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수원지검의 검사가 자신에게 항의성 메일을 보냈던 여교사를 소환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여기저기서 그에 관한 짤막한 기사가 돌았고,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그 검사를 다시 욕하는 분위기로 갔었습니다. 그 기사만을 보고서는 그런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겠지요.
개인정보 유출되는 일 정도는 이제 문제 삼지도 않는 우리나라 인터넷 환경을 잘 모르는 .. 그런 분위기에 있었을지도 모르고, 개인정보 유출을 너무 관대하게 바라보는 일반 네티즌들의 시각자체에도 문제가 있을수 있고.. 역시 그런 개인정보를 팔아먹고 사는 불쌍한 사람들을 양산하는 어떤 환경도 문제일테고..
암튼 아래글은 그 김검사라는 사람이 자신의 입장을 어느 게시판에 올렸다가 지운글이랍니다.
한겨레에서 퍼왔습니다.
그 수많은 욕설이 난무하는 게시판들에는 남의 생각을 듣는일에 서투른 사람들이 많죠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의견에 너무 쉽게 다친 모습을 보입니다.
아이들이나 입에 담을만한 상욕들을 하고 .. 저 사람의 학력 교양정도를 의심할 수 밖에 없는 그런 글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상하게 확신이 듭니다. 저들 중에 분명히 박사 석사 수두룩 할것 같은 확신말예요.
익명이라는거.. 그리고 그 속에 들어가기만 하면 더 이상 개인으로 남을 수 없는,수많은 익명들의 거대한 집합..결국 그 안에 들어가기만 하면 도매급으로 그냥 넘어가 아주 천박한 싸구려가 되고 맙니다.
세계최고라는 인터넷 환경이나 아주 선정적인 tv.. 뉴스건 드라마건 .. 쇼프로는 말할것도 없고..
그 속으로 들어가면 그날로 끝이 나는것 같습니다.
잘난척 고고하게 나 혼자로 남기를 바라는 수 많은 사람들 그 개개인의 인격과,
홍수처럼 쏟아지는 천박하고 선정적이고 그리고 오염되기까지 한 대중 매체를 직접 생산하고 아주 자알 ~ 맛있게 소비하는 집단으로서의 그것. 이해하기 힘든일인건가요 ? 당연한 건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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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급적 회원님들끼리 운영하는 카페여서 글을 남기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일은 방송의 태도가 좀 의아스럽다고 할 면이 많아서 실상을 알려드립니다. 이것이 유명세인가 보다라고 생각은 하면서도 영 개운치 않아서 몇자 적습니다.
대통령과 토론회가 끝나고 다음 날 메일을 열어보자 이상한 메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냥 막무가내로 "야! 너가 뭔데 대통령한테 막말이야. 야 ! "어쩌고 하면서 계속 같은 내용이었습니다. 그래서 항의 메일이 왔구나 하고서 인터넷에 많이 올라온 욕설 메일과 같으니 삭제를 하려다가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굴까? 어떻게 내 개인 이메일 주소를 알았을까?
즉시 직원에게 시켜 상대방을 확인하여 보니 나를 전혀 모른다는 겁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내 개인 이메일을 알았냐고 하자 황당한 얘기를 했습니다, 당시 그 여자분이 아이러브스쿨 같은 곳에서 어떻게 알았다면 그냥 웃고 말았을 텐데, 고등학교의 여교사인 그 여자의 얘기는 "인터넷에 떠도는 토론회에 나온 검사들의 이메일을 보고 메일을 보낸 것이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이것은 사실이라면 엄청난 범죄요 엄청난 보안 누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여자가 메일을 보낸 입력 시간이 토론회가 끝난지 하루도 아닌 단 1시간 30분만에 들어온 것이었습니다. 해킹일까? 한메일측의 직원 중 누가 개인 정보들을 유출시킨 것일까? 어느 쪽이라도 정보화 사회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를 포함하여 검사들의 인적 사항이 단 1시간 30분만에 인터넷에 돌아다닌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지요.
즉시 동료 검사에게 자초지종을 얘기하여 동료 검사가 해킹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그 여자를 소환하였습니다. 나와서 인적사항을 본 인터넷 사이트를 알려달라고 하자 흔쾌히 승낙했습니다. 그러더니 약속일에 나오지 않고 못 나가니 마음대로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직원들이 나가 수업 중이라 교장선생님께 자초지종을 얘기하고서 협조를 부탁하였던 것입니다. 교장 선생님은 글 내용을 보고 당혹스러운 눈치이더니 해당 선생을 불러 협조를 부탁하자 그 선생은 다음 날 출석을 약속했습니다.
