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 : 연기 이론과 노하우
766 개

연기할 때 몰입에 관하여. (배우 지망생들이 잘못 알고 있는 3가지)

기실영화연기스튜디오 기실영화연기스튜디오
2022년 11월 24일 23시 53분 28초 6044

배우 지망생들의 화두, ‘몰입’. 

“몰입이 너무 어려워요. 상대가 잘 안 그려져요.”라고 고민하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연기할 때 몰입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많은 배우 지망생들이 잘못 알고 있는 대표적인 3가지를 이야기해 볼게요. 

몰입.jpg

첫 번째, 연기할 때 상대가 다 그려져야 몰입했다고 생각한다.

상대를 구체화시키는 작업은 정말 중요합니다. 그래서 분석 단계에서 상대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그려야 하죠.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연기를 할 때 분석했던 그 모든 것들을 상세하게 기억해야 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상대의 눈, 코, 입 모두를... 3D도 아닌데 말이죠. 당연히 모든 게 다 그려지지 않는 게 정상입니다. 분석 때 생각했던 것들을 연기할 때 다 기억해내려고 한다면 오히려 집중할 때 방해가 됩니다. 

중요한 건 이겁니다. 상대를 상세하게 그리는 행위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상대가 어떤 행동 혹은 모습’을 하고 있었고, 그것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가 중요한 겁니다. 

예를 들어 볼게요. 연기 수업 중 독백 연기를 하다가 대사를 까먹었어요. 그래서 선생님을 봤는데, 선생님이 미간을 찌푸리면서 나를 노려봐요. 만약 이런 상황이라면, 선생님의 ‘찌푸려진 미간과 노려보는 눈’이 포인트입니다. 여기서 나는 강한 자극을 받겠죠. 그런데 이 똑같은 상황을 연기로 가지고 온다면 선생님의 눈, 코, 입, 귀, 머리, 자세 그 모든 것들을 다 그리려고 한다는 겁니다. 그거 생각하다가 몰입이 다 깨지고, 연기를 마친 뒤 ‘몰입이 잘 안되었어요. 선생님이 잘 안 그려지더라고요. 전 집중력이 약한가 봐요.’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집중력이 약한 게 아니라, 안 되는 걸 하려고 해서 그런 겁니다. 하나하나씩 그리라는 것은 상황을 좀 더 믿기 위함인데, 불필요한 것까지 연기하는 그 순간에 다 생각하면 오히려 집중을 깨버릴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내가 몰입하기만 하면 상대도 몰입이 될 거라 생각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입니다. 내가 몰입이 아예 안 되면 당연히 보는 사람도 몰입이 안 되겠죠, 불안함이 그대로 느껴질 테니까요. 근데 연기는 몰입만 가지고는 안 될 때가 있습니다. 

진정성을 갖고 몰입하겠다며 시간을 많이 허비하거나, 영화에서는 그 배우가 처음부터 끝까지 잔잔하게 끌고 가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며 그렇게 똑같이 연기를 하는 등의 실수들을 많이 합니다. 실제 그 영화에 나오는 배우는 그렇게 했을지 모릅니다. 그렇게 연기해서 명장면이 나왔을 지도 몰라요. 근데 그건 연출, 카메라 각도, 음악, 조명, 상대 배우 리액션 샷 등 모든 것이 다 그 배우의 연기를 빛내기 위해 도운 겁니다. 근데 우리는 텅 빈 오디션 장에 나 하나밖에 없는데 대사를 그 배우처럼 하면 당연히 끝까지 안 보겠죠. 지금 내가 하는 연기가 현장용인지, 오디션용 인지에 따라 연기를 다르게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이때는 다른 전략을 써줘야 하는데, 어떨 때는 그것이 진정성을 해친다는 생각이 들어 거부감을 느끼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억해야 합니다. 적어도 돈 받고 연기하려는 배우는 스스로에게 심취되어 연기하면 안 됩니다. 항상 내 연기가 제3자한테 어떻게 보이는지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세 번째, 인물과 하나가 되면 명연기를 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와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특히 초보 배우들이 처음으로 감정을 쏟아내며 오열하는 연기를 했을 때, 인물과 하나가 된 듯한 느낌을 받으면 유레카를 외칩니다. 그러곤 스스로 높은 만족감과 성취감에 들떠 좋은 연기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건 감정연기 훈련을 한 것이고, 연기가 어땠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기성 배우들의 기사를 보면 “인물과 하나 된”이라는 말들이 나오는데, 그걸 보고 인물과 내가 100프로 겹쳐지는 순간을 꿈꾸며 연기를 하려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근데 저 인터뷰에 나오는 “인물과 하나 된”은 그 배우의 연기를 본 관객들의 평입니다. ‘인물과 배우의 접점이 몇 군데 있었는데 그것이 배역 그 자체 같아 보였다.’라는 의미입니다. 

