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예술 매체연기 스튜디오입니다
단편영화 하나에 수백개의 프로필이 쏟아지고, 한 해에 수백명의 연기 전공자들이 졸업하고 있습니다. 드라마 영화 제작 등 수요는 적은데 공급을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른 다양한 프로필 투어 사업이 생기고, 수많은 배우들의 공급을 위해서 프로필 촬영, 프로필 제작, 연기 영상 제작 업체 등 배우지망생들을 위한 사업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죠.
이렇게 배우지망생들의 공급이 많아지니, 이들을 이용한 '사기'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사기는 많았지만, 다른 일을 하다가 이 업계의 생태계에 대해 잘 모르고 연기 시장에 막 입문한 2030 배우지망생들이 많이들 타겟이 되는 것 같습니다.
사기인 듯 사기 아닌 묘한 딜레마에 빠진 상황들을 듣게 됩니다. 선생님으로서 조언을 해주면 그제야 깨닫고 '내가 왜 그걸 몰랐을까'라고 생각하지만, 본인 혼자서는 그런 판단을 내리기 어렵습니다.
여자 배우들의 경우, 오디션이 되었는데 작품 논의를 빌미로 유사 연애로 접근을 하거나 심한 경우는 촬영을 빌미로 노출 신을 요구합니다. 또 심한 경우 무지성으로 성적 접근을 하는 곳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사이비도 많고요.
남자 배우들의 경우, 금전적인 부분에서 뒤통수를 맞습니다. 촬영의 기회를 빌미, 혹은 소속사 계약의 빌미로 트레이닝을 시켜준다면서 목돈을 결제 유도합니다.
제가 디테일한 사례들을 말로 풀어주면 '에이, 그런 걸 누가 당해요?'라고 하겠지만, 정작 자신의 일로 다가올 땐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 법이죠. 제가 들었던 피해썰들의 당사자들도 모두 평범하고 평소에는 똑똑한 학생들입니다.
당한 사람들이 바보라서가 아니라, 간절해서 당하기 때문입니다.
조금만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고, 자신에 대해서 메타인지를 해보면, 이것이 부당한지 아닌지 알 수 있습니다. 허나 촬영의 기회가 눈앞에서 아른거릴 때는, 배우가 간절할 때는 모든 것이 합리화되고 납득이 가버리죠. 왜 그럴 땐 용기들이 샘솟는지 모르겠습니다.
배우를 한다면서 연기 연습은 하지만, 사람 공부에 대해서 많이 안 된 배우들이 많습니다. 계약에 관해서는 똑똑하고 이성적으로 생각해야 하는데, 평소에는 잘난 척 잘하다가도 꼭 그런 중요한 시점에서는 순수하고, 감성적인 예술가가 돼버립니다.
여기서 문제는 여자 배우들입니다. 남자 배우들이야 돈이야 날려봐야 몇백이니 다시 벌면 됩니다. 하지만 여자 배우들은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고 연기를 그만둬야 하는 상황까지 노출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길 바랍니다. 내가 길거리에서 5번 이상 캐스팅 당해본 적이 없고, 하다못해 번호도 5번 이상 따여 본 적이 없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가 인스타 dm으로 캐스팅 제의를 한다? 소속사 미팅을 권유한다? 작품을 권유한다? 내 인스타 사진만 보고? 솔직히 그 사진이 100% 내 실물 싱크로율과 같지도 않은데?
만약 예고-예대 테크트리를 탔고 경력도 많고 인스타 팔로워 수도 많다면 스스로 믿을 구석이 있으니 그런 dm들을 무시할 순 없을 겁니다. 그리고 모든 dm이 사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제 막 연기를 배우기 시작했고 경력도 별로 없고 전공도 하지 않은 나를 누군가가 바로 캐스팅한다? 도대체 그 사람은 뭘 믿고 당신을 쓴단 말입니까. 설마 드라마틱 하게 운명적으로 어떤 감독이 날 알아봐 주고 써준다고요?
단편영화 하나에도 프로필이 몇백 개가 지원되는 이 시점에서 한 해에도 연기전공자들이 몇백 명씩 졸업자가 쏟아지는 이 시점에서요?
당신의 프로필이, 당신의 연기 영상이 그렇게 고퀄리티고 실력이 출중합니까?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실력에 확신이 있습니까?