다음날이 바로 그저께였지요. 그런데 그 여자는 출석하기 전에 오마이뉴스와 한겨레 신문에 자신이 항의성 메일을 보낸 것에 대하여 검찰의 조사를 받게 되어 억울하다는 내용의 글을 보냈습니다. 그러자 한겨레신문과 오마이뉴스는 즉시 거칠게 항의성 취재를 했습니다.
이보슈! 글의 내용이 문제가 아니라 개인 정보를 빼가는 범죄 행위를 밝혀내고자 하는 것인데 뭐가 잘못되었다는 것이요?라고 하자 사안의 자초지종을 살펴보더니 한겨레신문과 오마이뉴스는 보도를 내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연합뉴스는 지방판으로 이런 것을 보도했고, 중앙일보는 취재도 안하고 허위 내용으로 마치 담당 검사와 직접 통화한 것처럼, 마치 김 검사가 직접 조사를 한 것처럼 엉터리 보도를 했습니다. 저는 수사에 관여한 적도 없고 그 여자 얼굴도 본 적이 없는데 말입니다. 참으로 쉽게 봉급을 받고 산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취재를 안하고 소설을 써도 봉급을 주다니.....
여자가 왔습니다. 역시 인터넷에서 보았다고 했답니다. 검사 10명의 인적사항과 이메일이 들어있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수사를 맡은 검사가 어떤 컴퓨터로 접속했냐고 하자 집의 컴퓨터로 했다고 했습니다. 접속한 인터넷 사이트도 알려 주었습니다. 자신의 컴퓨터를 확인하라면서 자기도 궁금하니 인터넷에 개인 정보를 올린 사람을 확인하여 달랍니다.
직원들이 그 여자와 다시 서울로 갔습니다. 컴퓨터를 갖고 다시 낑낑거리고 와 동료 검사는 밤늦게 조사를 했습니다. 역시 인터넷 얘기 뿐입니다.
다음 날 컴퓨터를 조사한 결과 인터넷에 자신이 주장한 인터넷 사이트 접속 기록이 없었습니다. 그럼 어디서 개인 신상을 구한 것일까?
그런데 그 다음부터가 문제였습니다. 신문사들은 오히려 그 여자가 문제라며 쓰지 않는다고 하는데, sbs, kbs, mbc에서 방송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일부는 데스크에서 무조건 쓰라고 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기사 취재는 좋다. 다만 공정하게 있는 그대로 과정을 보도하여 달라."고 했지요. 그러마고 하더군요. 그런데 방송에는 "검사의 힘, 화풀이 수사"라는 제목으로 "그 여자는 너무 억울하다. 메일을 보낸 것을 가지고 검사가 기분이 나빠 여자를 검찰청으로 불러 겁을 주었다."는 식으로 보도가 되고, 제가 그 여자를 불러 조사를 한 것으로 보이도록 하고서 대부분의 과정은 빼버리더군요.
취재 당시 기자에게 인터넷상의 비방글, 대부분 욕설인 글을 보여주며, 화풀이성이라면 이런 글에 대하여 수천 명을 입건하지 욕설은 없는 왜 이 여자만 하겠소? 메일 내용이 문제가 아니라 검사들의 개인 신상 정보를 훔치거나 인터넷에서 보았다는 것에 대하여 경위를 조사하는 것인데 메일 내용 때문에 조사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이 보도하여 주시오라고 했지만, 역시 방송은 그런 것은 사치라고 보고 "검사가 메일을 보낸 것에 대하여 화가 나 수사를 했다. 고로 여자는 억울하다. 시민은 불안하다."는 식의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방송에서 하는 식으로 수사하면 정말 안되는 수사가 없겠습니다. 모든 수사가 성공하겠더군요. 보도란 공정이 생명이라고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느낀 지 오래건만 또 느꼈습니다.
검찰 내부에서는 모두 당연한 범죄 수사인데 왜 취재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인데....... 도대체 나도 모르겠네요. 잠자다가 하이에나에게 뒷덜미를 물린 느낌입니다. 개인 정보가 유출되어 문제라면서 당국의 엄정한 보안 및 감시를 촉구하던 방송들은 모두 외국의 방송이었던가!!!!
제 유일한 희망이자 욕심이 "양심팔지 않고 검사 생활을 하다가 그만두는 것"인데 왜 엉뚱한 사람들이 양심을 파는지 모르겠네요.
대통령께서는 오보와의 전쟁을 하라고 강력히 얘기한 적이 있다지요? 검찰권은 싸우고 구속되면서 쟁취하라고 말씀하시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번 오보를 한 기자들에게 손해배상 등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얘기하였습니다. 그리고 실천에 옮기도록 하겠습니다.
모두 건강하십시오.
오늘은 왠지... 나를 숨기고 싶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