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날에 우리는....

weirdo
2004년 04월 27일 15시 48분 41초 2561 7 3
다시 도계로 온지 십일쯤 되었는지 아닌지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삼십회차쯤 촬영했는지 아닌지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오십몇씬쯤 찍어냈는지 아닌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건 잘 몰라도 될겁니다....


하루 하루, 앵글에 걸리는 꽃과 나뭇잎들을 사정없이 떼어내며 촬영을 하다가....
(처음엔, <꽃 '떼'는 봄이 오면> 이란 제목으로 꽃떼는 이야기를 쓰려고 했었습니다.
그러다 창 밖 흐린 하늘이 제목과 내용을 바꾸어버렸네요)

어제, 비가 와서 촬영을 쉬었습니다.
오늘, 비가 와서 촬영을 쉬고 있습니다.
좋습니다.
쉬어서 좋은건지, 비가와서 좋은건지는 당신에게 물어보세요.

어제,
삼척에서 태백으로 넘어가는 높은 고개위에 위치한 우리 숙소엔
한치앞도 안 보일 만큼의 안개가 끼어버렸습니다.
가리워진 길, 좋았습니다.

심심해 하는 아역배우와 여성스탭을 태우고 한시간을 달려 동해에 있는 이마트를 다녀왔습니다.
좋습니다. 이젠, 이마트도 좋습니다.

비내리는 바다도 잠깐 들렀습니다.
비내리는 바다는 원래 좋습니다.
잠깐 유치한 변신을 하고는, 비맞으며 모래사장을 뛰어보기도 하고, 한번씩 소리도 질러보고.
좋았습니다.

밤에는, 음악감독님이 짙은 안개 뚫고 먼 길 찾아 이곳에 오셨습니다.

방에서 술좀 마시다가.. 자정 지나 날이 바뀌면서, 우리 감독님이 생일을 맞으신거죠.
음악감독님이 한 잔 사시겠답니다.
숙소 위 '스카이 라운지'에 올랐습니다.(이런 곳도 있습니다. 좋습니다.)

그곳엔, 조그만 통기타 무대가 마련되어있습니다. 원래는 이곳 소속 '가수'가 노래하는.

하지만 어제는(정확히 오늘이네요),
'꽃봄' 공인 가수인 연출부 이택경군과 민식아저씨 매니져 이준혁군이 이미 무대를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참, 이 친구들, 노래를 하면 공짜술을 준다며 스카이라운지로 올라가는 것을 한두시간 전쯤 보았었군요.
(정말 공짜술을 마셨는지는 확인 못했습니다.)

어디 내놔도 손색없을 그들의 통기타 반주와 노래를 들으며 술잔을 기울이다....
감독님, 마음이 동하셨습니다.
음악감독님, 크게 다르지 않으셨습니다.

생일기념 무대라고 할만한 자리가 마련되었습니다.

음악감독님이 손수 반주해주시고, 감독님이 몇곡의 노래를 부르십니다.
연주가 확실히 다르십니다. 번쩍이지 않으면서도 맛깔스런 애드립.
감독님, 영광이라며 좋아하십니다. 멋진 생일 선물입니다.

그곳에 있던 다른 손님들까지도 박수치고 환호하고 .
"오빠", "아저씨", "감독님", "감독오빠" 다 찾으며 술 한잔씩 권하고..


감독님이 말씀하십니다.
"야, 성우형이 '시청앞 지하철 역에서' 부를 때 얼마나 귀여운지 알어?"

이렇게, 음악감독님의 연주와 노래로 불려진 "시청앞 지하철 역에서"가 그날의 마지막 곡이 되었습니다.
좋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다 좋군요.
다 좋은거군요....
다 좋은겁니까....

....

비는 계속 내립니다....

도계에..
꽃봄에...
마음속에....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lifesky
2004.04.27 16:17
아... 좋았겠다.. 술먹어서 좋았겠고 노래들어서 좋았겠습니다그려...
marlowe71
2004.04.27 23:08
허걱 그러셨군요. 늦게나마 감독님 생신 축하드립니다. ^^
uni592
2004.04.27 23:30
미나언니 생일 축하해요~ 건강하세요. 담배 좀 줄이시고.
Profile
hal9000
2004.04.28 01:03
이번 생일은 강원도 도계에서 맞으셨군요. 축하합니다!
그러고 보니 노래 들어본지도 꽤 된 듯 하군요..
silbob
2004.04.28 01:14
축하드립니다. 촬영 끝날때까지 건강하세요. 촬영후에도요;; 후반작업 후에도요;;; 개봉 후에도요;;;;
Profile
jelsomina
2004.04.28 02:32
모두 고맙습니다. 사진은 제가 지웠습니다.
vincent
2004.04.28 09:47
멀리서나마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사진은 잘 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