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두서없이 진행되는 회고록에 저희 식구들은 지난 촬영일정이 헷갈릴지도.. 혹시 그럴지도.. 모르지만.
모름지기 글이란 필자의 맘대로입니다. 기억나는데로 제 맘대로 진행하겠습니다.
저희 영화의 남자주인공. 성수오빠의 극중 직업은 호스피스입니다. 간병인이라고도 하는..
예상하신대로 병원분량 무자게 많았습니다.
많은건 문제가 아닙니다. 이 분량을 단 이틀만에 끝내야 한다는 우리가 처한 운명이 문제였습니다.
그럼.. 끄적이 똘마니의 버릇대로.. 번호매겨 알기쉽게.. 풀어볼까 합니다.
1. 환자를 찾아라!
남자주인공이 간병해야 하는 분량많은 환자역은 공석이었습니다. 촬영 이틀전까지두요.. 저희는 현지캐스팅을 감행했습니다.
그것두 연기경험없는 쌩초보 할아버지를 캐스팅한다는 야심찬 계획 아래 진행되었져..
무거운 임무를 띄고 찾아간 곳은 대전시 서구 노인복지회관.
이미지에 맞는 할아버지를 찾으면.. 할아버지들.. 겁부터 먹습니다. 이상한데 팔려갈까 걱정하시나 봅니다.
3일만에 찾아낸 조남현 할아버지. 누가 이분을 쌩초보라 했습니까?
현장용어들만 모를뿐이지 이 존경할만한 할아버님.. 훌륭히 연기를 해주셨습니다.
(말기환자역이라 누워만 있을텐데..라고 생각하시는 분덜.. 아닙니다. 말기환자는 기침도 하고 아파하기도 합니다.)
할아버지. 초반엔 다소 걱정을 하셨지만.(역시 어딘가로 팔려갈까봐..) 나중엔 애기처럼 즐거워 하셨습니다.^^
할아버지에게는 밤샘마저도 즐거운 일이었던 것입니다.
2. “조심히 가라구!!!”
남자주인공 동기가 10층 창문에서 얼굴을 내밀고 외칩니다. “조심히 가라구!!!”
그러면 여자주인공 신아가 주차장에서 사랑스럽게 손을 흔들어줍니다.
촬영시 현장풍경은 이랬습니다. 10층 창문에 얼굴을 내민 성수오빠.
카메라 앵글에 들어오기 위해 긴 사다리 꼭대기에 방석깔고 앉은 서형이 언니.
그리고 그 주변의 카메라. 모니터. 동시기사님. 경광봉 든 제작부. 그리고 구경하는 시민들.
동기가 10층에서 외칩니다. “조심히 가라구!!!” 신아가 손을 흔들 차례입니다.
하지만 이를 들은 시민1. 친절히 대답합니다. “응.. 알았어!!”.. NG!.. 그리고 우리는 다시 슛갑니다.
물론 그 시민1의 호기심을 탓할 수는 없지여.. 그렇지여.. 하지만.. 우린 이틀 안에 다 찍어야 한다구요.. 그래야만 한다구여..
3. 가장 분량이 많은 그곳.. 병실 안..
병실 장면을 찍기 위해 헌팅이 된 장소는 을지병원 10층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감덕님이 OK한 크기의 병실은 10층에만 존재했기 때문이져..
10층이 뭐가 문제냐구요? 대전 을지병원 10층은 다릅니다. 민감한 환자만 들어온다는 격리병동이기 때문입니다.
정숙. 금연. 청결이라는 단어들은 영화밥 먹는 사람들에겐 깨기 위해 존재하는 단어들입니다.
격리병동이라고 예외겠습니까? 그 날 10층은 초토화 되었습니다.
4. 깍두기 습격사건.
을지병원에서의 마지막날. 우리는 예정대로 많은 분량을 소화해 끝을 눈앞에 보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옆방으로 간호사 언니들이 불려갑니다. 무차별 욕세례가 들립니다.
사실을 알고보니. 우리가 촬영하는 병실 바로 옆방에 깍두기 두목인지 중간두목인지가 실려왔답니다.
행님!을 외치는 깍두기 똘마니 여럿이 지키고 있다는 그 병실. 영화 <약속>을 기억하십니까? 바로 그 상황이었습니다.
할 수 없이 마지막 남은 복도 장면만 다른 복도로 대체하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 복도. 연결이었습니다. 다른 복도는 하필이면 생김새가 틀립니다. 문의 위치두요..
가뜩이나 예민하신 울 감덕님. 잘 버텨오신 울 감덕님. 초극도 예민상태로 돌입하셨습니다.
깍두기보다 더 쌀벌해진 울 감덕님의 진두지휘 아래. 우리를 위해 무차별 욕세례를 버텨준 간호사 언니들의 노력 아래.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조용하고 말없는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정말 끽! 소리두 안내구요..
5. 마지막!!
우리는 을지병원 마지막 분량을 남겨두고 있었습니다. 병원 로비 장면.
야심한 시각. 가뜩이나 민감한 병원 안에서. 그것두 로비를 다 차지한 상태로. 수많은 보조출연자들이 대기하고.
이 상황의 압권은 이것이 다찌마리 씬이라는 사실입니다.
하나의 실수도 100배 1000배는 크게 보일 상황에 울 스탶덜.. 초긴장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하늘은.. 정해진 이틀만에 촬영을 마치게 된 울 스탶들의 노력이 가상했는지 불쌍했는지..
경비아저씨들을 영화출연시켜준다는 꼬심으로 구워삼게 만들어주시고. 등등.
다행인건지 싱거운건지.. 별탈없이 마무리 하고야 말았습니다.
나중에 연결 소품이 하나 필요해 다시 을지병원을 찾은 우리들에게 병원측에서 그랬답니다.
당신들이 찍는 영화가 그런 영화인줄 몰랐다..
그런 영화라니.. 제발 “그런 영화”의 뜻을 좀 설명해주시져.. 을지병원 관계자 여러분덜..
뭐.. 넋두리입니다.
이번엔 글이 너무 썰렁하군여.. 없는 글재주 쥐어짜서 쓰는데도 한계가 있나봅니다.
그럼.. 끄적이 똘마니.. 반성후 칩거.. 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이만.. 꾸벅..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