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1,369 개

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대리운전-이니셜D

73lang
2005년 01월 05일 17시 34분 13초 2721 8 17
"제 임무는 고객님을 무사히 집까지 모셔다 드리는 겁니다"

아...씨부럴 내게도 저런 열정과 직업의식이 아직 남아있을까

사실 사람들이 나한테 원하는 것은 딱 한가지다.

대리운전

내가 포뮬라1 경주 대회에 나가 1등할 정도의 실력이 갖춰져 있다 한들

사람들이 운전 잘한다고

남들이 쉽게 알아주거나

차를 사주거나

선수로 키워 경주대회에 출전시켜주는 것은 아니다.

운전뿐만 아니라 설계도면을 그릴 능력을 갖췄다 한들 난 대리 기사일 뿐이다.

술기운에 눈이 감겨 곰곰 되작되작 생각해 봤다.



어떤 친구-1

발군의 운전실력과 정비기능을 가지고 있는 그 친구 지금은 용달을 몰고 있다.


어떤 기사-2

사실 기사는 아니다.

차량 설계와 디자인 감각이 뛰어나지만 운전을 못하는 그 친구. 대리기사를 썼으면스롱 자기가 운전했다고 우긴다.



어떤 기사-3

드라이브 기술만큼은 예술의 경지인 그 친구... 실력을 인정받아 지금은 고위층(?) 리무진 기사를 하고 있다.


어떤 기사-4

한때 잘나가는 베스트 드라이버였다. 지금은...나이를 먹어 더 이상 운전하기가 에롭고 귀찮다고 한다.

기사가 운전하기 힘들고 귀찮으면...딴 직업 찾아야 한다.



어떤 기사-5

고생끝에 개인택시를 몰게 되었다.

이제는 운수회사를 운영할 정도로 성공했다.

지금은 그 밑으로 새끼 기사들이 여럿된다.

운전은 밑에 기사들이 대신 해준다.





어떤 기사-6

넘의 차만 절라리 고쳐주다가 정작 자신의 운전 솜씨는 녹이 쓴다.

스폰이 붙어 차한대 장만하고 경주대회까지 출전한다.

꿈에 그리던 선수가 된 것이다.

혼신을 다해 레이싱을 펼쳐보지만 저조한 스코아로 잊혀져 간다.

그 이후로 두번다시 운전대를 잡지 못하고 있다.





어떤 기사-7

비공식 오프로드 대회에서 날리는 베스트 드라이버였다.

주변에서 제도권으로 입성하라고 권유를 한다.

그러나 그는 온로드 타입이 아닌 4륜구동 오프로드만 고집하는 야인이다.





어떤 기사-8

유명한 레이싱 대회에서 상도 탔다.

여러번 순위권에도 들었던 베스트 드라이버다.

지금은 운전학원에서 애들 가르치고 있다.

그 이후로는 운전대를 전혀 못잡고 있다.

먹고 살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래도 그는 드라이버라고 고집한다.








전혀 엉뚱한 놈이 경주대회에 참가해 우승을 먹었다.

레이싱 걸들에 둘러쌓여 샴페인을 터뜨리면스롱 쓰뽀뜨라이트럴 받는다.

그에게도 남모르는 땀과 눈물이 있었을 것이다.


기사는 운전을 해야한다.

가수는 노래를 불러야 한다.

작가는 글을 써야 한다.

감독은 연출을 해야한다.


이 단순한 진리를 깨닫는데 10년이 걸렸다.




사례-1

'어디까정 가씨요?...뭐라고라?...거기넌 3만 5천원 주셔야 허넌디요

웨- 대리기사 첨 써보씨요? 단가럴 잘 모르시넌거 봉께!'


목적지까지 데려다 줬지만 잘 못 왔단다.

돈 못 주겠다고 배째란다.



사례-2

일단 선수금 2만원을 받고 5만원 짜리 장거리를 뛰었다.

잔금 없단다 ㅡ_ㅡ;;;;;;;





사례-2

집에가면 돈이 있단다.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다.

