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이니셜D
73lang
2005.01.05 17:34:13
"제 임무는 고객님을 무사히 집까지 모셔다 드리는 겁니다"
아...씨부럴 내게도 저런 열정과 직업의식이 아직 남아있을까
사실 사람들이 나한테 원하는 것은 딱 한가지다.
대리운전
내가 포뮬라1 경주 대회에 나가 1등할 정도의 실력이 갖춰져 있다 한들
사람들이 운전 잘한다고
남들이 쉽게 알아주거나
차를 사주거나
선수로 키워 경주대회에 출전시켜주는 것은 아니다.
운전뿐만 아니라 설계도면을 그릴 능력을 갖췄다 한들 난 대리 기사일 뿐이다.
술기운에 눈이 감겨 곰곰 되작되작 생각해 봤다.
어떤 친구-1
발군의 운전실력과 정비기능을 가지고 있는 그 친구 지금은 용달을 몰고 있다.
어떤 기사-2
사실 기사는 아니다.
차량 설계와 디자인 감각이 뛰어나지만 운전을 못하는 그 친구. 대리기사를 썼으면스롱 자기가 운전했다고 우긴다.
어떤 기사-3
드라이브 기술만큼은 예술의 경지인 그 친구... 실력을 인정받아 지금은 고위층(?) 리무진 기사를 하고 있다.
어떤 기사-4
한때 잘나가는 베스트 드라이버였다. 지금은...나이를 먹어 더 이상 운전하기가 에롭고 귀찮다고 한다.
기사가 운전하기 힘들고 귀찮으면...딴 직업 찾아야 한다.
어떤 기사-5
고생끝에 개인택시를 몰게 되었다.
이제는 운수회사를 운영할 정도로 성공했다.
지금은 그 밑으로 새끼 기사들이 여럿된다.
운전은 밑에 기사들이 대신 해준다.
어떤 기사-6
넘의 차만 절라리 고쳐주다가 정작 자신의 운전 솜씨는 녹이 쓴다.
스폰이 붙어 차한대 장만하고 경주대회까지 출전한다.
꿈에 그리던 선수가 된 것이다.
혼신을 다해 레이싱을 펼쳐보지만 저조한 스코아로 잊혀져 간다.
그 이후로 두번다시 운전대를 잡지 못하고 있다.
어떤 기사-7
비공식 오프로드 대회에서 날리는 베스트 드라이버였다.
주변에서 제도권으로 입성하라고 권유를 한다.
그러나 그는 온로드 타입이 아닌 4륜구동 오프로드만 고집하는 야인이다.
어떤 기사-8
유명한 레이싱 대회에서 상도 탔다.
여러번 순위권에도 들었던 베스트 드라이버다.
지금은 운전학원에서 애들 가르치고 있다.
그 이후로는 운전대를 전혀 못잡고 있다.
먹고 살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래도 그는 드라이버라고 고집한다.
전혀 엉뚱한 놈이 경주대회에 참가해 우승을 먹었다.
레이싱 걸들에 둘러쌓여 샴페인을 터뜨리면스롱 쓰뽀뜨라이트럴 받는다.
그에게도 남모르는 땀과 눈물이 있었을 것이다.
기사는 운전을 해야한다.
가수는 노래를 불러야 한다.
작가는 글을 써야 한다.
감독은 연출을 해야한다.
이 단순한 진리를 깨닫는데 10년이 걸렸다.
사례-1
'어디까정 가씨요?...뭐라고라?...거기넌 3만 5천원 주셔야 허넌디요
웨- 대리기사 첨 써보씨요? 단가럴 잘 모르시넌거 봉께!'
목적지까지 데려다 줬지만 잘 못 왔단다.
돈 못 주겠다고 배째란다.
사례-2
일단 선수금 2만원을 받고 5만원 짜리 장거리를 뛰었다.
잔금 없단다 ㅡ_ㅡ;;;;;;;
사례-2
집에가면 돈이 있단다.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다.
집에도 돈이 없단다. '나보고 어쩌라고??' 되려 큰소리다;;;;
정나미가 떨어지는 이 지긋지긋한 대리기사 노릇을 계속해야 하나?
누군가 묻는다.
'외곽 장거리를 뛸 경우
막차도 끊어지고
불빛 한점 없는 국도 옆에서 어떻게 서울로 올라가씨요?'
국도변을 따라 묵묵히 걷다보면
운이 좋을땐 서울가는 택시를 타게 된다.
택시기사가 한마디 한다.
'보아헝께 대리 같은디...메다요금에 절반만 주씨요'
선수만이 선수를 알아보는 것은 아니다.
별다른 말을 안해도
비슷한 처지끼린 서로를 알아본다.
우겔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