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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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그 남자... 결국엔 울어버릴까..

truerain truerain
2002년 03월 05일 23시 27분 00초 1311 5

1> 남자가 운다. 꺽꺽 소리내어 서럽게 운다. 열일곱 어린 소녀
    앞에서 엄마품에 안긴 소년처럼 서럽게도 울어댄다.

   "어떻게 울어야지,이런 느낌을 살려서 울어야지 하는 생각도
    없었어요" 어쩌면 꿍하니 웅크리고 살아왔던 초라한 서른둘
    인생을 위한 한바탕,어쩌면 찰 것도 빌 것도 없던 마음에 큰 구멍
    하나를 내버린 소녀를 향한 한바탕.

    차곡차곡 쌓아왔던 감정들이 분출구를 찾은 순간, 재섭도 김태우
    도 아무런 계산없이 그렇게 울고 있었다
                 <씨네21> 스타덤에 실린 김태우 기사 첫 부분에서..


2> "어 내가 왜 이러지? 어우~ 야, 나 왜 이래요..." <버스, 정류장>
     의 첫 시사회  이미연 감독과 김태우가 순서대로 인사를 한 뒤
     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첫 인사를 떼던 김민정이
     갑자기 주저앉듯 무너진다.

    주르륵,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리는 통에 옆에 있던 김태우
    가 "신인여우상 받는 장면을 예행연습 하나봅니다"라고 재치있게
    넘어가긴 했지만,정작 당황한 건 본인이었다

   "왜 그랬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어요. 그냥 무대 올라가기 전부터
    기분이 너무너무 이상해서 누가 야!라고만 불러도 당장 울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구요.글쎄 뭐였을까.긴장,기대,두려움
    이런 것들이 다 섞였던 게 아니었을까요?"

    <씨네21> 스타덤에 같이 실린 김민정 기사에서...


어린 여자의 품에 안겨서 우는 나이든 남자의 모습은 어떤 장면
이라도 참 씁쓸한 기분이 들게합니다.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에서 효신이의 품에 안겨 울어버리던
국어선생님도 그랬고 비록 나이가 많은 여자이기는 했지만
<봄날은 간다>에서 유지태가 이영애의 침실에 들어가 엎어져서
통곡하던 그 장면도 마음 깊숙한 곳을 도루코 면도칼로 한번
'쓱~' 그어버리고 나간 듯한 그런 기분을 주더군요.

언젠가 그런 말을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왜 내 마음을 못 받아주느냐.. 내 맘을 그렇게 모르겠느냐.." 라는
우문(?)에 "그런 당신을 못 받아들이는 내 맘도 그렇게 편한 것은
아니다.."라는 현답..

김민정의 기사를 읽을 때 전 지하철을 타고 있었습니다
초반에는 그냥 '씩~'하는 웃음과 함께 마음이 이상하게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중반부를 읽어가는 순간 저도 모르게 눈이 시큼해
지더군요.

김민정의 마음을 100% 다 이해한 것은 아니었지만 괜히 현장이
그리워지더군요... 영화를 한다는 것이 이런 기분일까..

그런 생각이 들면서 영화를 한다는 것이 참.... 이 기분을 뭐라고
표현하기 어렵네요..

(ps) 저희 촬영이 쫑났습니다!!
      3월에는 편집을 할 것 같고 꽃피는 4월에 봄촬영과 보충촬영이
      있을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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