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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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미친놈들..

sangbros sangbros
2002년 03월 21일 01시 21분 46초 1069 4 3
밑에 제다이님의 미친년 글을 읽고 그냥 생각이 나 잠깐 적습니다.

난 의경을 제대했다.. 흔히 다 아는 의무경찰....
난 자서(경찰서)에 배치되기전 한 1년가까이를 안양경찰서 호원파출소란 곳에서 근무를 했고 그 관할구역은 워낙에 방대했기도 했지만 워낙에 미친년놈들이 많아서 유명하기도 했다.

우리 파출소는 총3초소까지의 파출초소가 있었는데. 각 초소마다 한명씩 미친놈들이 짱박혀 의경들을 괴롭히곤 했었다.
그중 1초소에 있던 싸이코(미친놈.. 그러니 어감이.. 영)하난 별명이 마라톤이었다. 그 이유는 정말 아무 이유없이 이상한 옷(어디서 주워입은 치마에 바지에 넥타이에..등등 패셔너블했음)을 걸쳐입고 안양시내를 줄창 뛰어다니기에 생긴별명이었다.
오죽하면 가끔 의경끼리 사적인 밴드(무전주파수)로 (공무주파수말고.. 그걸로 그랬다간 영창감다.) 마라톤이 지금 어디에서 뛰고있는지 중계까지 할정도로 유명했다.
문제는 그 사이코의 집이 바로 우리파출소 1초소 근처였다는거. 나한테 무자게 많이 갈굼(?)을 당하고도 불굴의 의지로 초소문을 열고 메롱(진짜 메롱했다)하고 가는 놈이었다.(그때 마다 울 방범대원아자씨는 역시 불굴의 의지로 그 졸라 빠른놈을 뛰어붙잡아서 초소에서 엎드려 뻐쳐를 시켰다.)
3초소쪽에 있던 사이코 하난 일명 가짜 기자였다. 어디선가 종이로 기자증을 만들어서 우리가 순찰도는걸 계속 쫒아다녔다 이유를 물어보면 혹시나 있을 사건사고를 취재해서 기사를 쓰기위해서라는데.. 아무도 그 사이코가 기자라는걸 믿지 않았다.
한번은 실제 사건이 일어났는데 어디서 듣고 왔는지 런닝구에 빤스바람으로 뛰어와 빈손으로 사진찍는척을 해서 많은 사람들을 황당케 한적도 있었다..(다들 그때 표정들 웃겼다.. 저놈 모냐? 하는 표정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건 어떻게 설명해야될지.. 흠)
내가 가장 황당했던 싸이코는 바로 30대 초반의 아리따운 여자분이었다.
어느날.. 가을쯤되었을듯.. 제법 쌀쌀했던걸로 기억난다.
파출소로 신고가 들어왔다. 어떤 아리따운 아가씨가 백주대낮에 실오라기하나 안거치고 길거리를 스트리킹한다는것이었다.
이에 입이 벌어질대로 벌어진(^.^) 의경들과 경찰직원몇명이 침을 닦으며 현장으로 출동했다.(물론 나는 젤 선두에서 달려가고 있었다.)
가보니 웬걸.. 진짜로 몸매 죽음인 한 아가씨(30대 초반이란건 나중에 알았다.)가 벌거벗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고 주위 아줌마들이 망측하다며 옷가지를 가져다줘도 잽싸게 벗어버리는것이었다.
우린 그 아가씨를 억지로 옷을 입혀 파출소로 델고왔다.(사실 그 상황을 우리도 약 10분이상 정신 못차리고 지켜보다가.. 주위의 시선땜에... ^.^)
근데 왠걸.. 파출소에 오자 그 아가씨, 말도 잘하고 전화번호니 집주소니 다 기억하는게 아닌가? 그래서 그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그 여자분의 오빠란 분이 파출소로 오셨다.(목사랬다.. 쩝)
그 오빠분 말을 빌면 그여자분은 미국에서 박사과정인가까정 밟다가 들어온 분이란다. 쉽게말해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로 좀 맛이 갔다는 이야기다.. 그런게 실지로 존재하는지 그때 첨알았었다.

가끔가다 그 놈들이 생각나긴하지만.. 어디선가 열심히 그짓하면서 잘 살으리라 믿는다.
사전시각화, 현장편집 및 편집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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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lsomina
2002.03.21 04: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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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dman
2002.03.21 17:01
글쿤여... 저도 길가에서 수영복 상의만 입고 옷하나
안걸친 체 걸어가는 미인을 본적이 있었죠.
나 혼자였다면 눈을 의심했겠지만...
머리가 긴 생머리를 하고 ...
설마 같은 여자는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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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DI
2002.03.21 17:19
도대체 왜 내 앞에는 그런 여자들이 안 나타나는고야..;;; 정말고마운 싸이코 여자분들...
vincent
2002.03.22 02:14
그분들 행동반경이 '안양'을 벗어나지는 않겠죠?
설마 세월이 흘러 영역을 확장했다던가... ㅡㅡ;; - 안양 옆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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