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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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훔쳐본 앞집 ...

jasujung
2002년 12월 20일 20시 40분 07초 1247 1
머리가 짧은 여자가 담배 피우는 모습은 그리 멋지지 않다.
미인이라면 모르지만 난 미인이 아니니까..

흐릿한 보름달이 떠있는 북쪽 창을 열고 푸르스름한 연기를 한웅큼 뱉어냈을 때
밀봉되듯 쳐진 하얀 블라인드 표면표면 위로 아주 밝은 빛이 새나오는 내  앞집 창을 보았다.
마치 그림자연극을 보듯 선명한 움직임.
섹스하는 사람들.
갑자기 그림자가 푹 쓰러지며 하나로 포개지다 누군가가 일어나 옷을 주섬주섬거렸고,
이불이 높다랗게 붕 뜨다 다시 덮혀지는 게 보였고,
잔물결이듯 어떤 빛들이 마구 반짝이었는데 아마 tv화면이었던 것 같았다.
내 집 tv에선 대통령선거투표방송이 한창이었다.
나는 조용히 불이 붙은 꽁초를 창 밖으로 내던졌고, 또 조용히 창문을 닫았다.

달을 따라 걸은 적이 종종 있다.
그런데 달은 전혀 가까이 오질 않았다.
내 눈앞에 저리도 크게 떠있건만 걸어도 걸어도 간격은 늘 그대로였다.
멀어지지도, 가까워지지도...
아마 달에 꽂은 성조기...그짓말이다..

어제처럼 흐린 달빛이 비추는 오늘...앞 집 창은 컴컴하다...
한 사람의 웃음과 또 한 사람의 절망처럼 사랑도 그렇게 끝나버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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