인물과 100프로 하나가 되면 배우가 연기할 때 챙겨야 할 것을 못 챙겼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무아지경이 되는 상태는 특별한 신을 제외하곤 경계해야 합니다. 영화는 프레임 안에서 연기하는 겁니다. 상대 배우도 존재하고요. 카메라 사이즈도 생각해야 하며 그 안에서 움직여야 합니다. 동선이 있는 경우 어느 지점을 넘어가면 안 되는 경우도 있고, 내가 방금 한 연기를 왼손 오른손 달라지지 않고 그대로 여러 번 반복해서 촬영해야 하는 일도 많습니다. 약속된 것들이 굉장히 많다는 것이죠. 그런데 무아지경이 되어서 완전히 몰입하며 연기를 했다? 그러면 내가 연기하면서 생각해야 할 것들을 간과했을 확률이 큽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알고도 많은 배우 지망생들은 그런 순간을 꿈꿉니다. 너무 신기하고 연기라는 게 재밌고, 스스로 뭔가 이룬 것 같은 느낌이 들 것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다음에도 또 이런 느낌을 느껴보려 재연하는데 잘 안되죠. 그러면 ‘아.. 저번엔 잘 되었는데 왜 안 되지?’라며 아쉬워합니다. 

하지만 이걸 정말 잊지 마세요. 중요해서 한 번 더 반복합니다! 만약 본인이 취미로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면! 학교 동아리 활동이 아닌, 돈을 받고 프로 배우로 성장하고 싶다면 혼자 심취되어 연기하면 안 됩니다! 반드시 모니터링을 하며 제3자로서 스스로를 피드백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만 합니다. 이게 안 되면 가능해지기 전까지는 전문가에게 코멘트를 받으며 스스로 연기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만 합니다. 내 연기에서 어떤 점이 문제인지, 그걸 해결하기 위한 연습 방법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아야만 혼자 심취된 연기를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연기칼럼: 

​<설마 1월에 시작하려고 기다리는 사람은 없겠죠?>

 

 

[기실의 철학과 시스템]

https://movie119.modoo.at/

 

 

기실영화연기스튜디오
글 등록 순으로 정렬되었습니다 글쓴이 조회
12월 연말, 멘탈 흔들리는 사람만 보세요. (방어기제, 열등감 있는 사람은 읽지 마세요) 기실영화연기스튜디오 4251
(배.일.마2-20) 연기는 무의식과 함께가는 기술를 연마해야 합니다. 데니스2000 4252
솔직히 배우 되고 싶은 거 맞는데, 애써 아니라고 말하는 분들 기실영화연기스튜디오 5654
연기할 때 몰입에 관하여. (배우 지망생들이 잘못 알고 있는 3가지) 기실영화연기스튜디오 6044
소속사 고를 때 의외로 사람들이 놓치는 부분 편한배우 5875
[예얘예TV] 뇌과학으로 보는 스타니슬라브스키 윤도리 6211
연기 수업받아도 절대 안 느는 사람 3가지 특징 기실영화연기스튜디오 6326
[예얘예TV]세계사와 배우의 관계성 이야기 윤도리 5676
상업 드라마 오디션 후기 편한배우 6494
1등 상금 50만원, 배우 32명의 독백 대회 비하인드. 기실영화연기스튜디오 6237
오디션장에서 절대 하면 안되는 실수 4가지 편한배우 6699
카메라 연기를 잘하는 방법 3 액팅코치김코치 6653
필름메이커스를 통한 좋은 연기레슨 찾는 6가지 방법 액팅역지사지 6184
20%의 '실행자'분들에게 도움되는 글 액팅역지사지 5559
배우 오디션, 레시피를 공개합니다. hacting 6099
마임, 움직임, 신체표현 수업입니다. nataikun74 5672
배우는 연기만 준비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방송매체전문연기학원배우들 5769
시대에 흐름에 따라 연기훈련은 점차 발전되어 가는 중입니다. 방송매체전문연기학원배우들 5373
카메라 연기를 잘하는 방법 2 액팅코치김코치 5596
연기 처음 하는 분들을 위한, 독학 연습 방법 3가지 기실영화연기스튜디오 6042
이전
22 / 39
다음
게시판 설정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