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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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대진항에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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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01월 24일 03시 48분 39초 1064 2 7
괜히 들떠서 잠이 안오네요.

한달 조금 못되게 거기 있었던 것도
벌써 일년이 지났습니다.
눈도 많이 왔고 춥기도 추웠는데
가본다가본다 하면서도 못가다가
이제 가보네요.

얼마전 젤소미나님 말씀 들으니까
봄날 마지막 장면의 보리밭은
이미 양어장이 되었다고 하시던데
바다가 보이는 세탁소터가 어떻게 됐을지 궁금하고.
건물이 들어서지는 않았을런지.
대진항 방파제에 앉아서
제 지갑 속에 아직도 있는 파이란 사진도 꺼내봐야 되겠고
고마웠던 동네분들이랑 인사할 수 있으면 좋겠고요.
가짜 호적등본 만든다고 귀찮게 해드린 면사무소분들이랑
참 친절했던 우체국분들,
영화에는 안나왔지만, 이란이 병원에 입원했을 때
엑스트라로 와주셨던 동네 아주머님들도.
(고무신집, 영애엄마, 인간이엄마)
경수랑 파이란이 만났던 골목 안 사진관에서 필름 사서
사진이라도 많이 찍을까.

그때 한참 눈이 많이 와서
촬영을 하루 쉬었던 적도 있었는데.
그날, 숙소에서 창밖으로 내리는 함박눈 보면서
감독님이 사다주신 문어를 삶아서
한낮에 소주를 마셨던 기억이 나네요.
이번에도 눈이 많이 오면 좋겠고.

ryoranki 도 동행합니다.
다녀와서 더 쓸께요.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pinkmail
2002.01.24 10:23
넘 낭만적이겠다...좋은 얘기 많이 많이 담아오세요...^^
nanjangi
2002.01.24 19:39
행복한 여행되길.... 나도 가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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