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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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혹시 지금 당신이 드시는 술이 죽음의 술이 아니신가요?

junsway
2006년 08월 29일 04시 00분 08초 1405 2
50대를 살짝 넘긴 아는 한 분이 계신다.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서 어려움 없이 자랐다고 한다. 젊은 시절, 친구들과 어울려 술마시는 걸 인생 최고의 기쁨으로 아셨던 그분. 그에겐 술 이외에 가무나 여자에게는 거의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술집으로 향하면서 몇십만원을 되는대로 지갑속에 구겨넣고 술 마실 즐거움에 매일 가슴이 두근거렸단다.
그 지인의 주변에는 술과 대화를 좋아하되 여자와 노래, 춤은 싫어하는 그런 대여섯명의 친구들이 항상 모였단다. 그들은 이 분이 매일 사는 술독에 빠져 젊은시절을 보냈단다. 어떻게 하면 이 친구의 주머니를 뒤져 술을 사게 하고 돌아가는 귀가길에 택시비를 받을 수 있을까? 꽤나 고민들 했다고 한다. 그래도 사람이 좋아 사양하지 않고 술을 사고 술자리가 파하면 친구들의 주머니에 만원짜리 지폐를 구겨넣으며 행복했더란다. 그런데....
친구들을 다 보내고 이제 택시를 타려고 하면 지갑속에는 한푼도 안남았단다.
노래 한 스무곡쯤 부르며 사시사철 걸어서 새벽에 집에 귀가했다고 한다.
매번 '내 차비 정도는 남기자'고 다짐했지만 무슨 이유에서건 항상 빈털털이었다고 한다. 그 이유가 궁금해 재차 물으니 만원짜리 한장을 남겨도 어떻게 알았는지 친구들이 그 만원을 기필코 노린다는 것이었다.

'아들이 과일이 먹고싶다는데...'
'너 동창회비 안냈지?'
'만원가지고는 안돼. 더 줘.'

그 이유는 수십가지 수백가지가 된다.
어쩔 수 없이 추우나 더우나 새벽 귀가길을 두시간이 넘는 길을 걸어서 돌아와야 했다.
그리고 어느새 그런 새벽의 뚜벅이 귀가를 자신이 즐기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했다.

그리고 20년이 넘게 흘렀다........
그 사이에 친구들은 출세도 하고 사업도 성공해서 그렇게 바빠 하면서도 그들은 자주 모였단다.
성공했으면서도 그 분은 최근까지도 자신이 술을 샀다고 한다.
친구들은 마치 습관처럼... 그리고 의식처럼.... 이 분의 술을 얻어먹고.... 그리고 택시비까지 받아서....
그것은 일종의 의식같았다고 말했다.
공짜술을 마시는 것은 돈의 많고 적음을 넘어서 일종의 마약같은 힘이 있나 보다.
웬지 남들은 손해봐도 난 운좋게 세상을 살고 있다는 기묘한 심리.

그런데 그 지인에게 몇십년동안 술을 얻어 먹은 그 친구분들은 모두 술때문에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고 암에 걸리고 몹쓸 병으로 고생한다고 한다.
그래도 건강한채로 남은 사람은 자신 하나 뿐인데... 아무래도 이상해서 생각해 보니 그 이유는 두가지란다.

술값내지 않으려고 신경쓰면서 먹는 술은 독이 되었고
술에 만취되어 택시를 타고 갔던 그들은 술이 깨지도 않은채 잠자리 들었던 것이다.

이 분은 세상 그 누구보다도 기분좋게 술을 마셨고
노래 스무곡 부르며 걸어서 귀가하면 술도 깨고 평소에 부족한 운동도 완전히 보충한다는 것이었다.

세상이란 이런 것이 아닐지.....
베푸는 자에게 복이 있을지니....
늦게가도 제대로 가자. 사랑하면서 기분좋게... 그리고 즐기면서.....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lobery
2006.08.30 02:55
일리있는 얘기네요... 나도 함 해봐야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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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dman
2006.09.12 19:52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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