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체 연기 특성상, 타 연기학원에서 이미 연기를 배웠던 학생들이나 특히 우리 학원은 실제 연영과 전공생들이 솔찬히 찾아오는 편이다. 아무래도 입소문이 난 것 같다.
그래서 초반에 연기를 새롭게 가르쳐주는 건 고사하고 해당 학생의 잘못된 연기관을 다시 재정비 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한다.
우선 제일 먼저 그들의 어깨뽕부터 깔끔하게 제거해줘야 한다.
그들이 TOP 연극영화과 순위권에 존재하는 학교 졸업생일수록 어깨가 한껏 올라가있다는 게 팩트다. 물론 해당 학력은 거의 올림픽 메달이나 다름이 없을 정도로 가치가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희곡 [갈매기] 에 나오는 [아르까지나] 마냥 과거의 영광에 취해있으면 그녀처럼 처참하게 몰락하고 만다. (만약 연영과 졸업생인데도 불구하고 갈매기 - 안톤 체홉 안 읽었으면 반성하셈)
그녀는 아직도 자신이 잘 나가는 20대 여배우인 줄 알며, 자기보다 예쁘고 연기도 잘하는 어린 여자를 질투하고 괜히 헐뜯는다. 그러나 스스로는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다.
현재 연영과 지망생들도 마찬가지다. 아직도 자신이 영광의 합격생인 줄 알고 스스로를 대단하게 여긴다던가, 이미 슈퍼스타의 반열에 올라간 사람처럼 구는 전공생들이 간혹 있다.
그래서 안그래도 얼마 없는 오디션도 '난 이런 거 촌스러워서 못해, 나에겐 어울리지 않아! ' 하며 오직 큰 스케일의 오디션만 지원하는 만행을 저지른다. (그렇게 비전공생들에게 기회를 다 빼앗기고 마는데...)
물론 자네의 가문의 영광스러운 연극영화과 합격은 백번 축하받아도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그 합격이 인생의 '마지막 합격' 이 되고 싶지 않다면 그 영광에서 깨어나라.
필자도 입시연기학원 원장이라서 알고 있다. 입시라는 관문은 노력도 중요하지만 사실 본래부터 배우가 '갖고 있는 달란트' 가 더 중요한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연기입시는 아이러니하게도 연기보다 '특기' 실력이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전공생인 자네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즉, 입시는 자네의 오직 '연기력' 으로 붙은 게 아니다. 특기,성적, 호불호 없는 반반한 외모, 교수님의 취향, 우주의 운이 다 모이고 모여서 붙은 거다.
하지만 현장 오디션에서는 오직 '연기력' 으로만 붙을 수 있다.
그 합격이 쌓이고 쌓여 우리가 그토록 바라고 바라던 스크린관이나 넷플릭스에 등장할 수 있다. 그러니 어깨 뽕 좀 빼라.
실제로 대한민국 최고의 학교, 한예종 연기과에 졸업한 학생들조차 그나마 설 오디션 자리도 없어서 백수가 되고 있는 이 판국에 아르까지나 마냥 사태파악 못하고 커피마실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미처 모를까봐 일러주는 데 뉴진스 하니가 여러분들보다 잠을 덜 자고 있고 덜 먹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매우 높다.
그 다음 두번째로 연영과 전공생에게 일러주는 게 사실 오늘의 주된 칼럼 주제라고 할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TOP 연영과 졸업생일 수록 최소 연기를 배운 지 4년 이상은 되었으며 무엇보다 '연기입시를 꽤나 오랜 기간 동안 했을 가능성' 이 아주 높다.
아까 살짝 언급해서 이미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필자는 극예술 스튜디오 입시연기학원 원장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름 입시쪽에서도 일가견이 있는 편)
인서울 할려면 재수는 기본으로 먹고 들어가야 한다.
그렇다는 건, TOP 연영과 전공생들은 연기를 배운 기간이 최소 4년 이상의 연극영화과, 최소 2년 이상의 연기 입시를 겪어본 학생들인 셈이다.
그래서 이 전공생만이 갖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점이 있다. 그리고 만약 이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배우가 되는 데에 발목을 잡히고 거머리처럼 들러붙게 될 것이다.
실제로 연영과 전공생들을 가르치다보면 필자가 제일 많이 듣는 질문이 '선생님, 이렇게 하면 안되지 않아요?, 이렇게 해도 될까요?' 라고 끊임없이 확인하고 물어볼 정도로,
엄청난 강박이 있다.
