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카드' 제작일지19

yekam yekam
2003년 04월 10일 23시 41분 49초 5138 8 262
와일드카드1.jpg

-촬영 보고서

촬영 기간 - 5개월 5일
촬영 횟수 - 57회
총 사용 필름 - 11만자 조금 넘나?
촬영 인원 - 50~70명
연기자 - 72명
보조출연 - 7400명

준수하죠? 이제 그림은 다 만들었으니 조각 맞추기만 하면 모두 끝이 납니다. 촬영에 협조 해주신 모든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좀 싱거운 쫑파티 였죠? 40여일의 공백이 조금 서운한 쫑파티를 만들어 버렸네요. 시원 또는 섭섭중에 무엇이 먼저인가를 꼽으라면 개인적으로 시원을 꼽고 싶네요. 가장 큰 역활을 한 한국 마사회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한국 마사회 분들께... 대학시절 어중띠게 대중문화론을 배운적이 있습니다. 물론 단 한줄도 제대로 탐독해본 적 없는 두껍고 재미없는 이론서적이었죠. 그 과목의 수강을 마치고 자판기 커피한잔과도 안바꾸던 그런 책이었습니다. 뭐 그런것 아니겠습니까. 문화라는건 배운다고 되는것도 아니고 또 가르칠수 없는 무형의 지식이자 자습자득의 소산물이니까요. 저 역시 문화의 중요성을 무심히 보낸시절이 있었으니까요. 돌이켜보면 그 기간 역시 문화를 습득하는 다른 형태의 공부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마사회분들... 경마장 빌려주시지 않아도 됩니다. 냄새나는 외투에 가끔 술냄새도 팍팍 풍겨대며 현금 인출기에 줄을 서서 노란 종이에 목숨을 건 사람들이 모여 무에 그리 대단한 일을 하는진 몰라도 신성하다고 자꾸 우기시기에 그런줄 알고는 있겠습니다만(마사회가 신성하다니 망아지가 웃고 가겠네요. 껄껄껄) 당신들의 무모한 미련곰탱스러움을 신성함으로 감추기엔 그 신성함은 너무도 작고 초라해 보여 안타 깝습니다.

-마사회 홍보실 정도면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집단으로 알고있는데 그 최고의 엘리트들의 문화적 수준과 사고가 과히 놀라울 정도로 바닥을 기고 있는게 코끝을 찡하게 합니다. 정말 놀라서 묻는 건데 마사회란 이문세씨가 MC를 보는 겁니까? 아니면 말들의 사회란  말입니까?  만약 그렇다면 이름하난 제대로 지었네요. 말(馬)들과 당신들의 문화수준이 비슷하다고 느끼니까요. 사실 돈사회보단 낫지 않습니까?

-동대문, 남대문 광화문 독립문 근처 도로를 가보셨습니까? 복잡하죠? 그 복잡한 도로에 왜 쓸모도 없는 그 낡은 건축물을 방치해 두었을까요. 그것도 모자라서 보물몇호니 국보 몇호니 번호까지 먹여서 훼손을 할 경우엔 어마어마한 중죄를 적용시키는 이유는 뭘까요. 보통 그 건출물들을 이렇게 부르곤 하죠. '문화유산' ...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 마사회 홍보실 직원분중에 누구 똑똑한 사람있으면 남대문을 돈으로 환산해 보세요. 가능하다면 말입니다.

-음악을 듣고 눈물을 흘려보시적 있으세요?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즐겨듣는 음악이 있으세요? 사랑하는 연인과 이별후에 당신을 위로해주는 음악이 있습니까? 누군가 그음악을 못듣게 한다면 당신의 기분은 어떻게 될까요? 어떤 소설을 읽고 감동을 받으신적 있으세요? 자신의 인생을 뒤바꿔 버린적은요.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는 정말 중요한 계기가 당신이 읽은 그 하찮고 신성치 못한 소설 아니었습니까?

-모르겠습니다. 전 영화를 보며 꿈을 키워왔으며 음악을 들으며 사랑과 이별을 해왔고 소설을 읽으며 용서와 이해를 배웠습니다. 그리고 동대문 남대문을 광화문을 보며 낭만을 느꼈습니다. 그럼 뭐합니까? 이따위 저급한 쓰래기같은 문화는 신성한 레저스포츠인 경마를 위해 희생할 수 밖에요.

