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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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토요일 아침에...

mojolidada
2004년 11월 14일 18시 03분 17초 1352 7 15
사는게 힘든 시기이다.



토요일 오전.....


하얀 무언가를 담은 깜장 비닐봉다리를 한손에 들고....
까만 양복을 말끔하게 차려입으시고 누군가의 아버지는 걷고 있다.

어디를 그렇게 가시는지 좌로 휘청 우로 휘청.... 차들이 지나다닌다.
젠장 이길은 인도도 제대로 없단 말인가...


나는 그렇게 보았다. 그냥 뒤에서 보았을 뿐이다....


정신을 차리신 당신처럼 보이시기 위해 그는 무릎을 허벅지까지 들어올리며 걷고 있었다....
좌로 휘청 우로 휘청....

젠장 이길은 인도도 제대로 없단 말인가...



사는게 힘든 토요일 아침이다.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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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lsomina
2004.11.16 01:46
전에 봄날은 간다 할때 말야.
다른 조감독들이 헌팅을 나갔다가, 너무 좋은 사진을 만나게 되어서
집 헌팅은 그만두고 사진을 하나 얻어가지고 왔는데
그게 어떤 사진이냐면

한 70년대 초반쯤 되었을까 싶은 그런 배경에
배경이라고 해봤자 그냥 길 너머 하늘만 보이고
먼지 풀풀 나는 포장도 안된 그런길을

곱게 한복 차려입으신 중년의 여자분이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뒷모습 사진이었다.
물론 사진은 흑백이었고....

그래서 난 그 여자분 .. 어디로 가는 길이었을까 싶어서 되지도 않는 낙서까지 했었을 정도로
나에게는 큰 느낌이 있었어.

우리는 그 사진을 너무 좋아서 바라보다가
할머니 외출 나가는 씬까지 만들었지.

할머니 방에 걸어놓고 영화찍었었는데, 영화속에 잘 나오지는 않지만...

어느때인가 어느분이 어딘지 모를 그런 길을 걸어갔었고, 누군가 사진을 찍었나봐.
그 길을 같이 가던 사람이었겠지.
수십년의 세월 지나 그 사진을 누군가 보았고...
그게 한 영화의 작은부분이 되었지.

어느 한 사람의 생의 한 순간 그렇게 아름답게 담아놓을 수 있구나..
사진이란 그런거구나 - 그런 생각을 했었다.

사진 한장이 영화보다 좋고
노래 한곡이 영화보다 좋을때가 많지.

세상 열심히 살다보면 성한이도 좋은 영화 만들때가 올꺼다.
요즘 일하고 있을텐데 ... 왜 갑자기 사는게 힘든 세상 타령을 하고 그러냐 ?
사는건 원래 힘든거야 임마.
mojolidada
글쓴이
2004.11.18 13:31
흠... 형님의 말씀 깊게 새겨 듣겠습니다.... '봄날은 간다' 할머니의 뒷모습......
전 감명깊게 봤습니다.

언젠가 저도 그 아버지의 모습을 영화로 만들 날이 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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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dsong
2004.11.18 14:35
'까만 양복을 말끔하게 차려입으시고 누군가의 아버지는 걷고 있다.'

지난 4일동안 저기 저 '누군가의'를 못 보았었다.
네 어린시절 중 갈기갈기 찢기는 한토막인줄로만 생각했었다. 깊은 마음으로.

오늘에야 알았네.

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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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220
2004.11.20 03:27
헛, 언제부터 감독님이 형님이 됐어? ;)
vincent
2004.11.20 12:13
가끔은 언니로도 불리시던데요.
mojolidada
글쓴이
2004.11.21 00:42
sadsong형님 그건 잠깐 썼다가 수정한 부분입니다. 미안해요.... ;;;;
image220형님 저에게는 나이 많으면 형님이고 누님이고 그런거에요....
vincent누님...... 잘 지내시죠? (아직은....)

뭐 다 그런거지 이런거 저런거 챙겨가며 살다보면 피곤하지 않을까요?


어떤 우울하며 즐거운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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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220
2004.11.21 18:11
다 그런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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