또 소속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소속사의 설립 목적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한마디로 될 만한 배우를 데려다가 내가 오디션 기회도 잡아주고, 잘 키워서 그 배우가 여러 작품에 출연하게 한 다음 그 출연료는 나랑 n 빵 하겠다. 이겁니다.
그러니 회사 입장에서는 배우가 어릴수록 앞으로 미래 가능성이 있으니 좋은 거고, 좋은 학벌일수록 입시 제도에서 수백 대 경쟁률을 뚫고 검증된 배우이니 눈여겨볼 만한 겁니다. 그리고 이쁠수록, 잘생길수록 외적인 가치에 투자하는 거죠. 그런데 그런 맥락이 1도 없는 나에게 인스타 사진만 보고 소속사 제의가 온다면 의심해 봐야죠.
회사는 영리적인 목적으로 존속되는 곳입니다. 절대 순수한 마음만으론 존속될 수 없는 곳이죠. 그런데 여러분에게 순수하게 접근한다? 말도 안 되죠.
그리고 회사에서 트레이닝을 목적으로 돈을 요구하는 것도 말이 안 됩니다. 그게 무슨 회사입니까. 학원이죠.
여러분이 삼성 반도체 팀에 취직을 했는데, 삼성에서 '너는 우리 회사 기술을 배워야 하니 돈을 내라' 이런 뉴스를 보면 뭐라고 생각할 건가요? 직원의 가능성과 실력에 대한 기대감으로 뽑고, 회사가 직원에게 투자를 하면서 서로 윈윈하는 게 맞는거 아닙니까?
아무리 좋은 말로 구워삶아도 연예회사에서 여러분에게 돈을 달라는 것 자체가 여러분들이 배우로서 투자할 가치가 없다는 말입니다. 이런 말을 들으면 기분 더러워 하면서 '내가 실력 올려서 너희들이 모시고 가게 한다' 이런 생각을 해야죠.
그런데 역으로 여러분이 회사에 여러분 돈을 투자를 한다고요? 그런 회사들이 제대로 된 회사일 확률이 있을까요? 운이 좋아야 이미지 단역, 운이 나쁘면 엑스트라 이 정도입니다.
자신의 간절함에 눈멀어서, 업계 어른들의 이기심과 탐욕에 놀아나지 마세요. 물론 그 어른들도 잘못이 있지만, 그것에 놀아나는 여러분들에게도 잘못은 있습니다. 성인이 되었다면 스스로 생각하고 의사결정하고 책임져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결정을 하기 앞서서 믿을 만한 사람에게 논의를 거쳐야죠.
똥이 무엇인지 된장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눈을 가져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함부로 여러분들의 '간절함, 진정성'을 내 비치지 마세요. 그 무기를 함부로 쓰지 마세요.
여러분들의 빨리 성공하고 싶은 마음, 또래 동료들을 앞지르고 싶은 마음, 불안함을 잠재우고 싶은 그 마음이 누군가에게 표적이 되고 이용의 대상이 될 수 있으니, 항상 한 걸음 물러서서 생각해 보고, 입장 바꿔서 생각해 보고, 나라는 배우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생각하고 메타인지해보세요.
이런 마음의 에너지를 단기간 내 성공이라는 목적이 아닌, 제대로 된 실력 성장에 쏟길 바랍니다.
솔직히 실력 쌓는 것이 고통스러우니, 당장 프로필 투어에 돈 쓰고, 오디션 지원에 목 매달면서 결과주의로 빠지는거 아닙니까?
그것은 장기적으로 여러분들을 배우라는 꿈에 더 멀어지게 만드는 장치입니다. 제가 이 업계에 오래 있으면서 수천명의 배우지망생들을 본 결과, 결국 실력있고 롱런하면 알아볼 사람들은 다 알아보더군요.
실력이 다 거기서 거기 라느니, 결국 이미지 싸움이라느니, 그런말에도 놀아나지 말길 바랍니다. 매체에서 타입캐스팅이 중요한건 맞지만, 결국엔 '실력' 없으면 이미지 소모되다가 끝납니다.
선 실력 후 데뷔, 잊지 말길 마랍니다. 그리고 내 실력에 맞는, 내 그릇에 맞는 배역부터 차근히 해나갈 생각 해야지. 내 그릇에 맞지도 않는 것을 탐하다간 그릇 자체가 박살 날 수 있습니다.
by. 극예술 매체연기 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