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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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기대가 크면..

jelsomina jelsomina
2002년 12월 21일 15시 53분 16초 1066 1
실망도 크다고 했다지
벌써부터 말조심 하는 맘 이해 못하는건 아니지만
아직도 갈길이 멀지도 모른다는, 잠시 잊고 있던 생각이 ..

출구조사 지고 있다고
투표율이 서울52% 라고 ..
온라인상에서 사람들이 이상하리만치 바득바득 매달리길래
이상하다 이상하다 ,,,

귀찮기도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잠시 망설였다.

마감 30분전에 도착한 가평의 한 시골녁 ..
을씨년스런 마을회관 창고 안.
난로가에 모여앉은 동네 할아버지들 몇몇 ..
앉아있는 방위 두명 ..혹은 자원봉사자 ..?  
졸린듯한 눈매를 하고 있다가 내가 들어서자 의자를 당겨앉는다

투표를 하고 돌아오다 배가 고파 국도변에 차를 세우고 길가에 불 켜진 손수타 짜장면 집 창문을 기웃거렸다
자짱면값은 4000원.
지갑에는 3000원 주머니에 500원짜리 두개 ..

들어가 짜장면 한그릇을 주문하고, 사람들이 씹어대는 조선일보를 들고 앉아 테레비를 보는데
방송 3사 모두 출구조사 이겼단다 .
왠지 아나운서도 미소를 숨기기 힘들어 하는 것 같고  
화교라는 아저씨도 좋아하고
화교들도 투표권이 있는걸까 ?

그날 그리고 그 다음날 .. 밤에는 서울시내가 온통 불야성이었다
마치 월드컵 이탈리아 전 이기고 난 후 의 밤풍경이랄까..

어지러운 머리통을 부여잡고 옥수동을 외치며 한시간 이상을 밤거리에 서 있다가
충무로에서 옥수동까지 20000원짜리 택시를 타고 돌아온 날이 지나고
지금은 갑자기 주위가 조용해진것 같다.

무슨 바람이라도 불었던 걸까
이제 희망을 얘기해도 되는것처럼 그렇게 기뻐해도 되는걸까 ?
최선이 아닌 차선으로 만족하는 몸짓, 그 이상의 무언가가 사람들을 매혹시킨걸까 ?
내 주변 사람들 모두가 한 사람같아 보였었다.

하나 하나 만나 그날 일을 얘기할때
모두가 밤새 전화통을 붙들고 매달렸고
두근 두근 가슴 졸이며 밤을 지샜다고 했다

왠지 사과라도 하는듯한 사람도 불쌍하고
비쩍 마른 할아버지가 눈물 흘리는 모양도 측은해 보인다.
깨끗이 떠나는 것이라면 그 모습에 박수쳐 줘야 하는건 아닌가 생각도 해보고 ..

속은 쓰리면서도
다시 유행가 가락을 찾아듣고
사람들은 길거리 상점들의 진열장을 배회하고
왜 이렇게 이 겨울은 따뜻한건지 재미없게,
별게 다 불만이고
생각나는 사람은 아직도 머리속을 맴맴돌고
원하는건 얻을수 없는건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


















젤소미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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