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누구에게나 익숙한 단어이다.
누구나 한명쯤은 존재하며,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또 쉽게 얻지 못하는게 친구일 것이다.
현장에서 만나는 친구는 조금은 특별하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현장에서 그리고 내 주변에서 가장 근접하게 본 두 친구에 대한 얼굴을 그려볼 생각이다.
9.이은정
우리 영화의 스크립터다.
10의 인물과 77년 동갑내기 친구다.
일하는 것에 있어서 깔끔하다. 술을 참 좋아한다.
가식적인 것을 싫어한다. 옳은 소리도 잘한다.
정말 자신이 아니라고 생각할때 아니라고 말하며 주장이 꼿꼿하다,
하지만, 자신이 잘못했을때 또는 고맙다고 생각할때 자신을 굽힐 줄 알며 진심으로 미안하다 고맙다 말할 줄 아는 사람이다.
현장에서 그녀는 매우 예민하다. 자신의 영역과 자신의 일을 지키려는 암사자? 쌈닭? 같이 보이기도 한다.
처음에 접한 사람들은 그녀를 매우 거칠게 또는 무섭게도 보이겠지만,
많은 노력과 배움의 끝에 힘들게 얻어낸 자신의 수확이기 때문에 지켜나가는 것 같기도 하다.
현장이 끝나면 그녀는 한없이 여린사람이다. 이래서 사람은 앞뒤를 모두 봐야한다.
그녀는 스스로 자신이 머리가 나쁘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현장에서는 똑똑한 은정이라고 부른다.
나는 인간이란 자기자신을 제일 잘 아는 동물 또는 제일 모르는 동물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따른다면 그녀는 자신을 머리가 나쁘다고 생각하기에 더더욱 노력하는 인간이고,
그녀는 자신을 잘 모르기 때문에 스스로를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그녀를 가까이 지켜보면서 일하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 생각한다.
10.최동숙
연출부. 일명 슬레이트걸이다!
9의 인물과 77년 동갑내기 친구다.
모든사람들에게 인사도 잘하고 밝은 그녀. 술자리를 참 즐긴다.
자신이 한없이 부족하고 뭔가 부족하고 피해를 주지 않을까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녀는 모르는 것 같다.
작은눈에서 그녀가 웃는 모습이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맑은목소리로 슬레이트를 칠때 마다 다른 현장과는 사뭇 다르게 긴장감있는 현장을 풀리게 해주는지를...
나또한 그렇지만 현장에서의 예상치 못한 일들에 대해 짜증도 나고 더욱이 스스로를 참지 못해서 화를 잘 내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하지만, 그녀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 짜증을 다 받아주고, 스스로 힘든일을 웃으며 넘긴다.
뭐... 결과야 어쨌든 똑같겠지만, 방법의 차이엔 항상 그녀는 긍정적이다.
그녀는 매 회차 현장의 콘티를 그렸다. 처음에는 졸라맨이였다가,
다음회차엔 이렇게 해봐야겠는걸? 많은 시도에 있어 팔다리에 살을 찌우고
각캐릭터에 걸 맞게 그려나갔다.
나날이 발전되어 가는 콘티를 받을때면 어느덧 스탭들과 배우들의 얼굴에 미소를 담는다.
이 둘은 서로 잘 싸우고, 서로 잘 놀고, 서로 가르쳐 주기도, 서로 반성하기도, 서로 격려도 잘해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말한다.
"너가 없었더라면, **하기는 힘들었을꺼야."
"아니야"
"아니야"
"그래 맞아! 내가 없었더라면 **하기 힘들었을꺼야"
라며 서로 웃는다.
어쩌면 현장에서 만난 친구란, 특별하다.
상황에따라 친구가 될 수 있고, 선생님이 될 수 있고,
선배가 될 수 있고, 후배가 될 수있는 많은 탈바꿈을 한다.
나 또한 그녀들과 부산에서 함께 동거를 하며 즐거웠다.
두 명의 언니가 없었더라면, 이 작품이 나에게 특별하지는 않았을꺼야라고 말하고 싶다.
은정! 너의 힘든 모습이 여기에는 안 보여서 좋구나
너의 영화는 왜 그리도 치열하냐? 우리 불쌍한 은정, 그래도 너의 술친구가 많은게 부럽군
하여튼 다음 영화할때는 돈 쪼달리는 행동은 하지말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