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시나리오 작가 형의 말 '난 돈 안주면 머리가 안돌아가.'
마치 코인을 집어넣어야 움직이는 자판기처럼 선배는
언제나 돈을 먹어야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글을 뽑아내는 기계같다고 자신을 말했다.
정말 동감한다. 몇일전에 갔었던 영화사에서 일하는 조감독 형이 이런 말을 했다.
한국영화계는 두가지 시나리오만 통용된다.
스폰서 입장에서 '돈이 될 것같은 시나리오'와 배우의 입장에서 '캐스팅이 될 것 같은 시나리오.'
결국 배우가 잡히면 돈이 들어오고 돈이 되려면 배우의 마음을 훔쳐야 한다는 사실. 문제는.....
이러한 꿀꿀한 현실을 만든 상업주의의 화신인 인간들이 정말로 작가들에게 투자를 안한다는 사실.....
사기를 치려해도 밑돈이 필요하고, 여자를 꼬시려해도 자금이 필요한데.....
몇십억짜리 프로젝트를 하면서 작가에게 주는 돈은 정말 거지같다.
40억짜리 영화만들면 작가에게 얼마줄까? 4천만원...오호 큰 돈처럼 보인다.
그래봐야 전체 예산에 1%다. 그나마 그 돈도 절대로 보장할 수 없다.
신인의 경우 2천만원도 못받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2천만원이면 0.5%다.
또 그러한 글을 쓸 기회도 그닥 많지 않다. 정말 시나리오 작가 먹고 살기 넘 힘들다.
그래도 쓰자. 작가가 다른 것에 손을 대는 순간, 이미 승부는 끝난다.
예전에 그래도 잘 나간다는 한 선배작가형이 한 말이 생각난다. '
작가는 직업이 아니라 숙명이다.' 머리를 깎고 구도의 길을 걸어가는 스님이 되라는 이야긴데.....
요샌 스님들 잘먹고 좋은 질감의 승복을 입는다.
구도란 게 반드시 돈이 없어야 하고 고행에 영혼을 던져야만 나온다 말인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의 미덕을 모르는 작가가 무슨 현대영화를 쓸 수 있겠는가?
명품도 사보고, 좋은 술집가서 술도 마셔보고, 소비에 눈이 먼 여자애들도 좀 만나봐야 하고,
책도 사보고, 컴퓨터도 업그레이드 시키고, DVD도 사봐야 하지 않겠는가?
취재하려면 디카나 녹음기도 있어야 하고, 가끔은 필수적으로 여행도 좀 다녀야 하는데......
현실은...넘 열악하다.
그래도 밥은 먹자....제발...... 아우슈비츠도 밥은 줬고, 조직폭력배들도 일단 배는 채우고 일을 시킨다.
영화하는 친구들 사이에 '뭘 해도 영화하는 것보다 났구만.'이란 말을 들을 때마다 울화가 터진다.
충무로나 강남에 영화인들을 위한 무료급식소와 만남의 장소라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제발 부탁인데 문화관광부나 영화진흥위원회가 나서서 영화인들 밥은 먹여라.
다른 건 부탁하지도 않고, 부탁해서 들어주지도 않겠지만 나라에서 영화인들 한끼 밥은 줘라. 부탁이다.
국제영화제 자꾸 만들지 말고, 국내영화인들 밥주는 기관 하나 만들어라.
밥은 먹자 ....제발......
그러나 점점 힘이 떨어진다. 가능한 일일까? 한국인들 인사가 '식사하셨어요?'인데
그 말에 고개를 끄떡일만한 그런 인간이 되보자.
다시 한번 외쳐본다. '반찬은 김치 하나면 된다. 밥을 다오, 돈많고 영화정책 시행하는 선배 영화인들이여.'
아님 술이라도 사주던지......
취생몽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