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이야기 - 행운은 어머니 잔소리와 함께온다
주제 : 일상에서 발견하기. 소중한 일상.
작품의도 : 일상에서 탈출하는 기분으로 내 일상을 다루어보고자 한다.
등장인물 : 나 - 35살/ 남/ 총각.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고학력 백수. 단순한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나 위화감에 발 붙이지 못하는 유약한 심성의 소유자.
김민섭
시나리오
#1. 집 - 식탁 / 점심
늦은 점심을 먹던 내가 맥 빠진 태도로 친구와 전화통화를 한다.
나 : (얼버무림) 그거야 그렇지. (기운 내며) 야, 너네 회사에 무슨 일자리 없냐? 너 정장 빼 입고 일할 때 나는 마대장갑 끼고 짐 나르더라도. 일 끝나고 둘이서 같이 음료수 한 잔 시원하게 쭉 들이켜는 거야. (친구 말을 듣다 한숨 내쉬며) 그래? 그래.
전화를 끊는다. 암전.
#2. 집 - 어귀 문 앞 / 점심
인터뷰 영상. 나 - 전형적인 백수 모습 (오후 늦게 일어나 머리는 사방팔방 뜨고 부스스한).
나 : (문패를 가리키며) 일 그만두고 쉬면서 만들었죠. 보니까 니스칠이 다 벗겨진 거예요. 그래서 새로 칠하려고 기존에 있던 니스들, 사포에 물 묻혀서 벗겨내는데 갑자기 이쪽(문패에 시커먼 쪽) 부분이 푹 들어가버리는 거야. 아, 얼마나 우울했는지 몰라요. 이게 니스 한 통을 다 먹었죠.
나, 마당으로 이동한다. 뒷짐은 지지 않으나 할아버지 같은 포즈다.
(카메라 지붕을 향하기도 한다) 이번에 태풍 볼라벤 왔을 때 얼마나 우울했는지 몰라요. 태풍 온다고 해서 집 배수구 낙옆 쌓인 거 다 치우고 준비했거든요. 그런데 태풍 오고 나서 괜찮나 해서 나가보니 집 지붕이 (손으로 제스춰를 취하며) 팔락팔락 거리는 거야. 어머니한테 소리치고 지붕에 붙잡고 본드로 붙이는데 바람이 얼마나 세던지... 아참, 그 전날 가시넝쿨 치우다가 벌에 쏘였지. 얼굴은 퉁퉁 부어가지고. 결국 비오고 재료없어서 다 날라가버렸는데... 그날 저녁 얼마나 우울했는지 몰라요. (배수구 철망을 보여준다) 지붕 고치면서 배수구 철망을 만들었죠. 이거 이렇게 코팅하는 게 쉬운 게 아닙니다.
(카메라, 장독대 아래 밭을 둘러본다)
나 (목소리만) : 여기에 펜스도 세워야하고 가스 보일러 공사도 해야하고 정화조도 퍼야하고...
#3. 집 - 거실 / 저녁
진공관 앰프에 불이 켜진다. ‘나’는 쇼파에 앉아 헤드폰을 끼고 인터뷰에 응한다. 우스꽝스러워보인다.
나 : (자부심에 가득차 있다) 이 헤드폰을 이렇게 튜닝하는데 얼마나 많은 공이 들었는지 알면 놀랄 거예요. 그동안 음향에 대한 수많은 모험을 했죠. (뭔가 알지만 더 이상 말 못한다는 듯한 표정) 음...
심각하게 음악을 감상하는 포즈를 취한다. 영롱한 피아노 소리가 헤드폰에서 흘러나온다.
안방에서 어머니 악 쓰는 음성.
어머니 (목소리만, 앓는 소리로) : 이놈아. 소리 줄여! 엄마 내일 일찍 나가야 돼. 다른 사람까지도 잠 못자게 난리야. 밤에 잠을 자야 낮에 뭘 하지. 어휴, 이 철딱서니없는 것아. 줄여. 내 말 안 들려?!
나 : (울상지으며) 어머니 때문에 아무것도 못 하겠어요. 사람을 아예 숨도 못 쉬게 만들어. 헤드폰으로 음악 듣는데 뭐 어때서!
‘나’는 앰프를 끄고 헤드폰을 제자리에 놓는다. 어머니 방으로 향한다. 어머니는 TV를 켜 놓고 지쳐 주무신다. 어두운 방에 TV만 덩그러니 켜 있다.
나 : 건전지 사가지고 왔어요?
어머니, 지친 듯 아무 말 없다. ‘나’는 TV 리모콘에서 건전지를 뺀다.
#4. 집 - 마당, 벤치 / 밤
나, 눈시울 시뻘개져서 김치에 막걸리를 마신다. 술이 약한듯 많이 취한 포즈다. 뒤편 소나무에 머리를 기대고 곰곰이 생각에 잠긴다. 남은 막걸리를 소나무에 둘러 붓는다.
#5. 집 - 거실, 컴퓨터 앞 / 낮
구직사이트를 켜 놓고 전화 통화하는 나
수화기 저편 목소리 : 이것보세요. 일을 하고 싶으면 의지가 보여야죠. 이딴식이면 앞으로 뭘 하던지 간에 안 될 거요. (전화를 끊는다)
나 : 여보세요. 여보세요?
문자가 와 있길레 확인하니 카드 연체대금 안내 문자다.
#6. 집 - 마당 / 낮
잡초를 뽑던 ‘내’가 장독대 아래로 향한다.
#7
라스트 씬은 비밀입니다.
흠흠, 흠흠흠흠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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