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2월 22일 일요일 / 날씨: 밤엔 춥답니다 / 16회 촬영 당일 촬영 4시간전 (무사고 52일째)
촬영 4 시간 전, 촬영 장소/사무실 바로 앞 도로
-희찬이가 오자마자 빙긋이 웃는다. 저놈이 나를 보고 웃을 놈이 아니다. 나만 보면 인상 박박 구기는 녀석인데 웃는다는 건 지각을 했기 때문일게다. 쥐길놈.
명인이가 오자마자 웃는다. 같은 이유다. 쥐길뇬. 사실 나도 조금 늦었다. 일찍 나오려고 했건만 꼰대가 개똥 치우고 같이 나가잖다. 치우는건 좋다. 깨끗하게 옷빨아 입고 나왔는데 이 개누무시끼 막 엉긴다. 다시 바지를 갈아입고 나왔다. ㅠ.ㅠ
-촬영시간 앞으로 4시간 남았다. 오늘의 여유는 어제의 나태를 가져왔고 그래서 우린 지금 졸라 바쁘다. 잡채밥 곱빼기가 왔다.
먹고 써야 겠다.
꺼억~ 배부르다. 사무실 사람들 국민음식 짜장면과 짬뽕을 절대 먹지 않는다. 간짜장은 기본이고 삼선짜장, 굴짬뽕, 고추짬뽕등 업그레이드 된 중국요리가 아니면 쳐다도 안본다. 세상 참 좋아 졌다. 예전같으면 제작부장한테 주둥이 두어대 터졌을 법 한데. 우리의 호프 제작부장 한술 더뜬다. "탕수육에 꼬량주하나"!!
-사무실 바로 앞에서 촬영하는 것은 충무로의 오래된 관습이다. 이같은 관습은 연출자의 고집보다는 제작자의 농락에 의해 결정되는 수가 많다. 그 이유는..
일단 이동거리가 아서 기름값이 안든다.
식당 섭외가 용이하여 식대를 졸라 깍을 수 있다.
소품, 의상등이 빵구가 나도 걱정이 없다. 가져오면 되니까.
보충촬영이 남아도 별 걱정 안한다. 나중에 찍고 나가거나 갔다와서 찍으면 되니까.
감독은 일요일 여의도 촬영을 선호한다. 도로가 텅텅비고 사람이 없어서 통제가 쉽기 때문이다. 감독이 어이하여 때깔이나 공간에 신경을 안 쓰고 여의도 같이 휑한 곳을 좋아하느냐고? 우리꼰대는 감독이기 이전에 제작자다. 가끔 사장님이라고 부르면 뒷통수 졸라 까지만 말이다. 촬영 16회중에 4회를 여의도에서 촬영했다. 제목을 "여의도 카드" 라고 바꿔야 할 듯 하다.
-요즘은 날씨가 많이 풀렸습니다. 날씨와 고생은 비례하지 않지만 머리 굴리는 일보다는 몽뚱이 굴리는 일이 우선되는 현장에서 버티려면 서슬퍼런 날씨보단 뭉글뭉글한 날씨가 조금 낫군요. 얼마전 고인이 된 스텝의 이름을 아무리 기억해 내려고 해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또 글러먹은 뇌세포 탓을 하고 싶지만 그러기엔 그들의 죽음이 너무도 헛되 보입니다. 같은 현장에 있었으면서 따뜻하게 이름 한번 불러보지 못한게 너무도 아쉽습니다. 다음 현장에선 스텝 이름을 한번씩은 불러 봐야 겠습니다. 촬영이 한시간 남았습니다. 무사고 무사고!!
다음까페에 와일드카드 까페가 생겼습니다. w.c. love 라고 이름을 지었는데 화장실 사랑 같군요. ^^
그곳에서 퍼온 재미있는 사진 몇장 퍼올립니다.
끔직해서 5초 이상 쳐다볼 수 없는 사진을 몇장 올립니다.
아직도 그때의 충격으로 눈을 감으면 악몽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평소 온화한 성격과 다정다감으로 똘똘 뭉친 그녀들의 실제
행각은 이렇듯 잔인했던 것입니다. ^^
(일단 머리부터 고문 시작하기 - 저 표정없는 얼굴을 보라!)
나름대로 참아보려 애쓰지만...
(상의하며 고문하기 기술을 펼쳐 보이는 그녀들... )
사람을 거의 미치게 만드는 고문기술.
그녀들의 잔혹성은 인간에게는 사용이 금지되어 있는 '고데기'를 서슴없이 고문 도구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그녀들의 특징은 언제나 무표정이라는 사실이다)
아 - 두 눈을 뜨고 쳐다볼 수 없는 참혹한 현장이었지만, 더 이상의 인권유린은 이제 사라져야 된다는 사명감이 나를 그 자리에 있게 했다. (사실은 눈 감고 찍음 TT)
주변 머리 집중 공략 고문기술
(본 머리를 지나 주변 머리로 갈때 쯤이면 이제 거의 고문도 끝나간다는 뜻이다. 일명 '쩜만 참아라. 다 돼간다' 기술. 이 기술은 GV2에서 공식 협찬하고 있다)
마무리는 언제나 기념촬영으로...
(이렇듯 대담하게 자행되는 그녀들의 고문행각은 고귀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도전으로 관련 학계에서 이미 검증 받은 적이 있다. 또한 멀쩡한 사람도 그녀들의 고문으로 이렇게 넋이 빠진 채 10년 동안 정신적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한다)
추신: 주로 영화촬영 현장에서 자주 목격되는 그녀들은 영화 촬영 중간 중간에 나타나 배우들의 얼굴과 머리를 집중 공격하고 홀연히 사라지는 특징이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글, 사진 : 최경우 (메이킹팀)
모델
고문하는사람 :조현숙,정가영(메이크업팀)
고문당하는놈 : 김희찬(조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