-한국 마사회 홍보실 직원 여러분 정말 수고많으셨습니다. 100원내고 200,300원 가져가는 무노동 소득체계를 만들어 파출부 나가는 마누라 쥐어패고 가지고 나온 돈 다날리면 이 카드 저 카드 남발하여 빚쟁이 되고 폐가망신하고도 정신 못차려 도둑질에 사기에 심지어는 살인까지 저지르게 만드는 사행성 국가인정 도박장을 훌륭하고 번듯하게 홍보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 집단 대한 마사회 홍보실 직원 여러분들의 노고에 눈물이 날 지경이네요.

-가능할진 모르겠지만 이마에 일(一)자가 주욱 긁어진 가끔 통키타 치시는 그분을 만나보고 싶습니다. 싶고요. 또 어이하여 그런 번듯한 돈벌이에 공원이라는 공익성 명칭을 허락 해놓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이용할수 있는 자유스러운 공간이 어째서 유독 영화 촬영은 불가능한지 묻고 싶습니다. 싶고요.

- 마사회가 영화촬영을 불허했을때 과천 경마장 대자보에 이런글을 남기고 싶더군요. "마사회 직원은 와일드 카드를 절대 보실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말냄새가 너무 지독하거든요. 돌아가서 말 항문이나 닦으세요" 라고... 그런데 차마 그럴수 없더군요. 경마공원이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들이 자유스럽게 이용할 수 있듯이 (와일드카드 제작진은 이용할 수 없지만) 영화 와일드 카드 역시 대한민국은 물론 영사기와 스피커만 있으면 세계 어디서나 관람 할수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와일드 카드 제작진은 눈물을 삼키며 결정을 내렸습니다. "마사회직원들도 와일드 카드를 볼수 있게 하자" 이렇게 말입니다. 정말 관대하지 않습니까?

p.s 제가 가진 만화책이 하나 있거든요? 그런데 그 낡은 만화책과 경마장을 바꾸자고 말하면 전 안바꿀 겁니다. 전 예전에 그 만화책을 보고 감동을 받은적이 있거든요.
감동이란게 뭔가 아시면 좋겠습니다.영화 보러오세요. 문화를 즐기실 능력은 없겠지만 권리는 있으니까요.

-제작일지에 별걸 다 쓰죠? 그쵸?  안녕히 주무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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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crom0410
2003.04.11 05:11
안녕하세요?
전 바람의 파이터 팀입니다.
그동안 매일 매일 와일드 카드 제작일지를 보면서..
하고싶은 말 다하는 님의 그 놀라운 언변들에.. ^^;;
제 나름대로 많은 생각들과 다짐들과 우슴들(?)을 삼키곤 했는데
그 큰 즐거움이 줄 것 같네요..
너무 너무 수고 하셨구요...
영화로 그동안 수고 하신 것 꼼꼼히 보겠습니다...
영화가 극장에 걸리는 날까지..
아니.. 대한민국.. 영화를 만들고자 땀흘리는 모든 사람이
행복할때까지..
다들.. 평안 하십쇼... (T0T)
홧팅!!
daturada
2003.04.11 17:06
음 그동안 제작일지 잘 읽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자세하고 많은 정볼 재미있게 써주셔서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그런데 저도 마사회가 촬영 불허한건 좀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이건 좀 심하신거 같습니다.
만약 제가 어떤 장소의 주인이고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촬영요청을 거부할 권리도 있는 겁니다.
이런식이면 무서워서 우리나라 모든 단체나 개인은 촬영요청에 모두 응해야 되겠내요.
상대방이 노하면 조금은 쿨하게 반응하는게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촬영요청은 촬영요청이고 경마장의 존재이유나 정당성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나름대로 많은 사람이 그걸 통해 건전하게 스트레스 해소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yekam님께서 만화책을 경마장과 안바꿀 권리도 있고 경마장측도 촬영불헐 할수도 있습니다.
Profile
yekam
글쓴이
2003.04.12 02:50
죄송합니다. 마사회 사이트에는 조금 다른 버전으로 올렸구요.(경마를 즐기는 사람들이 피해를 받지 않는 글) 필름메이커스에 쓴건 개인적인 생각을 조금 첨부해서 쓴 글입니다. 이곳에서 까지 이 문제로 왈가 왈부하고 싶지 않습니다. 사실 많이 지쳤거든요. 거슬리면 삭제토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경마장의 주인은 대한민국의 국민입니다. 삼성이나 현대 마사회가 아닌 한국마사회거든요. 국민의 세금을 걷어 만든 건물에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사람들이죠. 흔히들 공기업이라고들 합니다만.... 대한민국에 단 하나 밖에 없는 국가기관 소속단체 한국전력, 담배인삼공사, 마사회등등이 대중문화를 위해 장소협조를 거부하는걸 당연시 여긴다면 뭐 할말은 없습니다. 전 2.3.4.공화국시절의 정책이 몸에 맞질 않아서 말입니다.