집에도 돈이 없단다. '나보고 어쩌라고??' 되려 큰소리다;;;;



정나미가 떨어지는 이 지긋지긋한 대리기사 노릇을 계속해야 하나?




누군가 묻는다.

'외곽 장거리를 뛸 경우

막차도 끊어지고

불빛 한점 없는 국도 옆에서 어떻게 서울로 올라가씨요?'





국도변을 따라 묵묵히 걷다보면

운이 좋을땐 서울가는 택시를 타게 된다.

택시기사가 한마디 한다.


'보아헝께 대리 같은디...메다요금에 절반만 주씨요'


선수만이 선수를 알아보는 것은 아니다.

별다른 말을 안해도

비슷한 처지끼린 서로를 알아본다.





우겔겔...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Profile
JEDI
2005.01.05 17:51
저 배 추울것 같은 아이가 소연인가요?
73lang
글쓴이
2005.01.05 17:57
눼 --;;;;

하소연 쵝오 ㅡ_ㅡb;;;;;;;
Profile
image220
2005.01.05 19:57
^_^
truffaut
2005.01.06 19:11
대리 해보셨나봐요? 하소연 곧 가수 데뷔한다던데....
Profile
pearljam75
2005.01.07 02:04
기집애들, 뭘 먹어서 저렇게 날씬한지... 먹긴 뭘 먹겠... 안 먹어서 저렇지.

요즘같은 시절이 또 있었나 싶을 만큼 . 지갑이 비어갈수록 맘이 피폐해지는게...장난이 아니네요.

언제 경기가 좀 풀리려나.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되가길래...
<마이 제너레이션>이 우울하고 매력없는 청춘을 그렸다고 갈구던게 한 달 전인데, ......

엎어지는 영화, 김영하의 소설집에서는 충무로에 대해
'거북이 알이 모두 부화하여 거북의 몸으로 바다로 향하는 건 아니다'라고 했던가...

오랜만에 우울하네요.

그래도 밥은 잘 챙겨드시길, 14타님.
Profile
kinoson
2005.01.11 12:59
아하하....
hose0403
2005.01.12 05:25
대리라.... 술안먹는 사람한테는 참 ~~ 많이 하는 일 ^0^
하소연 쵝오 ^0^
굶어서 그런거랍니다...... 일명 외계인..... ^0^
photo7982
2005.01.12 15:08
음..영화 판이나 노가다 판이나 대리판?이나 같다는 생각... 대마찌 나서 손가락 빠는 사람이 없어야 하는데...

하소연... 소주잔 기울이며 담배빨며. 대마찌 나서 입에 풀칠할 걱정 하소연하는 사람들이 늘어가는데...

대마찌...노가다 용어로 일이 중단되어 끊김을 말함..
글 등록 순으로 정렬되었습니다 글쓴이 날짜 조회
대리운전-이니셜D 8 73lang 2005.01.05 2721
초라한 나.. inmysang 2005.01.05 1230
1 mojolidada 2005.01.05 1209
5 sadsong 2004.12.31 1429
Blame It On My Youth 1 image220 2004.12.30 1573
담배인상이 살인까지 가능할까? 6 junsway 2004.12.27 1684
올나이트 pearljam75 2004.12.26 1331
내추럴 본 카펜터 73lang 2004.12.25 1311
메리 크리스마스 2 wanie 2004.12.24 1120
크리스마스 gotoact 2004.12.24 1131
술타령 2 image220 2004.12.22 1692
변한건 나뿐이더라 1 panicted 2004.12.21 1191
한국 VS 독일 국가대표 친선경기 1 73lang 2004.12.19 1579
겨울 저녁의 시 1 image220 2004.12.16 1517
비 오는 거릴 걸었어 3 anonymous 2004.12.15 2645
귤을 좀 줄게 6 anonymous 2004.12.14 1823
어느 아침 2 image220 2004.12.14 1449
축제 2 pearljam75 2004.12.12 1204
M 1 truerain 2004.12.11 1310
레이스 73lang 2004.12.09 1617
이전
27 / 69
다음
게시판 설정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