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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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천국으로 가는 길

ty6646
2010년 09월 12일 01시 00분 47초 2618

2010년 9월 12일 야밤 12시18분






어제아침, 조간배달을 마치고 언제나처럼 세탁기에서 옷을 챙기고
천천히 자전거를 달려 집으로 향했다.

전날아침, 스키야의 규동이 먹고싶은 것을 겨우 참았는데
오늘도 역시나 먹고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규동먹고, 얼음 가득든 차가운 물,
벌컥벌컥 들이키면 최고의 맛인데.....

자전거가 교차로에 들어섰다.
정면으로 가면 집이고, 오른쪽 길로 가면 역이 나오고
그 중간에 새로생긴 스키야가 있다. 규동을 먹을까, 김치로 때울까,
망설임을 안고 교차로에 선 나는 멀리 오른쪽 길을 향해 고개들 들었다.
그리고 내 시선에 풍경하나가 가득히 들어섰다.



오른쪽 길은 약간 넓고 큰 길로서 출, 퇴근 및 등, 하교 길이다
조금 달리면 건널목이 있어 간간히 전차가 달리고
건널목 지나면 바로 작은 2차선 도로가 있어 차들이 지나가고
비스듬히 왼쪽으로 기울어진 길을 지나면 조금 긴 지붕있는 상점가가 나온다.
그 상점가를 통과하면 역앞이다.

교차로에 선채로 망설이며 바라보고 있는 내 눈에
멀리 상점가의 지붕위에서 고개를 내민 태양이 그림자 드리워진 길위로
햇살봉을 내려놓는다. 한쪽으론 햇살을 받아 환하고, 반대편 쪽은
건물들의 어두운 실루엣만 보이는데

통과하는 길위엔 햇살로 인한 커튼이 쳐진듯이 선명하지 않아서
오히려 더더욱 은은하고 신비스런 느낌이 났었다
지금까지 지나다니던 길과는 사뭇다른 느낌, 다른 모습이었다.


햇살봉 놓인 길위로 멀리 자전거가 달리고 있고
건널목위로 전차가 유유히 지나가고
비스듬히 구부러진 실루엣의 길안쪽으로 자전거가 사라져 간다

늘 달리던 길이 사뭇다른 모습으로
신비스런 느낌으로, 보이지 않는 색으로 채색된 듯한 아릿한 마음으로
햇살봉너머 저 구비진 길 안쪽엔 어떤 세상이 있을까라는 기대감으로
그런 길이 내 앞에 놓여져 있었다. 그래서 가보지 않을 수 없었다

죽어서 천국앞에 다다르면 이런 길을 볼 수 있을까
라는 기분까지 들었다. 이 길을 통과하면
저 너머에 있는 천국이 모습을 드러낼 듯 해보인다


규동이 먹고싶은 핑계로서는 약간 긴 글이 되고 말았다^^
나도 저 자전거 탄 남자처럼 햇살봉 속을 달려보고 싶었다.
햇살 드리워진 커튼너머로, 어둔 실루엣으로 구부러진 길 너머로
무엇이 나올까싶은 기대감으로 자전거의 방향을 틀어 유유히 달렸다


그리고 깨달았다.
천국으로 다다를 것 같은 저 길너머에 있는 것은


현실이라는 것,
아무것도 다를게 없다라는 것,
늘 가던 바로 그 길이라는 것,
지금 내가 있는 바로 이곳이 천국이라는 것,
너무나 당연한 그것을 나는 또 한번 마음으로 느꼈다.


아내가 있고, 어머니가 있고,
그런 이 세상에서 나는 매일매일 천국으로 난 길을 달리고 있다.
먼훗날 내가 죽어 천국으로 가게 된다면
그때 이길을 다시 달릴 수 있기를

이 길을 다시 달려 저너머에 있는 규동집에서 규동을 먹고
얼음 가득한 물을 벌컥벌컥 맛있게 마시고는
아내가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되돌아 가게 되기를
세탁한 옷을 널고, 엄마에게 전화를 하고, 아내가 먹고싶어하는
뻬빼로치노를 데펴와 맛있게 먹는 그 옆에서 아내의 긴 머리를 쓰다듬는 그런
지금과 다를바 없는 일상속으로 다시 되돌아 가게 될수 있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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