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에서 만난 이물im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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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09월 30일 00시 50분 42초 2611 5 1
오늘은 전철을 타고 안양에 가서
인도네시아에서 온 이물imul을 만났습니다.


외국인노동자센터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었는데
이 친구- 저랑 동갑이랍니다-가 곧장 연락을 해왔더군요.

정장을 입고 안양역에서 저를 기다리던 이물은
제가 먼 길을 왔다고 미안해했습니다.
수중에 있던 돈은 전부 삼천몇백원. 도저히 어디 들어가자고 할 수가 없어서
적당히 역사 안에서 이야기를 할까 했는데 자기가 저를 데리고 나갑니다.

제가 주문한 건 천오백원짜리 원두커피. (안양 좋더군요)
맨하탄을 마시는 이물.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삼년반쯤 되었다는데 우리말 실력이 훌륭하더군요.
인터넷쇼핑몰 물류 배송담당으로 일하고 있답니다.
보수도 꽤 좋은 편이고. 비교적 시간 내기도 수월하다고.

시나리오를 주는 대신 우선 이야기로 풀고.
진지하면서도 유쾌한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
영화를 보고나온 누군가가
길에서 외국인노동자를 만나면 그 사람을 다시 한번 보게되는,
그런 이야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고 이물은 좋아해주었습니다.
또 그 친구한테 몇마디 가르침도 받고요.

이물의 이야기는 재미가 있었는데
피곤한 탓인지 글로 잘 안만들어지네요.

빌려간 디카로 사진도 찍고. 쑥스러워하는.
이물은 애칭이라, 풀네임을 알려달라고 하니
뭐라고 뭐라고 하는데 못알아들었습니다.
그러면서, 그 나라 왕족들은 이름이 스무글자가 넘는답니다.

전철표를 사왔더니 척 악수를 청하는 이물.
저를 보내고 돌아갔습니다. (역시 오늘의 손님은 저였습니다. 커피까지 얻어마시는...)
계단 내려가면서 든 생각은, 이름을 적어주겠다고 했는데 까먹었구나.

전철이 떠날때쯤 메세지가 왔습니다.

'제 이름 MULADRI JASRIL'

안양에서 만난 물라드리 자스릴.
이물하고 오늘부로 친구하기로 했습니다.
기대치보다 약간 덜 순박해뵈어서 아직 결정은 못내렸지만요.



한편, 자금 마련은 여전히 고민입니다.
학교 장비를 쓴다고 해도
후반작업까지 3~5백만원 정도가 저희 학교작품 평균이라네요.

우선 비행기표 살 정도가 마련되는대로 인도네시아에 갈 예정입니다.
사상 첫 해외로케라는 타이틀을 달게 생겼습니다.
저희 과 동기 중에 통역이 있고(말레이-인니어과 졸업 후 현지에서 근무했던),
그를 통해 현지 숙식은 해결된 상태입니다.

프로듀서인 wanie군이 분투 중이고,
후원회원님들도 하나둘 나타나주고 계십니다. 고마운 분들이십니다.
그분들을 상대로 저는
누구누구 회원님께는 오리지날 프린트 필름이 다섯프레임 들어있는,
<잠수왕 무함마드> VHS 스페셜에디션을 증정!
그런 식으로 웃기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내일은 집에 전화를 해야겠네요.
오늘은 너무 늦어버렸고.


안양에서 신이문까지 전철을 타고 오다가 문득
아아 내가 지금 일을 벌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해봐야지요. 해보겠습니다.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yethink
2003.09.30 11:10
힘내십시오.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
stylepd
2003.09.30 14:17
화이팅입니다....^^
shama1212
2003.09.30 17:57
와우~ 대단하시네여~ 남들은 생각에서 그칠일을 행동으로 옮기시다니....
아무튼 기대할께여~
wanie
2003.09.30 18:14
구했다.. 너무 걱정말라던 내 말을 지킨 듯 싶어 맘이 좀 놓인다. 아직까진 그리 세상을 드럽게 살아오지않았단 반증인 듯 싶기두 하구.... 이제 열심히 만들 일만 남은건가.... 처음에 가졌던 의도대로 따땃한 영화가 나오길 다시 한번 바래본다.. 화이팅이다.. 택경군..
Profile
chriswon
2003.10.01 22:58
님의 신선함과 열정이 보기 좋고 또 부럽습니다. 홧팅!! 후원이라긴 너무 거창하고.. 뭔가 도움이 될일이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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