있다이-'허구 알려주다보면

뮤즈가 알아서 찾아온당께요~!" 라구 말했답미다요 ^^;;;

즉 허벌라게 쓰는방뻡! 끊임읍넌 로력~!

긋씨네님께서도 기가막히 씨나료 한편 쓰시길...


뱀발 : 우에 야그랑 똑같은 말을 한 박민규라넌 작가분이 계신디요

그분 말씀이 이종격투기 미들급 챔피온인 반다레이 실바의 인터뷰 중 한 대목(기자가 오늘 작전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쌔리고 쌔리고 또 쌔린다')를 인용하면스롱

쓰고 쓰고 또 씁미다요'라구 대답허드만요

우겔겔...

........................영화럴 꿈꾸며 뇨(女)자럴 꿈꾸넌 당랑타법 1분에 14타
ibis
2004.04.09 00:00
당랑타법님은 1분에 14타 치면서 사투리까지...대단하십니다...
filmone
2004.10.29 00:29
저도 한때는 베르베르를 따라해보려고 일끝나고 앉아 한 간씩 죽도록 뭔가를 짜내보기도 했고
스티븐킹이 일하던 공장 세탁기 위에서도 글을 썼다해서 열심히 화장실 같은데 앉아서도 긁적이며 쓰기도 했었죠.
요즘엔 하루끼가 자기가 쓰던 그 글을 끝내지 못하고 죽으면 너무 너무 억울하다 생각하며 썼다는데 자극받아
제발 저 이야기들을 마무리지어야지...결심 또 결심 매일 매일 결심 하며
그 결심한 마음이 식기전에 재빨리 노트북을 켜고 한 줄 씩 만이라도 써 나가자 노력중입니다
오늘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모두들 건필하십쇼.
smg8411
2006.03.12 22:59
1분에 14타라면은;;; 상당한 인내심을 가지고 계신듯..
wonjiney
2006.05.02 02:44
에구구... 머리 싸매고 있어도 안될때는 한잔 하고 싶은 생각뿐... 아침부터 저녁까지 허벌나게 써도 안될 때는 안되져...
cherry6540
2008.10.10 16:13
대단한데요. 저도 인내심을 갖고 발상연구좀 해야 겠습니다.
Profile
dmswlsdll
2009.02.18 21:41
다들 이렇게나 노력하시네요..^^
우리나라의 미래가 너무너무 밝습니다~
저도 이제 지금 까지 꾹 눌러오고 그냥 마냥 저냥 생각만 하던 일을...
조금은 실천이란걸 해볼려고 합니다.. 글은 실천은 어렵지 않자나요~
그냥 내생각 주저리 주저리 쓰면,, 쓰다보면~
시작이 반 이라는 생각으로 요즘 조심히 시작하려 합니다~
다들 멋지십니다^^
골방작가
2011.05.26 03:35
내 단편이라는 말에서 팍하고 점화하네요. 고마워요 좋은 글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Profile
포도맛로션
2013.05.17 00:13
골방작가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좋은글 감사합니당 ㅎㅎ
루키아
2013.05.05 21:54
저는 갑자기 지나가다가 어느 장면이 딱 멈추는 거 느껴져요
그리고 스토리가 생각나요
근데 그런게 내개 특별한 곳에 여행을 가서 느낀다 보다는
다른 예술작품을 본다던가 매일 보던 것이 다르게 보일때 그런 것 같아요
결론은 좋은 아이디어는 다른 시각으로부터 오는 것 같아요
ㅎㅎㅎㅎ 제가 써 놓고 이해가 안되네요
Profile
포도맛로션
2015.04.10 16:48
정말... 저도 글 쓰려고 별 짓 다하네요...... 하아 ㅋ..
밍밍잉
2017.07.30 17:22
오 맞아요 저도 떠오르는 것들 기록 안해놔서 놓친적이 몇번있는데 항상 떠올리려고 노력하고 기록하는 습관이 역시 중요하겠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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