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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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헌팅의 추억

veronika
2009년 01월 06일 22시 07분 25초 2087 2
며칠 전에 식당에 가서 식사하다가, 정말 아무 생각없이, 한참이나 지난 후에,
언젠가 로케이션 헌팅하러 왔다가 배고파서 밥 먹었던 식당임을 깨달았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때 앉았던 테이블에 앉고 있었습니다.

그 때가 생각나 혼자 아련해하고 있다가, "나 여기 와본적 있어! 밥 먹었었어!"라고 말했지만
저의 추억을 함께 나눌 사람은 고사하고 그 누구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죠.
그래서 혼자 그냥 생각하다가 왔습니다.

그 때 함께했던 분들로부터 지금까지 좋은소식만 듣고 있지만,
다시는, 정말 다시는 오지않을, 첫사랑같은 희망적이고 설레였던 때였어요...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Profile
kinoson
2009.01.07 00:20
과거에 "청연" 이라는 영화 연출부 할때의 일입니다.
제작부 형 한명과 헌팅을 떠났고..무슨일이 있어도 좋은 장소를 찾고야
말겠다는 일념으로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이상한 비포장 도로를 달리고 있었죠..
한참을 들어가다 보니 길이 막혀 있고...차를 돌릴수고 없고 후진으로 가기엔 너무
멀리 달려왔고...정말 난감 했더랬죠...

10분간 고민을 하다가 제가 차에서 내려 뒤를 봐주고 다시 후진으로 10여분 나왔을 무렵
차로 갈때 보지 못했던 오르막길이 있었습니다.
호기심반 설레임반으로 오르막을 올라갔더니. 시골의 한적한 국도가 나오더군요..

" 야 살았다~~~" 하며 슬금슬금 국도로 올라왔는데......

난....

역주행 하고 있고
정면으로 트럭한대 쌍라이트키며 달려오고 있을 뿐이고...

거짓말 좀 보태서 후진 100km 로 달려서 다시 내려왔습니다.

우스개 소리로 썼지만 정말 그땐 아찔하더군요...(120% 실화 입니다)
요즘도 그때 그 제작부 형 만나면 그 헌팅 이야기를 하면서 웃곤 합니다.

별 생각없이 쓰다보니 본문보다 리플이 더 길어졌군요 ... -_-;;
헌팅 얘기가 나오니 문득 그때의 생각이 나서 한번 써봅니다....
veronika
글쓴이
2009.01.07 16:08
목숨을 건지셔서 정말 다행이네요!
어떻게보면 영화 자체보단 제작과정에서 겪는 일들이 영화보다 훨씬 흥미진진하고 극적인 것 같아요.

(그 이상의 사태를 연출하지 않으신 트럭 기사님에게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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