우선은 와일드카드가 국민정서에 해를 끼치는 영화인지 다시한번 검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충고 감사드립니다.
jjsjj
2003.04.12 15:14
daturada님의 의견도 소중하지만 저도 역시 yekam님의 의견에 동조할 수밖에 없군요.
그동안 수고하셨구요... 와일드카드 출연한 단역배우 핸드폰에 있는 사진으로 조감독님 얼굴을 봤습니다.
괜시리 친근감을 느꼈구요... 앞으로도 하시는 일 모두 잘 되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하루속히 감독데뷔하시길 바라겠구요... 그럼 20000
Profile
drugdrug
2003.04.16 18:33
와일드카드팀의 무한한 자비에 성인의 숨결을 느낍니다. 마사회 직원들의 관람을 허하다니...쩝.
국민의 혈세없이는 연명할 방법도 없는 사람들이 되려 국민에게 권위주의적인 행태에 굴종하라 하는 것을 받아들여야 할 때마다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릅니다. 그리고 daturada님의 글을 읽으면서 한국 마사회가 경마장의 주인도 아니고,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할 개인도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어지네요. 개인의 사유물이라면 촬영 불허가 취향에 따라 당연히 가능하지만, 공공장소이므로 촬영 불허한 것은 월권행위라 판단됩니다. 그냥 밀고 들어가 찍어버리시지 그랬어요...
Profile
chocopie
2003.04.22 22:40
정말 오랜만이죠?
동안 eng랑 보면서 감독님 생각 많이 했어요
이제는 시사회 그리고 개봉일
언제나처럼 바로 이 자리에서...
땀과 사랑이 베어있는 작품이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우리 동근군에게 화이팅을 빌면서
그렇게 그렇게 기다리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
daturada
2003.04.23 02:03
음 이쯤에서 그만두면 좋은데. 도저히 안되는군요.
마사회의 촬영허가 문제는 둘째치고 먼저 원칙부터 생각해 봅시다. 영화촬영을 경제적 관점에서 본다면 이윤을 창출하려는 행위입니다. (물론 문화적이나 예술적 관점도 인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충무로 상업영화 하시는 분들이 최소한 이건 인정하실 겁니다.) 그래서 크랭크인전에 고사도 지내고 "이거 대박날까?" 혹은 대박나세요, 인사도 합디다.
그렇기 때문에(이윤추구 행위 결부)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단체든 아니든 무조건 촬영허가 해달라는 건 억지입니다.
왜냐면 영화촬영은 공익사업이 아닙니다. 뭐 돈내고 빌려달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여전히 그 장소(청와대가 됐든 감독님 친구 뒷마당이 됐든)의 운영자나 소유자나 "노"라고 말한다면 어쩔 수 없는 거지요. 물론 이 영화가 이윤추구를 하지 않는 순수한 독립영화라면 여러분들이 하시는 말씀이 옳을 수도 있겠죠.
참 착찹합니다. 이렇게 촬영 부탁하는 사람들이 고압적이고 일방적인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는거 같습니다. 물론 저도 영활 만드는 입장에서 좋기는 하지만 이런 태도들이 나중에는 나쁜 결과를 가져올까바 걱정됩니다.
Profile
yekam
글쓴이
2003.04.23 14:34
네 충고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욱 순수한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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