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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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아주머니.... 죄송합니다....

sadsong sadsong
2002년 04월 03일 13시 13분 24초 1007 2 2
엄마는 어제저녁, 아는분과 함께 연극인지 오페라인지를 보고 오셨다.
그분이 표가 생겼다면서 보러가자고 하신거였는데,
보통의 엄마들처럼 문화생활이 거의 전무한 우리 엄마는,
작품자체를 떠난 흥분됨으로
"내가 언제 또 로얄석에서 그런 공연을 보겠어"라며
소녀의 들뜬 마음으로 예술의 전당에를 가셨다.
그리고, 저녁공연을 보고 밤 10시가 조금 넘어서 그분과 헤어진 뒤 집에 오셨다.

오늘 아침, 조금전, 엄마는 전화 한통을 받았는데,
어제 함께 공연보았던 분 남편의 회사동료라고 밝힌 그 사람으로부터
그 아주머니의 아들이 사고로 죽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어야 했다.

어젯밤 12시쯤 교통사고를 당했고, 오늘 아침 7시에 숨을 거두었다는.


두 형제중 장남인 서른을 조금 넘긴 미혼의 그 아들은, 촉망받는 검사였다고 한다.
작년쯤인가 아들이 검사가 되었다며 밥한끼 대접하는 자리에 엄마가 다녀오신 기억,
그리고.... 드러내지 못하고 부러워하시던 모습이 아직 생생하다.


그 아주머니의 심정을 나는 감히 헤아릴 수 없다.
아들 사고 직전 즐겁게 나들이하고 온 자신을 스스로 용납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공연뒤 집에 온지 한시간여만에 아들의 사고 소식을 들었을 것이고,
그리고 오늘 아침 마지막 숨을 거두기까지의 그 짧은 밤. 그 긴 밤.
마지막 길에 누워있는 아들 앞 '어머니' 의 가슴은.... 가슴속은....


어머니는 내일아침, "고생이 많지?"라고 아들의 등을 두드려 주시려고 했을지 모르고,
아들은 내일아침, "앞으로 잘 모실께요."라고 고생으로 거칠어진 어머니의 두손을 잡아주려고 했을지 모른다.
.....그건 정말 모른다.



아까부터 김광석님의 "꽃"을 계속해서 듣고 있는데,
엄마가 편치 못한 얼굴로 말씀하신다.
"왜 죽은 사람 노래를 듣니...."

sadsong / 4444 / ㅈㄷ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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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아주머니의 전화를 무뚝뚝하게 받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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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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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9000
2002.04.04 07:03
지금 내가 겅강하다보니 효도하고 있다고 착각할수도 있는's now or never
Profile
kinoson
2002.04.04 13:33
난 나쁜놈이었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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