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9시쯤의 밥집에서.
꽤 가까운 사이로 보이는 넥타이 맨 두 남자.
30대 후반의 'ㄱ'.
40대 초반의 'ㄴ'('ㄱ'의 선배).
이 얘기 저 얘기 쉬지않고 시끄럽게 떠들어 대는 'ㄱ'은 'ㄴ'에게 어떤 사업적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ㄴ'은 계속되는 'ㄱ'의 제안이 당치도 않다는 듯한 반응을 보인다.
어쨌든.
그러다 'ㄴ'이 건물 밖으로 화장실을 찾아 나가자,
'ㄱ'은 곧바로 누군가에게('ㄷ') 전화를 건다.
ㄱ : (기름진 목소리) 어.. 나야.. 간만에.. 이러쿵 저러쿵.... 갈까?
ㄷ : #$%%#$%@#@#$%
ㄱ : (미끈거리는 웃음 더하며) 오늘 밤이 외로우면 내가 갈까? (야들야들) 혼자서 밤이 힘들면 내가 갈게.
'ㄱ'의 밥상위에 기름 한방울 떨어지려는 순간, 갑자기 전화가 끊긴다.
'ㄱ'이 다시 전화를 걸려는데, 마침 화장실에 갔던 'ㄴ'이 나타난다.
아무일 없었던 척 하며 'ㄴ'과 다시 이야기 나누는 'ㄱ'.
곧 그의 전화기 벨이 울린다.
ㄱ : (급반전. 기름기 쏙 빠진) 여보세요?
ㄷ : @#$@#%$#%@
ㄱ : (지극히 사무적인 말투) 아.. 네.. 일은 다 끝나셨나요? 아.. 저는 지금.. 그러면 제가.. 이러쿵 저러쿵. 이따가 다시....
(말투만 달라졌을 뿐 대화 내용은 아까의 것과 이어지는, 분명한 'ㄷ'으로부터의 전화.)
서둘러 전화를 끊는 'ㄱ'.
하.지.만. 잠시 말이 없던 'ㄴ', 'ㄱ'에게 한마디 던진다.
ㄴ : 'ㄷ(여자이름)'이야?
순간, 당황하는 듯한 'ㄱ'.
'ㄱ'과 'ㄴ' 사이를 짧게 스치고 지나는 어색한 기운.
그리고 이어지는 과장된 웃음.
ㄱ : 하하..! 하하하....! 아니 뭐.. 하하하!
어이없다는 듯 따라 웃고 마는 'ㄴ'.
'ㄷ'과의 첫번째 기름진 통화내용을 봤을 때, 'ㄱ'과 'ㄷ'은 부부가 아니고..
'ㄴ'도 알고 있는 인물인 'ㄷ'과의 통화를 숨기려고 했던 것을 봐서 그다지 자랑스런 관계도 아닌것 같고..
나중에 걸려온 또 다른 전화통화 중 자신을 '이모부'라고 지칭한 것으로 봐서 'ㄱ'은 기혼자이고..
첫번째 통화가 끊어진 뒤에 'ㄷ'이 다시 전화를 걸어온 걸 보면, 'ㄷ'은 오늘밤 혼자서는 외롭거나 힘든 것 같고.
아무튼, 그 뒤로도 계속해서 시끄럽게, 끊임없이 입을 놀리던 'ㄱ'.
sadsong / 4444 / ㅈㅎㄷ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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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널 믿을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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