그렇다. 그들은 연기를 배우는 동안에 연기적인 지식이 너무 많이 쌓였다. 그래서 그만큼 안되는 것도 겁나게 많아졌다.
즉, 연기에 대한 검열도 심해졌다.
그래서 그들의 연기를 들여다보면 항상 '안전하다'
결론적으로 '딱히 구미가 땡기지 않는 연기, 어디서 본 듯한 연기,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연기, 앞사람과 뒷사람과 똑같은 연기' 를 하고 있다.
보충 설명을 하자면, 그들은 그동안 수많은 연기 선생님이나 동료들에게 '~이렇게 하면 안돼' 라는 코멘트를 수도 없이 들어왔던 터라 뭔가를 시도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거부 반응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사를 상당히 다채롭게 할 수 있지만 흔히 알고 있는 식으로 '전형적이고 상투적으로' 친다던가,
제스처나 시선을 자유롭게 쓸 수 있지만, 왠지 쓰면 안될 것 같다는 강박에 '몸과 시선을 딱딱하게 고정 시킨 채' 연기를 하는 전공생들이 참 많다.
인간이니 말이다. 누구나 욕먹는 건 싫고 못한다는 얘기는 더 싫다.
게다가 나름 연영과 전공생이기 때문일지라도 무의식에 적어도 욕은 먹지 않을 '안전하게 연기' 를 할려고 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이해가 백번 천번 된다. 사람은 아는 게 많아질 수록 행동력이 느려지고 둔해지는 건 당연한 거다. 실패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도전한다는 건 실로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니 말이다.
그러나 문제가 있으니까 이렇게 칼럼까지 쓴 것이다.
결국 그 강박이 자네가 배우가 되는 데에 암이 될 지어다. 왜냐면 이는 배우의 고유의 색깔을 발견하는 데에 검정색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모든 색깔이 검정과 만나면 다 똥색이 되는 것처럼.
현 대한민국은 대단한 연기력이라는 게 옛시대처럼, '상투적으로 대사를 잘 치고 보편적으로 표현력이 좋은 배우' 가 아니라 '자신만의 색으로 표현하는 배우' 다.
즉, 절대적인 배우가 짜세라는 것이다.
노재원 배우, 임성재 배우, 구교환 배우, 조현철 배우, 홍경 배우가 뜨는 이유는 하나다. 그 연기는 해당 배우들 밖에 못하기 때문이다, 대체 자체가 안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박을 버려야 한다.
'뭔가를 하면 안된다 혹은 뭔가를 해야 된다' 라는 그 강박자체만으로도 자네의 사고력과 상상력과 이해력은 축소되고,
그로 인해 당연히 연기는 허접해지고 지루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의 매력적인 자아의 발견? 꿈도 못 꾼다.
무엇보다 내가 이렇게 울분을 토하는 이유가 있다.
이러한 현실에 처해있는 전공생들이 어른으로써 진심으로 안타깝기 때문이다. 청춘과 시간과 돈을 다 '연기' 에 쏟아부었는데 결국 돌아온 게 연기 강박증이라니 ㅋㅋ
아마 이 연기 강박증을 버리는 게 쉽지만은 않을 거라고 예상이 되긴 한다. 실제로 나도 버리는 데 시간이 꽤나 걸렸다.
이거는 마인드 컨트롤 한다고 마법처럼 뾰로롱 사라지는 게 아니라 '실질적인 경험' 이 쌓여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기 연습할 때도 강박을 버린 상태에서 하는 습관이 쌓여야 하고 그 상태에서 점검도 받아봐야 하고 오디션 경험도 쌓여야 한다.
그렇게 무의식에 '아, 이렇게 연기해도 괜찮구나' 라고 진짜 로 몸이 느낄 수 있게끔 만들어줘야 한다.
이 경험이 쌓이고 쌓인다면 전공생들은 신체 자체는 몇년 간 훈련된 상태이기 때문에 A급 배우가 아닌 S급 배우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로 우리 매체 단원들 중에 TOP 연영과 졸업생들은 오히려 초반에는 비전공생들 보다 맥을 잘 못 짚었지만, 후반부로 갈 수록 절대적인 실력을 갖추는 게 대다수였기 때문이다.
전공생들이여, 그 강박은 언젠간 깨게 되는 순간의 최면같은 거다. 자신이 최면에 걸렸다는 것을 깨닫고 움직이면 분명 깨어날 것이다. 그러니 움직여라.
by. 극예술 매체연기 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