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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가] 웬디 카를로스 (Wendy Carlos)

JEDI JEDI
2001년 05월 31일 04시 23분 06초 12101
스탠리큐브릭 감독은 철저한 완벽주의를 바탕으로 잘못된 영화들이 가지는 단순한 전달방식을 배격해왔다.
총제적인 충격을 안겨준 '2001:스페이스오딧세이'에서 시/청각적 전율을 영화라는 수단으로 구현해왔으며 과장된 이야기일 수도 있겠으나 인류는 아직도 그가 주고 간 쇼크에서 한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 혁명적인 발자취가 과연 큐브릭 한 사람 - 혼자만의 힘으로 가능한 것이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 대답은 '아니오'이다.
'2001:스페이스오딧세이'에서 리티의 음악과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전율은 곡의 선곡이나 개인적 취향은 큐브릭 그 자신의 것일지 몰라도 창작자의 그것만큼은 아니리라.
지금 소개할 웬디카를로스도 큐브릭의 영상쇼크에 강력한 힘을 불어넣어준 중요한 인물이다.
혁명적이라는 표현을 영상파격에서 실감시켜준 큐브릭에게 붙인다면 음악에서는 웬디카를로스의 영역을 따로 할당해 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알려진대로 웬디카를로스의 이력은 음악만큼이나 파격적이다.
최초의 파격은 전자음악 최초의 작품 'Switched On Bach'(이 작품은 지금도 전자음악/클래식계의 고전이며 리메이크가 수시로 이루어지는 명작이다)에서 시작된다.
클래식의 영역속에서 해석이 주는 자유로움도 가히 이 정도면 발명의 수준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한데, 그는 어설프게 클래식을 응용한 작업이 아닌 전자음악이라는 신매체를 완벽하게 이용한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이것은 이전 작가들과는 다른 매우 적극적인 모습이다.

바로 이런 혁명의 모습은 큐브릭 감독의 작품들과 썩 잘 어울린다.
'A Clockwork Orange'의 충격은 큐브릭의 영상과 웬디카를로스의 실험이 제대로 된 작품으로 모습을 갖춘 사례인데, 오리지널 무그의 소리를 그대로 사용한 타이틀곡에서는 작가의 해석이 어떤 식으로 행해지는가에 따라 같은 음악이라도 얼마나 다양한 느낌을 전해줄 수 있는지를 증명해 주었다.
베토벤의 클래식 작품들도 그의 해석을 거치고 난 후에는 어김없이 생명력을 부여받았다.
영화속의 주인공 알렉스가 느끼는 베토벤의 음악이 쾌락의 감정이라면 그 감정이입자는 여지없이 음악을 조율하고 있는 웬디카를로스의 몫이다.

영화자체도, 영화음악사에서 보았을때도(전자음악계에서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말 그대로 고전(Classic)의 역사를 만들어 온 그의 활동이 그리 활발하지 않았던 것은 의외이다.
그는 월터카를로스라는 원래의 이름을 버리고 성전환 수술 후 얻은 웬디카를로스라는 새로운 삶(여성으로 성전환했다)을 살았지만 그런 삶과는 무관하게 대중들은 그의 작품이란 기다려야 한다는 공식에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컴퓨터그래픽만으로 만들어진 기념비적인 작품 영화 'Tron'에서 들려진 쇼킹한 전자사운드 - 여기서 그의 이름이 또 다시 발견된다.
파격, 최초, 개척이라는 단어는 이렇듯 그의 이름앞에 늘 익숙하게 붙어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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