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부는 스탭의 어머니가 되어야 한다.

montazu
2003년 04월 27일 02시 50분 33초 2636 3
언젠가 "제작부가 뭐라고 생각해?"라고 어느 어르신이 물었더니,
우리 제작부 분이 그러더군요.
"엄마같은 마음으로 스탭들을 챙겨야 한다"고...

울 제작부의 독고탁! 김만수 제작실장님을 필두로 황산벌 스탭의 머리엔 잔디밭이 한창입니다.
늘 빡빡이를 고수하던 실장님의 헤어 스따~~일이 이렇게 붐을 탈 줄이야...
오늘은 감독님이 실장님을 데리고 미용실을 갔습니다.
그리고 두 분이 사무실 문턱을 넘는 순간, H.M.I. 두 대가 들어오는 줄 알았습니다. -.-

길거리에서 만나면 무슨파냐고 묻고 싶어지는 독고탁씨...
드디어 멀쩡히 가가멜을 고수하던 제작부 준회씨를 검은 잔디로 물들어 놓았지요.
ㅋㅋㅋ
준회씨, 몇일 전 빡빡 밀고 들어왔는데, 카리스마 장난 아닙니다.
아쉬운 건 스크래치를 낸다고 낸 게 땜빵과 만나면서 진짜 스크래치가 나버렸지요.

어디선가 날라온 전직 가수 (음반발매 후, 집 안이 온통 시디로 가득차야만 했다는...)이자 국적불명의 낙하산 (외모는 china에, 풍채는 장수감이요, 한 때는, 자갈치 시장을 누비다 현재는 비새는 무쏘를 끌고 서울 시내 구석 구석을 누비는) 지홍씨는 뒤늦게 영화판에 뛰어들어 팔자에도 없는 고생을 하고 있지요.

하얀 얼굴에 어깨에 닿을 듯 말듯 약간 뻗친 머리를 한 진섭씨, 멀리서 보면 꽃미남 같더이다.
친구따라 강남 간다던데, 친구따라 충무로 왔다가 오자마자 부여 벌판에 내팽겨쳐진 뽀숑뽀숑한 진섭씬 지금...
뻘~이 되버린 벌판에서 허우적 대고 있습니다. 아마도 조만간 만나면 뽀숑뽀숑한 피부는 뻘~이 되어 있지 않을까...

제작부의 진짜 엄마!
영수증의 바다에 빠져버린!
황산벌의 왕눈이!
제작부장 박은혜양입니다.

작년에 첨 봤을 땐, 뽀~~얀 피부에 동그란 눈, 분홍빛 볼에 배시시 미소를 짓는 은혜씨를 보면서 배운줄 알았습니다.
애기같은 은혜씨를 보며 자뭇 황산벌이란 거친 작업의 방향성 마져 의심스러웠더랬죠.
2003년 3월, 다시 은혜씨를 보며, 황산벌이 거칠디 거친 작업이 될 것임을 확신하게 되버렸죠.

위에 언급한 저..저.. 알수없는 만화 속 조연급들 이끌고 여기까지 오다보니...
곱디 고운 박양 역시 어쩔 수가 없더군요.
박양의 잔소리는 하루가 멀게 늘어나고, 박양의 단호한 한마디에 야단맞은 꼬마들처럼 사라져 버립니다.
진짜 골때립니다.
밖에서 다들 하루종일 뛰어 다니다가 오후에 사무실로 들어오면, 우르르 시끌벅적 은혜씨에게로 가서 이러쿵 저렁쿵
마구 떠들다가, 뭔가 꼬투리가 잡히고 "응, 응..." 온화하던 은혜씨의 리액션이 조금씩 냉정해질 쯤 서서히 사운드는 줄어듭니다. 급기야 은혜씨의 목소리는 하이톤이 되고, 단호하게 한 마디 나옵니다. "안돼!"
그 순간 사라지는 제작부들... 어디로 갔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냥 궁금해지기도 전에 한 명씩 은혜씨 앞에 앉아 꿀먹은 벙어리가 될 뿐입니다.

안된다고 회피하지도 않고,
안되는 줄 뻔히 아는데도, 기를 쓰고 되게 만들어 버립니다.
아무도 하고 싶어하지 않는 일에 늘 제작부가 있덥니다.
누가 무슨 일이 있는지, 누가 기분이 어떤지 속속들이 챙겨주는 은혜씨, 무슨 일이든 어려워 하는 일에 먼저 솔선수범하는 실장님,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아무리 누가 뭐라해도 늘 미소를 잃지 않는 준회씨, 적응하기도 힘든데 일에 치여도 포기하지 않는 끈기맨 지홍씨, 혼자 벌판에 버려져도 스스로 살 궁리를 찾을 줄 아는 진섭씨...
그들이 어머니가 되어 준다면, 기꺼이 따라가고 싶어집니다.

대학 졸업  후, 서울로 올라와 자취생활만도 5년이 넘는 실장님은 그동안 한국 영화의 구석구석에서 조수스탭으로서 겪을 수 밖에 없은 정신적 혼란과 금전적 혼란등을 겪어야 했지요. 그럼에도 항상 <미소를 잃지 말아야 한다>고, 힘들고 어려울 수록 더  웃으면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사기를 염려 합니다. 여기 저기서 <만수야! 만수야!>불러도 언제나 <네!>하고 빡빡 머리를 들이미는 실장님은 자기 식구들에게 말없이 운동화를 선물 합니다. 열심히 뛰라고, 바쁘게 뛰어 다녀도 발이 피곤하지 말라고... 이제 곧 그들의 운동화도 뻘에 뭍혀 천년 전 황산벌의 거친 시간을 함께 하겠지요?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chacha999
2003.04.28 17:08
팀 분위기가 물씬 묻어나는 글이었습니다.
Profile
yhhchang
2003.04.29 16:27
우리.. 제작부의 꽃.. 이쁜이. 열심히 잘하구 와.. 나 여기 있을꼐.. 열심히 운동하구 있을께..

넘... 우리 이쁜이 예쁘게 표현해주시니깐.. 좋으네요.... 제가 누구 냐구요....

남친입니다.. 하하하하하하핳하... 다들.. 열심히 하세요.. 화이링..
coordy
2003.05.01 23:39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이...그리고 땀냄새가 느껴지는 글이었네여..
이제 촬영을 시작하셨겠네여...열심히 하시구여..9월에 극장에서 볼수 있겠져?
저두 실미도에가서 2달간 열씨미하구 오겠습니다. montazu님두 열씨미 하십시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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