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 샷다를 열고...

montazu
2003년 04월 11일 14시 58분 18초 2053 3
<오늘은 일찍 퇴원하자!>

연이은 배우들과의 미팅과 신라쪽, 백제쪽등 팀별 단합대회등...
지친 감독님과 조감독님 그리고 연출, 제작부들...
그래서 그제엔 다른 날 보다 조금 일찍 퇴근하기로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작부장 박양은 정산 때문에.. 연출부 리양은 시나료 정리 때문에..
일을 두고 갈수 없었기에... 그냥 남기로 했죠.

우리 사무실 건물은 밤 9시가 넘으면 엘리베이터를 끕니다.
그리고 10시가 넘으면 모든 문이 폐쇄 됩니다.
그래서 9시가 넘으면 3층으로 내려가 옆 건물로 옮겨가는 간이 구름다리를
넘어야 합니다. 참고로 우리 사무실은 6층입니다.
하지만 요즘 아주 가끔... 11시에도 나가곤 했죠.

어느새 10시가 넘고, 늘 마지막까지 계시던 이사님도 박양과 리양에게
요쿠르트를 하나씩 주시곤 퇴원하셨습니다.
"야근 해야 할 것 같아..."
"어떡하지? 늦게 나가면 아저씨(수위 아저씨)한테 혼날텐데..."
"일단 11시까지만 게겨 보지뭐.."

늘 9시 30분이면 순찰을 돌던 수위 아저씨도 오늘은 왠지 보이지 않으시더군요.
시간은 후딱 한시간이 지나버리고... 결단을 해야 합니다.
"지금 안나가면 차도 끊기고, 나갈 수도 없으니까 밤을 세야되."
"어떡할까..."
"그냥 낼 일찍 나와서 하지뭐."
"에효... 그러지."

웅? 근데 왠일로 엘리베이터가 켜져 있더군요.
의아해하며, 한편으론 기대감을 갖고 엘리베이터를 탑니다.
'1층이 열렸을까?'
역시나... 다시 3층으로 올라가 구름다리를 건넙니다.
그런데... 이 곳 1층도 문이 잠기고, 셔터는 자물쇠가 채워져 버렸습니다.
으악.... 갇혔다.
수위실 앞에서 아저씨를 불러 봅니다. 이빠~~~~이 욕 들을 것을 각오하고...
첨엔.. 살짝 "아저씨이..."
굳게 닫힌 수위실 문은 미동도 없습니다.
"아저씨. 아저씨. 아저씨...."
역시나 대답이 없습니다.

전에 휴일날 사무실을 나온적이 있습니다.
휴일날엔 옆 건물 쪽문인 이 문으로 출입을 할 수 있습니다.
셔터를 올리고, 유리문을 열면 되는데, 유리문이 잠겨 있더군요.
문을 두드립니다.
빼꼼히 수위 아저씨가 고개를 내미십니다.
"아저씨, 씨네월드요!"
빤히 보시던 아저씨가... 천천히 고개를 저으십니다.
으잉?
"그럼, 돌아가라구요?"
아저씨는 다시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십니다.
유리문을 잡은 손이 난감해 합니다.
결국 10분 동안 사정사정해서 들어갑니다.
다시 2분여 동안 욕을 듣습니다.
쿵쾅쿵쾅!! <- 계단을 올라가는 제 발소립니다.

박양과 리양은 분명 아저씨가 일부러 문을 안열어 주시리라 짐작해 봅니다.
점점 목소리가 커집니다.
"아저씨! 아저씨! 아저씨!!!!"
지나가던 행인이 우리를 발견하고 셔터를 열어 보려 하십니다.
그러나 우린 방법이 없슴을 압니다.
"괜찮아요..."
여기저기 뒤져봐도 열쇠는 보이지 않고...
점차 망연자실해 집니다.
날도 쌀쌀하고... 사무실에서 밤새기는 더욱 싫어집니다.
집에 가고 싶어지고, 별로 친하지도 않던 가족들이 그리워 집니다.
급기야 문을 두드리고 소리를 질러 봅니다.

그러기를 30분...
"혹시 순찰 도시는 거 아냐?"
"여태...?"
힘도 빠지고, 배도 고파오고... 한기가 느껴집니다.
순간, 희미하게 들리는 소리... <누구요?>
여전히 문은 굳게 닫힌채 안에서 작은 소리가 들립니다.
"아저씨.. 진짜 죄송합니다. 씨네월든데요... 문 좀 열어주세요..."
문을 사이에 두고, 아저씨와의 실갱이가 벌어집니다.
5분 후, 안에서 들리는 희망의 빛 하나... <문열어..>

아저씨는 감기 몸살로 일찍 감기약을 드시고 잠이 드셨답니다.
아직도 비몽사몽 하십니다.
결국 열쇠를 받아 탈출한 박양과 리양...
눈물이 핑돕니다... 감격의....

=^^=
당분간은 야근 생각 못할 것 같네요.
그 날의 휴유증으로 어제는 남들 나갈 때, 후다닥 짐을 챙깁니다.
ㅋㅋㅋ

4월 30일 크랭크 인 합니다.
하루가 앞당겨 졌네요.
1회차는 양수리 2세트에서 3~4일 정도 시작합니다.
29일 약식으로 간단한 고사를 지내고, 메인 촬영 공간인 부여로 가면 그때 제대로
고사를 지낸다고 합니다.

내일과 모레 1박2일 동안 현장 스탭들의 단합대회 엠티를 갑니다.
그리고 다음 다음 주엔 60여명의 전체 배우들의 리허설이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 주 주말에는 전체 배우들의 단합을 위한 체육대회가 있습니다.

부여에서는 토목 공사가 한창이고, 다음 주말 경에는 양수리 세트 작업이 들어갑니다.
중국에서는 갑옷이 제작 중이고, 충무로에서는 관복등 일상복이 제작 중입니다.
촬영감독님과 스토리보드 연출부는 차근차근 콘티를 그려내고 있고,
일부 픽스되지 않은 배우들이 하루 하루 결정되어 가고 있습니다.

오늘 오전엔 촬영대본 제본이 들어갔습니다.

이제 곧 생생한 촬영장의 역동적인 모습들이 필커에 올라오겠죠?
그럼... 많은 성원 부탁 드립니다. ^^

p.s. 과메기... 원하신다면 언제든 술을 사십시오.
그럼, 제가 과메기를 대접해 드리지요. ㅋㅋㅋ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악녀~!
2003.04.14 09:52
그날의 악몽이 떠오른다...으악....
절대 야근하지 않으리다!!
chacha999
2003.04.16 14:02
하핫..야근은 싫어
egohs
2003.04.17 21:31
몇몇 영화사를 가봤지만 씨네월드의 구름다리 압권이었습니다. ^^; 쩝 과메기 먹구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